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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에 태어나 신슈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정신과 의사로, 전공은 사춘기·청소년 정신의학, 특히 적응 장애 영역이다. 블로그 ‘시로쿠마의 휴지통’을 통해 현대인의 사회적응이나 서브컬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신과 임상진료를 통해 본 ‘진료실 안의 풍경’과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및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본 ‘진료실 밖의 풍경’의 정합성(整合性)에 주목하여 사회심리학적 고찰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 출간된 책으로는 《로스트 제너레이션 심리학》이 있다.

작가 인터뷰

읽다
쾌적한 도시, 완벽한 질서… 왜 우리는 이 안에서 숨이 막히는가? | 예스24
노키즈존은 시작일 뿐… 완벽한 질서를 요구하는 사회에 ‘우리’가 설 곳은 없다.
2026.03.25.

작품 밑줄긋기

유**비 2026.06.03.
p.292
모든 사람이 현대 사회와 질서의 양면성을 자각해야 할 필 요는 없다...이토록 강고한 초자아를 내면화시키는 사회에서 통념과 습관이 가리키는 대로만, 공간 설계가 의도한 대로만 살아간다면 이는 곧 우리의 시야를 한층 더 좁히고 현대 사회와 현대인을 바라 보는 관점을 편향되게 만든다. 제아무리 청결하고 건강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가 실현되었다고 하더라도 의사소통과 논의가 불가능 해진다면 질서는 우리를 더욱더 부자유한 세계로, 더욱더 강한 속 박의 세계로 끌고 가버릴 것이다.진정으로 다양한 존재의 양상과 다양한 사고방식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사소통과 논의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계속 이어가야 한다.
유**비 2026.06.03.
오늘날 질서가 '질서'라는 이름에 걸맞게 견고한 힘을 유지하는 이유는 사회가 정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며, 시대 변화와 기술 발전에 맞춰 이를 쇄신하기를 게을리하지 않 는 데다 여러 영역에서 정당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으며 이어져왔기 때문이다.서양의 기독교와 그 관련 세력은 중세 이후 기술과 세계 관의 발전에 맞추어 교의를 고치고 바꾸면서 정당성을 쇄신해왔 다. 레콩키스타 Reconquesta 이후 그리스 철학의 재발견, 르네상스, 신항로 개척, 나아가 코페르니쿠스와 뉴턴의 등장까지 마찬가지였다. 서양은 세계관과 기술만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맞춰 정당성까지 항상 갱신해왔다. 기독교가 힘을 잃고 난 후에도 기독교적 로고스는 맥맥이 이어져 내려왔고,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사회계약이라는 주요 이데올로기 또한 자신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되물으며 쇄신을 거듭해왔다.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밀의 공리주의도 이러한 계보의 일부이며, 이 역시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
유**비 2026.06.03.
p.274
웬디 브라운에 따르면,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서양 정치의 로고스는 인간을 경제적 존재 (호모에코노미쿠스)보다는 정치적 존재(호모폴리티쿠스)로 이해해왔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 전통에서 경제가 정치를 뛰어 넘는 상황은 '부자연스럽고 사악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한 정치의 로고스는 루소와 밀의 시대까지 계승되어 민주주의를 성립 시키는 기본 전제를 이루어왔다. 인간과 정부가 자본주의적 실용주의에 완전히 잠식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서양 사회 사람들 이 경제적 인간(호모에코노미쿠스)인 동시에 정치적 인간(호모폴리티쿠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라운은 신자유주의란 바로 이 대전제를 뒤엎는 흐름이라고 보았다. 서양, 그중에서도 미국과 프랑스는 실제로 이러한 정치의 로고스가 이어져 내려오면서 경제 발전과 근대 시민사회가 양립할 수 있었다.하지만 6장에서 설명했듯, 일본은 이러한 국가들과 달리 근대 시민사회가 탄탄하게 뿌리내리기 전에 프리모던 단계에서 단숨에 포스트모던으로 뛰어넘어버린 사정이 있다.
유**비 2026.06.02.
p.223
서양식 집의 원류를 찾자면 유럽과 미국의 중상류 계급으 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족사 연구에 따르면 가정과 개인의 사생활 을 보호하는 주택은 근세 이후 부르주아 계급에서 유래했다고 한 다. 근세 이전 유럽에서는 상류 계급조차 부모와 아이는 물론이고 일하는 사람까지 모두 한 방의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흔했 을 만큼 오늘날 말하는 '사생활' 이라는 개념은 거의 존재하지 않 았다
유**비 2026.06.02.
