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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이지만 남북조 시대에 중국으로 건너와 활동한 선승으로,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이자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28대 조사로 꼽힌다. 산스크리트어로는 보디다르마(Bodhi-dharma), 한역하여 보리달마(菩提達磨), 또는 달마(達磨)라고 부른다. 남인도 향지국(香至國) 왕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출가하여 반야다라 존자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520년경 중국 광주로 들어와 남경에서 양(梁) 무제(武帝)를 만나 문답한 후, 양자강을 건너 북위의 숭산(崇山) 소림사(少林寺)에 가서 9년 동안 벽관(壁觀)하였다고 한다. 소림사에 머물 때 훗날 선종 2조가 되는 혜가(慧可)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혜가에게 『능가경(楞伽經)』과 가사를 주면서 그의 법을 전하고 입적하였다고 한다. 행적에 대해서는 수많은 전승설화가 존재하지만 정확한 전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달마어록”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기록은 보리달마의 법문을 모은 것으로, 그가 입적한 당시가 아닌 후대에 기록된 것이다.

작품 밑줄긋기

r********8 2026.07.03.
p.114
달마는 동굴 벽을 향해 구 년을 앉아 있었다고 전해 진다. 그 일화의 진위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다만 그 이야기가 오랜 세월 살아남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 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무엇을 깊이 보기 위해서는, 그 외의 거의 모든것에 등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벽을 본다는 것은 결국 벽 아닌 것들을 보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달마가 벽을 향해 앉은 것은 세상을 미워해서가 아니 다. 세상이 시끄러워서도 아니다.그가 본 진실은 단순하다. 마음이 흔들리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그러니 흔들림의 원인이 되는 것들로부터 잠시 물러난다. 물러난 자리에서 비로소 자기 마음의 결을 본다.이 과정은 거창한 수행이 아니다. 일상의 작은 결단들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가령 아침에 일어나 휴대전화를 곧장 들지 않는 것 출근길에 이어폰을 빼고 한 정거장쯤 그냥 가는 것.점심을 먹을 때 화면을 보지 않고 음식의 맛에만 집중하는 것.누군가의 험담이 시작될 때 슬며시 자리에서 빠지는 것. 의견을 묻는 단톡방에 굳이 답을 달지 않는 것.이런 일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같은 종류의 결단이다.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 것 들을 들이지 않겠다는 결단.세상의 소음에 자동으로 반응하던 회로를 한 번씩 끊어내는 연습.이것을 달마식으로 말하면 무관심의 힘이다.다만 이 때의 무관심은 냉소나 회피와는 다르다.냉소는 세상을 미리 무가치하다고 판정해 버리는 태도다. 회피는 두려 워서 멀리하는 태도다.그러나 달마가 권하는 무관심은 미워서도,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지금 내 마음의 자리에 들이지 않을 뿐이다.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다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지금 내 자리는 다른 것을 위한 자리라는 것이다.조용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말이 적다는 뜻이 아니다.옆에 있으면 이쪽까지 차분해지는 사람.같이 있어도 서두르지 않게 되는 사람.그런 사람은 아마도 자기 안에 그런 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그 자리에서 그는 세상을 본다.그리고 그 자리는 결코 거창한 수행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들이지 않을 것을 들이지 않는 오랜 습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세상의 소음을 차단한다는 말이 거창하게 들렸다면, 이렇게 바꾸어도 좋다.오늘 하루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일 하나를 알지 않기. 굳이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일 하나에 반응하지 않기. 단지 그것 하나로도 당신의 저녁은 달라질 것이다.그리고 그 저녁이 며칠 모이면, 당신 은 자기 안에서 처음 듣는 어떤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r********8 2026.07.03.
