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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창비 아동 청소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아홉수 가위』, 『카피캣 식당』, 『쉬프팅』, 『라와인드 베이커리』, 『도서관 문이 열리면』, 『호랑골동품점』등이 있으며,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틈새에 쭈그려 앉아 밖을 보며 글을 쓴다.

작가의 추천

  • 향기가 떠오르는 책이 있다. 어떤 책에서는 숲속의 싱그러운 향이, 또 어떤 책에서는 상큼한 과일 향이 떠오른다. 『설탕실』을 덮고 난 뒤, 한동안 좋은 버터를 태웠을 때의 고소한 너티 향이 코끝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 미도와 가호가 함께 피낭시에를 만들던 장면 때문인지, 아니면 털실아이에 가면 어떤 냄새가 날지를 상상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다. 오래 묵은 울 털실에서는 묵직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난다. 버터를 태울 때 나는 냄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향이다. 울은 양털이고, 양털에는 라놀린(Lanolin)이라는 천연 기름기가 배어 있는다. 이 기름기가 실에 남은 채로 오래 묵히면 그런 향이 난다. 버터와 털실. 전혀 다른 두 소재가 의외의 향기를 공유하듯, 『설탕실』의 인물들 역시 개성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흔들리고 불안해하면서도 진득하게 내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점이다. 부정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 내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세상에 드러낸 미도, 학교에 가기 힘들 정도로 마음의 허리를 다쳤지만 조리 고등학교에 도전하는 가호, 다디단 마카롱의 힘을 빌려 쓰디쓴 우울감을 떨쳐 내려고 애쓰는 혜지 씨, 도려내진 유년을 기억하면서도 또 다른 구멍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미주까지. 인물들의 불안은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플 정도로 가깝게 다가온다. 언젠가 나 역시 품고 있던, 그 서툰 고민의 조각을 하나씩 안은 채 허우적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훗날 미도가 쓴 또 다른 동화를 읽고 싶어졌고, 가호가 다쿠아즈를 더 맛있게 구워 낼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되었다. 버터를 잘 태우려면 중불에서, 버터 전체에 열이 고르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천천히 저어 주어야 한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버터를 잘 살피며 적당한 색이 나왔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불안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일상을 버티고 있는 친구들에게 『설탕실』은 소설 속에 나오는 동화 내용처럼, 작은 우산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 인터뷰

읽다
학교가 사라진 세계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시겠습니까?
청소년에게 벗어날 수 있다고, 상처는 회복되고 또 다른 삶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2024.06.05.
읽다
범유진 “각자의 버전으로 반짝이는 이야기”
하지만 현실은 게임이 아니고 주인공과 엑스트라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2023.11.06.
읽다
학교 폭력에 상처 입은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친구가 죽었습니다』에는 가장 친한 친구, 설아의 죽음을 겪은 보름과 이재가 영혼을 수놓는 가게 다닝에서 마주치며 진실에 다가서는 이야기가 담겼다.
2023.03.06.
읽다
남의 삶을 훔치고 싶은 사람 눈에만 보이는 식당
새벽 6시 6분 6초, 카피캣 식당에 찾아드는 많은 이들도 저마다 누군가의 삶을 욕망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2023.01.09.

