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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1962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박노해와 백무산의 시에 대한 평론으로 등단한 후 평론 활동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충남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계간지 [실천문학]의 편집위원을 거쳐 한국작가회의 기관지 [내일을 여는 작가]를 주관하고 있다. 시인 김수영과의 인연은 충남대학교에서 김수영의 시문학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며 시작되었고 지금의 ‘김수영연구회’ 회장 역임까지 이어졌다. 현재는 김수영의 작품을 따라 읽고 만주, 일본, 부산, 거제도와 서울 등 그의 거주지를 걸으며 김수영 문학의 인문지리를 복원하는 작업 중이다. 평론집으로 『문학들』, 『국민, 미, 전체주의』,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해야만 하는 것』, 공저로 『라깡과 문학』, 『친일문학의 내적 논리』, 『오장환 전집』 등 다수가 있다.

작가의 추천

  • 역사가 비극을 되풀이할 때마다 시의 혁명이 사람들의 마음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신하늬의 후예들이 스며들었던 공주 ‘동혈산(천태산)’은 이후 ‘종로 오가’의 소년과 ‘광주’의 소년과 ‘광화문’의 불꽃들로 이어졌는데, 그 모든 존재들이 제각각의 힘을 펼쳐 이제는 신동엽이라는 시를 읽는다. 이들은 신동엽의 이름으로 세상 속에 퍼져나가는 중이다. 이 시의 꽃잎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잠식해서 공주 우금치 언덕을 제각각의 혼으로 점거하고 승천해가던 혼령들이 만드는 언어일 것이다. 시는 새 세계의 마음을 잠식하는 신동엽이라는 이름의 터전이다. 대지의 꽃불이 된 언어들이 진실과 함께 타오르기 때문이다. 때로 꽃불의 시는 실패를 향해 놓여 있고, 사람들은 도달해야할 곳에 도달하지 못한 채 책을 덮어두기도 한다. 이런 언어의 길에서 사람들은 제자신의 마음 안으로만 들어갔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도 시는 도달하지 못하는 언어다. 그러나 바라고 있던 곳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진실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멸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비극의 희망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잠식하는 언어가 그래서 세계를 점거한다. 동학군들이 우금치를 점거하고, 이미 신동엽의 대지가 시에게 잠식=점거되었을 때 그랬다. 이 언어들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다.
  • ‘천 장의 블라우스’가 넘실댄다. 이것은 천 개의 목소리이고 천 개의 삶이며 천 개의 세계이다. 그 이상일 것이다. 천 장의 블라우스를 이룬 무수한 실과 바느질과 숨소리 때문에 그것은 세계 자체이다. 그렇다고 무수한 삶의 목소리가 하나의 이름으로 규격화되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넓고 연약한 천은 단단한 가위로 잘리고 다시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면서 상처들을 한데 묶는 블라우스의 제 꼴로 만들어질 것이다. 여기에 세상의 모든 몸짓이, 가장 구체적으로 모든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잘리고 찔린 몸의 시간을 관통하면서 힘겹게 잠잠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아픈 몸들을 감싸는 블라우스로 다시 태어난다. 3월 8일이라는 특별한 날의 기원에 이어진 이야기는 그러므로 1년 내내 사람들이 지나가야 하는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왜 그날이 지금 우리 시대의 모든 하루하루가 감춰둔 탄생일인지, 『천 장의 블라우스를 만들기 위해』는 세계 노동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환기하는 이미지들로 알려준다. 이 책은 여성 노동과 삶의 고통과 세계사의 이면을 아득한 이미지로 다룬다. 이 이미지들은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싸움의 시작을 알려준다. 동시에 그 싸움은 다시 예술적 감각으로 폭발하는 중이다.
  • 김민환의 소설이 주로 근대적 격변기의 서사를 다루기 때문에, 조선이라는 나라의 운명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준화가 대한청년이라는 명명으로써 외세에 맞서야 했을 당대의 근대적 한계를 실현하고 있을지라도, 이 대한청년의 각성이 또한 민중적 자발성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소설은 암시한다. 좌지도라는 작은 섬에서 이루어진 어민의 행동 하나가 세계 전체의 등대로 자랄 수 있음을 이준화의 말은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시대를 살았던 민중들이 ‘자재연원’과 ‘무위이화로써 근대 국민국가의 권력을 어떻게 넘어서는지에 대해 독자들은 이제 새롭게 만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 기대는 근거 없는 막연한 바람이 아니다. 『등대』의 주제의식에 기대 예상컨대, 저 새로운 물결의 시간은 자기 삶이 뿌리내린 대지에서 하늘의 모심(侍天主)으로서의 인간 존재, 곧 ‘내유신령 외유기화內有神靈 外有氣化’의 성심으로서 만들어지는 중이다. 시인 신동엽이 그 ‘자재연원’의 대지적 영혼을 「금강」의 부여와 ‘동혈산’, 그리고 진아에게 부여하고 있다면 김민환은 그것을 『등대』의 좌지도와 곽도, 그리고 미옥(미유키)에게서 찾고 있다. 여성적 대지의 세계가 둘의 공통점이되 김민환은 그것을 국가를 넘어선 연대의 정신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 작품 해설 「역사소설로 읽는 성심誠心의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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