p.53
이상한 일이다.분명히 그때는 자기 마음으로, 자기 의지로 해주었다고 말했었다.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고 했다.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그 행위는 슬그머니 모양을 바꾼다. 호의였던 것이 어느새 채권이 되고, 사랑이 었던 것이 어느새 권리가 된다.그리고 상대가 그 권리에 기대한 만큼 응답하지 않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익숙한 문장이 떠오른다.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했는데.이 한 줄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동안 쌓아 올린 모 든 시간은 빚독촉의 도구가 된다.문제는 이 폭력이 본인에게는 폭력으로 보이지 않는 다는 점에 있다.오히려 자신은 희생자라고 굳게 믿는다.나는 줬는데 못 받았고, 나는 헌신했는데 외면당했다고 생각한다.이 서사 안에서는 모든 분노가 정당해진다.모든 추궁이 합리화된다.그러나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 면, 그 헌신은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 아니라 압박이었다.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시였고, 보살핌이라는 이름의 점 령이었다.그 사실을 본인만 모른다. 당신은 어떤가.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난 뒤,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감정이 있지 않은가.고맙다는 말, 알아준다는 눈빛, 비슷한 정도의 호의. 그것이 돌아오지 않을 때 슬쩍 차오르는 서운함.그 서운함은 자연스럽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낀다.그러나 그 서운함을 들여다보지 않고 키워가다 보면, 어느 날 우리 는 자기도 모르게 상대 앞에서 청구서를 흔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동안 쌓은 진심은 모두 거래로 격하된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베푸는 일을 멈춰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다만 베풀기 전에 한 번쯤 정직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 일은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가.아니면 나중에 돌려받기 위한 투자인가.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전자라면 받지 못해도 후회가 없다.후자라면 받아도 부족하다.자신의 동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그 작업을 건너뛰면 우리는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상처를 반복하게 된다.그가 갚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빌려준 적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사랑은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것이라는 사실. 흘려보낸 것은 돌려받을 수 없지만, 흘려보낸 사람의 안에서 흐른 만큼의 강이 남는다.
r********8 2026.07.03.
p.19
달마가 혜가에게 마음을 꺼내 보라고 한 것은,그 그림자를 손에 쥐어 보라고 한 것과 같다.잡으려는 순간, 그것이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라는 뜻이다.누가 대신 설명해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책에서 읽었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다고 해서 새벽의 불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자기 손으로 더듬어 보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는 그 텅 빈 감각을 직접 겪어야 비로소 무언가가 풀린다.머리로 아는 것과 손끝으로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앎이다.그러니 오늘 밤 잠들지 못한다면, 억지로 잠을 침묵 청하는 대신 한 가지를 해보길 권한다.지금 당신을 깨어있게 하는 그것을 종이 위에 적어 보아라.어떤 모양인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정말로 일어난 일인지, 아직 일어 나지 않은 일인지.적다 보면 이상한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막상 글자로 옮겨놓으면 그 거대해 보이던 불안이 몇 줄짜리 문장으로 줄어든다.그리고 그 문장들의 대부분은 "혹시", "만약에", "아마도"로 시작한다.당신을 짓누르던 것은 사실의 무게가 아니라 가정의 무게였다.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풀어둘 필요가 있다.달마의 가르침은 불안을 느끼지 말라는 명령이 아니다. 불안을 없애주는 어떤 기술도 아니디.그것은 불안이라는 감정의 정체를 한 번 들여다보라는 권유에 가깝다.정체를 본 사람은 그것에 더는 끌려다니지 않게 된다.사라지지 는 않더라도, 그 앞에서 떠는 일이 줄어든다. 호랑이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림자가 아무리 커도 도망치지 않는다.다만 그것이 그림자라는 사실을 매번 새로 확인할 뿐이다. 당신이 새벽에 깨어 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잠을 자려고 애쓰는 일이 아니다.잠들지 못하는 자신을 미워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가만히 일어나 앉아서, 지금 깨어 있는 이 마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한 번 묻는 일이다.묻고 또 물어도 그것이 끝내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잡히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며 살아온 시간이, 사실은 그림자와 싸운 시간이었음을 인정하는 일이다.이 인정은 패배가 아니라 해방이다.혜가는 마음을 찾지 못해서 편안해졌다.이 말은 묘하게 거꾸로 들리지만, 새벽에 한 번이라도 자기 마음을 직접 더듬어 본 사람은 그 뜻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우리가 그토록 찾으려 했던 그 단단한 불안 덩어리는 처음 부터 거기에 없었다.없었던 것을 없다고 확인하는 데에 한 인간의 생애가 다 걸리기도 한다.그래서 달마는 짧게 말했고, 혜가는 평생 그 말을 들고 살았다. 오늘 밤 당신이 잠들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그것은 어쩌면 당신이 처음으로 자기 마음을 정직하게 마주할 기회일지도 모른다.천장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그 생각들을 미워하지 말고, 한 번쯤은 손님처럼 맞아들여 보아라.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정말 당신의 것이 맞는지,아니면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와 잠시 머무는 것인지. 그렇게 묻는 사이 새벽이 지나가고, 어느 순간 당신은 깨닫게 된다.그 모든 소란이 잡으려 들지 않을 때 비로소 조용해진다는 것을.#리딩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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