작품 밑줄긋기

방****가 2026.04.25.
p.260
"돌아왔군. 보자. 그다지 영양가 없는 영혼이로군. 하긴, 그럴싸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 남의인생을 훔치려 할 확률은 낮지. 꼭 이런 인간들이 간만 크단 말이야. 악마의 물건을 덥 석 가져가고. 인간 주제에 계약도 하지 않고 악마의 권능을 사용하니 영혼이 마구 깎이지 단두 번 만에 소멸된 것 보면 원체 더미가 적었던 모양이지 하긴, 긴 세월을 산다고 더미가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니.“
방****가 2026.04.25.
p.256
“ 시위 나갔을 때 받았던 주먹밥 있잖아. 저번에도 말했지. 나 진짜 그 맛을 잊지 못할 것같아. 엄청 떨려서 밥도 못 먹었거든. 시위 처음이었잖아, 나. 그런데 앞에서 뒤로 전달되는 주먹밥을 받아 드니까 갑자기 차분해지는 거야. 이걸 나누어 먹는 사람들 전부 같은 마음으로 한곳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힘이 나더라. 그런 게 음식의 힘인가 봐. 뭘 먹을 때 한 번도그런 감정 느낀 적 없 었는데. 엄마가 뭐라고 했냐고? 뭐라고 하긴. 그딴 거 얻어먹 으려고 광화문까지 기어 나갔냐 이러고 등짝 얻어맞았지.“
방****가 2026.04.25.
p.228
저의 이번 외출은 그들의 영혼이 아닌, 레시피를 탐하기 위함입니다. 영혼의 레시피, 인간들의 진실한 이야기가 담긴 레시피를 얻기 위해서는 거짓이 바탕이 되는 악마의 계약을 사용해서는 안 되죠 그러니 무단 외출을 할 수밖에요. 제가 이렇게 가끔씩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지옥의식탁이 풍성해질 수 없었음을 인정하셔야 할 겁니다.
방****가 2026.04.25.
p.226
봄이 싫은 건, 초라한 삶을 연명해 갈 눈곱만큼의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이대로 얼어 죽는 건 아닐까 싶은 겨울이 계속되면 차라리 얼어 죽어 버릴 텐데, 적당한 때에 햇빛을 비춘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구석에도 쑥이며 쇠비름을 피워 낸다. 전쟁이 끝났던 그다음 해 봄도 그랬다. 좁은 토굴에 웅크리고 앉아 봄을 저주했다. 이따위 인생을 이어 가게 할 거라면 차라리 오지 말라고. 한겨울의 추위로 나를 얼어 죽게 해 달라고. 그러나 언제나 봄은 왔다.
방****가 2026.04.25.
p.225
주비단의 현재 나이는 일흔두 살. 130여 년을 살면서 일흔 살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세 번의 노년기를 겪으며 주비단은 알게 되었다. 삶은 노인에게 더 공평하지 않다. 같은 일흔 살이라도 땡볕 아래에서 일하지 않고, 당장 저녁거리를 걱정 하지 않고,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갈 여유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나이는 동일한 세월의 할큄을 남기지 않는다.
방****가 2026.04.25.
p.224
봄은 질색이다. 봄이 되어 사람들의 외출 빈도가 잦아지는 것이, 지하철이 붐비는 것이 싫다. 먹고살 걱정 없는 늙은이 들이 등산을 간답시고 떼거지로 몰려나와 노약자석을 다 차지하고 앉은 것이 특히나 싫다. 매일 지하철로 두 정거장 떨어진 시청에 가 노인 사회 활동 지원사업 확인 도장을 찍고 쓰레기를 줍고 화단을 파헤치다 보면 진이 쭉 빠진다. 지원 사업에 지원했던 건 몇 푼이나 벌자고 한 일은 아니었다. 커 피 내리는 것을 배워 카페에서 일할 수 있다는 홍보 문구에 혹했다. 카페에서 일하면 시람을 많이 만날테니 그중 한 명쯤, 영혼의 레시피를 알아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방****가 2026.04.25.
p.218
"전 카피캣 식당이 더 좋네요. 카피캣. 지금은 잘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따라 하는 용어로 많이 쓰지만요. 이전에, 19세 기에는 카피캣은 모방범죄를 뜻하는 단어로 더 많이 쓰였다고 해요 지금 제 상황에 정말 딱 맞아떨어지지 않나요?"
방****가 2026.04.25.
p.188
사람은 가진 것이 많을수록 빼앗기 지 않으려 하는 법이다. 빼앗기더라도 되찾으려고 아등바등, 죽을힘을 다하게 되어 있다 최진혁에게 필요한 건 그런 주 체적인 생명력으로 넘치는 상대가 아니었다. 최진혁은 더욱 더, 서바다가 자신에게 의지하기를 바랐다. 최진혁이 없는 삶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여길 정도로. 최진혁은 서바다의 일상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퍼센티지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자신에게 착 달라붙어 잠든 서바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매일 그 척도를 쟀다.
방****가 2026.04.24.
p.144
구겨진 종이를 움켜쥔 채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김수아를 구김 사이에서 끄집어낸 것은 종이 구겨지는 소리와 닮은, 빗줄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소리는 곧 종이 수백 장을 한꺼번에 구기듯 거세어졌다.
방****가 2026.04.24.
p.136
그 모든 일들이 김수아의 서두 아래 이 어진진부하고도 필요한 문장들이었기에, 김수아는 매일을 꾹꾹 밑줄이라도 치듯이 견뎠다. 잘해야 해. 잘할 수 있어.

작가에게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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