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삶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 책의 서문을 쓰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어쩌면 ‘이 질문들에 내가 대신 답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100개의 질문은커녕 초반부에서부터 막혀 버렸다. 나는 ‘나의 엄마’로서의 모습만 알고 있었을 뿐,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구나, 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그리고 내가 부모가 된 후에도 손주를 함께 키운다고 말할 정도로, 엄마는 언제나 내가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계셨다. 언제든 손을 뻗으라고 자신의 위치를 조정하고, 자신이 필요할지를 먼저 물으셨다. 평소 나누는 대화도 적지 않았기에, 나는 엄마의 삶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왔지만, 돌아보니 그 대화는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 엄마가 종종 들려주신 몇 가지 에피소드나 인생의 특정 시기를 가지고, 나는 어느새 엄마의 삶 전체를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 쓰인 100가지의 질문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결국 나의 필요와 편의에 따라 기억해 온 엄마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음을 일깨워 주었다.
‘엄마’라는 이름은 위대하면서도, 때로는 너무 많은 것을 당연히 여기게 만든다. 나를 돌봐 주는 사람, 잔소리를 하는 사람, 날씨가 추워지면 가장 먼저 나를 걱정하는 사람…. 하지만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누군가의 딸이었고, 어린 시절이 있었고, 사랑과 방황이 뒤섞인 청춘을 지나 지금의 엄마가 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간다.“어릴 때 취미는 뭐였어요?”“10대 때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뭐예요?”“20대의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요?”“나를 키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예요?”
엄마가 오신 날, 농담하듯 가볍게 이 책의 질문들을 하나둘 던져보기 시작했다. 엄마는 생각보다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셨고, 오히려 질문을 받는 일을 즐거워하시는 듯했다. 부모님도 자식에게 질문을 받고 싶고, 보호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관심받고 존중받을 때 기쁨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책을 읽고 단 몇 개의 질문이라도 곁에 계신 부모님과 나눌 수 있다면, 큰 행운일 것이다. 기회는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이 책을 함께 완성해 나가는 일은, 단지 엄마의 삶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이 아니다.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깊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일 것이다.
언뜻 단순해 보였지만, 하나를 가지고 하루를 곱씹을 만큼 깊고 철학적인 질문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은 서두르지 않고, 엄마와 함께하는 날마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씩 아껴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은 나의 엄마와 이 질문들을 함께 읽어갈 테지만, 언젠가 나의 아이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건네준다면, 상상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