p.205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위험과 불안을 떠올리게 하 지 않는 습관이 사회 전반에 깊이 침투하면서 일본, 특히 도쿄는 일종의 독특한 다양성을 얻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이란 미국과 유럽, 특히 미합중국의 개방적 도시가 달성한, 이민 사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상적 다양성과는 결이 다르다. 향수 를 뿌리고, 패션과 강한 완력을 드러내며, 개인과 개인이 직접 부 딪히고 제 의견을 앞세우며 맞붙는 것이 전제된 미국과 유럽 사회 의 다양성은 자유주의와 정치적 타당성, 시민을 위한 공공성이 견인해온 개념이다.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청결을 철저 히 추구하고, 불쾌감과 위압감을 서로 표백해가며, '귀여움'으로 상징되는 아비투스를 내면화함으로써 서양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다양성과 개인의 자유를 성립시켰다.
유**비 2026.06.02.
p.202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아침에 샴푸로 머리를 감고 체취를 제거하는 각종 화장품을 쓰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는 일반인들도 뚜렷하게 체감할 만큼 큰 생활 변화 였다. 1970~80년대 내가 살던 마을에서는 매일 몸을 씻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고, 집에 샤워 시설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시골에서조차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를 지나며 아침에 머리를 감는 문화가 생겼고, 이를 위한 샴푸가 크게 유행했다. 많은 사람이 샴푸 향을 은은하게 풍기면서 자신의 체취를 감추는 방식을 선호하 게 된 것이다. 30
유**비 2026.06.02.
p.167
과거의 부르주아들은 근면성실하게 일하며 경제자본이 주는 혜택을 누렸고, 자신을 위해 일해줄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입장에 서 있었다. 그들이 열심히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생활을 떠받쳐준 존재가 바로 고용인과 가정부였다. 육아의 영역에서도 유모와 가정교사, 기숙 학교 등 다양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었기에 부르주아는 자신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 장래의 경제 생산성을 준비시킬 수 있었다.... 부르주아식 육아란 가사와 육아를 모두 남에게 아웃소싱할 수 있는 경제자본이 있어야 비로소 성립 하는 것이다. 서민층에게 그럴 만한 여유가 있을 리 없다.자신의 능력을 올리는 데 열중하는 아버지와,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어머니라는 가정 내 분업 체계, 그리고 고도 경제성장이 가져온 풍요 덕분에 핵가족 단위에서는 부르주아에 가까운 육아가 성립할 여지가 있었다.
유**비 2026.06.01.
p.111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을 건강위험인자로 간주하기 시작 한 것도 기껏해야 20세기 이후의 일이다.지금처럼 건강이라는 개념이 모두에게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두 가지 학문적 진보가 필수적이었다. 바로 통계학 과 생리학(생명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생물학의 일종)이다. 통계학은 18~19세기 유럽에서 시작돼 처음에는 인구통계 등 국력을 추측 하는 지표로 쓰이다가 점차 민간으로 확산되며 널리 알려지게 되 었다. 예를 들어 체중이 지나치게 늘면 뇌졸중과 심장병, 당뇨병 등으로 의한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통계가 쌓이자, 1910년 무렵 미 국에서는 표준 체중을 기준으로 몸무게가 얼마나 더 나가느냐에 따라 보험료를 달리 책정하기 시작했다. '건강위험인자'라는 통계적 개념은 이렇게 '보험'이라는 자본주의 구조를 통해 사회 전반 에 퍼져나갔다
유**비 2026.06.01.
p.102
현대 정신건강의학의 진단과 치료는 마음을 다루는 방식에서 행동과 태도를 관리하는 쪽으로 중심축을 옮겨왔다. 통계 자료에 근거한 기법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굳이 마음을 들여다 보지 않아도 환자의 행동과 태도의 변화를 꾀할 수 있고, 복지 정책과 연계해 개인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 분명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점차 마음의 문제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 었고, 사회와 초자아, 그리고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사유하는 일도 소홀해졌다.
유**비 2026.06.01.
p.91
사적인 밀실과도 같았던 가정은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의료와 복지가 개입할 수 있는 곳이자, 미디어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정보에 그대로 노출되는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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