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경
2024.10.17.
p.11
밀어버린 털처럼 희망이 다시 올라온다는 듯 빛을 깨끗이 춤으로 씻어주면서시들면서 녹물 흘이는 것들난간을 잡고 건너오는 소문들-해설시작(詩作)의 표현고도의 은유와 상징으로 출산된‘실존에 대한 연민과 자의식의 봉함엽서들’들이다.매미가 공중을 0.4밀리 간격으로 바느질한다맴. 맴. 맴. 매에 엠 실을 쭈욱 잡아당기면수만 송이 작약이 매미 목구멍에서 오므라졌다가공중에서 한 땀씩 피어난다- 『울음은 색실누빔으로 작약을 키운다』 부분현대시에 있어 비동일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낯선 관계를 탐색해 나가고 있다시인의 의도를 수행하여 어던 세계를 창조하는 주관적 사유와 감정을 지닌 언어고도의 은유, 감각적 언어, 도창적인 상징들이 이루는 문체(style)속에서 답보다 심오하 ㄴ질문을 던지는 것이 지연 시인의 세계"꼭짓점의 기억"-대상을 내면으로 끌어들여 동일화하는 '동화'보다 대상속에 감정을 이입시켜 입체감을 형성하는 '투시'의 방법을 취하고매미소리 청각을 바늘땀으로 시각화는 솜씨가 고상하다-매미울음소리는 드겁고 작약에 붉음을 입히면 뜨거움과 붉음의 정서적 연상이 가능하다 달아나거나 대들지않고 그저 묵묵히 견디는 화자의 실존적 태도는 감정이 절제된 담담하면서도 소슬하 ㄴ페이소스를 작품속에 거느린다 지년 시인과 내통하는 몇몇낱날-비 구름 당신 메아리 죽음소중한 것들을 잃고 살아가는 '자아'가 우리의 생인 까닭이다추천평-절묘한 언어의 배치-시어들이 매우 섬세하고 미려,한 폭의 담채화시의 무대-광활한 이 세상의 온갖 곳거시적 안목으로 직접 두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바동사가 많고 시가 역동적이다-출팥사 평-실존적 태도는 감정이 절제된 담담하면서도 소슬한 페이소스를 작품 속에 거느린다./관념을 감각의 세계로 옮기는 작업에서 시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기도 한다./대상과 대상 사이의 낯선 관계 속에서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무의미적 텍스트도 있거니와, 그릇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는 물음에 앞서 그릇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의미일 수도 있으므로 미학적 근거를 앞서 탐색하는 것도 시 읽기의 한 방법론이다. 그런 면에서 지연의 시들 중에는 정서가 의미를 두둔하여 느낌으로 먼저 다가오는 작품들이 많은데 이것은 시인의 시가 ‘무엇을 말하느냐’는 서사보다 ‘어떻게 말하느냐’는 미학적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콜레스테롤에는 양파즙이 좋다던데>슬픔으로부터 나를 털어줄래앞산으로 넘어간 메아리를 불러줄래껍질 안에 등을 포개고 있는 메아리들날마다 탈출하고 싶어 했지 태양처럼태양은 지도를 펼쳐이 지구를 빠져나갈 비상구가 없을까앞산에서 어둠을 잡아당기며 매일을 뽑지태양을 티슈로 마구 뽑아서 버릴 사람손들어 나의 마트료시카차례대로 나와서작은 것이 속에 쌓여가며 아픔이 커지니울음을 밀대로 밀어서 칼로 자르고 싶어하늘은 비를 내린다내가 나를 덮는 거 당신이 나를 덮는 거등이 등을 덮는 거 합쳐지는 거 뿌리내리는 거차곡차곡 따뜻해서 속부터 썩는다오래 웅크린 메아리는 휘어진다슬픔의 부피로 우리는 비대해진다검은머리번개깡충거미가 물방울을 흔들며 걸어가는 방식으로우리에겐 이해 없이 지금을 벗어날 공간이 필요해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지 않으므로마트료시카, 자고 나면 다른 계절이 와 있기를 바라▶ 시인의 말어둠 속에 흰 새가 날 때저것을 애타는 입술이라 할까다행이다살기 위해 고요를 지웠으니2022년 봄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