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온타리오에서 태어나 장난감을 부수고 만드는 것을 취미로 하던 젊은이가 있었다. "고지라" 같은 영화를 보며 '뭐야, 저 정도라면 나도 만들겠네.'라며 투덜대다가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거의 기절할 정도로) 감동하여 특수 효과 제작에 열중하곤 했던 청년. 일찍이 번쩍이는 로봇과 침 흘리는 괴물에 매료되어 매일 SF영화와 소설에 빠졌던 그는, 어느새 영화감독이 되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제임스 카메론, 우리 시대 최고의 SF 영화감독은 이렇게 탄생했다.
위대한 영화 감독이지만, 동시에 최고의 SF 마니아인 카메론. 이 책은 그런 카메론의 SF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넘쳐나는 고백이다. 그가 자신 있게 ‘과학에 근거한 새로운 신화’, ‘인간의 영혼을 직시하는 작품’이라고 얘기하는 무수한 작품에 관한 감상인 동시에 카메론과 동료 거장들이 경이로운 세계의 창작 이야기를 소개하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는 제임스 카메론과 여러 SF 팬(소설가, 박물관 큐레이터, 영화 평론가, 물리학자 등)들이 펼쳐낸 SF 에세이가 담겨 있다. ‘외계생명체’와 ‘우주공간’, ‘시간 여행’과 ‘괴물’, 그리고 ‘어두운 미래’와 ‘지능을 가진 기계’라는 6개 주제의 에세이 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제임스 카메론 자신이 직접 인터뷰(라기보다는 대화)한 여러 감독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크리스토퍼 놀란, 기예르로 델 토로, 리들리 스콧... 제임스 카메론이 존경하면서도 좋아한 여러 SF의 거장들은 동료인 카메론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창작만이 아니라 SF에 대한 진솔한 사랑을 즐겁게 펼쳐놓는다. 수많은 SF영화를 찍어왔고, SF에 빠져 살았던 그들이 나누는 대화... 자신들의 영화 얘기를 하다가 어느새 시간 여행이나 외계인, 로봇 같은 다른 이야기로 빠져버리는, 그 대사 하나하나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정말로 즐거운 마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음이 전해 진다.
(사실은 ‘SF영화를 할 때가 훨씬 더 재미있어요.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니까.’라고 말하는 아놀드 슈워제너거의 인터뷰가 가장 재미있다. 은근한 SF팬이자 수많은 SF영화에 출연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이기도 했던 사람이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 경찰을 실제로 쓸지 말지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시간 여행이 가능하면 ‘뉴욕의 헤라클레스’엔 출연하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정말로 매력적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서문으로 시작하여, 한 순간에 마지막 한 장까지 질주하여, “이럴 수가! 더 없는거야? 더 보고 싶다고!”라고 외치게 만드는 책. SF 팬이라면 끝없이 빠져들고, SF 팬이 아니라도 익히 알려진 영화들과 함께 미래의 저편을 즐겁게 엿볼 수 있는 책. 어느 쪽이건, 우리는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