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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연 시인은 부산에서 태어나 1998년 무크지 《매혹》으로 시 등단하고, 2015년 《한비문학》으로 평론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버지 뿔났다』(2017,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 『사차원 놀이터』(2022,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 외 4권이 있으며, 디카시집으로는 『화양연화』(2016)가 있다. 전 경남문인협회 부회장과 마산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남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해 경남문인협회, 마산문인협회, 경남문학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방가르드》 발행인이자 창연출판사 및 창연문장 넥서스 대표로 있다.

작가의 추천

  • 이정희의 시는 여든을 건너온 한 생의 굽이마다 남겨진 발자국을 천천히 더듬는다. 굳은살 박인 노동의 손, 가난한 날의 따뜻한 밥 한 그릇, 고향의 팽나무와 꽃, 먼저 떠난 사람의 빈자리까지 모두 한 편의 시가 되어 돌아온다. 그의 시에서 자연은 바라보는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비바람을 견디는 나무와 다시 피어나는 꽃은 상처 입은 삶을 일으켜 세우는 오래된 벗이며, 세월의 이치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삶은 때로 폭우처럼 몰아치고 노을처럼 저물지만, 시인은 그 어둠 속에서도 성냥 한 개비의 작은 빛과 다시 걸어갈 길을 발견한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오래 살아낸 한 사람이 비움과 감사에 이르는 마음의 기록이며, 상처마저 추억으로 품어 끝내 삶을 긍정하려는 따뜻한 고백이다. 그의 시는 낡아가는 생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다시 피워 올린 늦고도 환한 한 송이 꽃이다.
  • 오늘날 자연을 노래한다는 것은 이전과 전혀 다른 의미가 있다. 한때 시에서 자연은 인간의 상처를 위로하는 장소였으며, 아름다움과 영원성의 상징이었다. 꽃은 피고 새는 울었으며 강은 흘렀다. 계절은 순환했고, 인간은 그 순환 속에서 삶과 죽음의 질서를 배웠다. 그러나 기후 위기의 시대에 이러한 자연관은 더 이상 온전하게 지속되기 어렵다. 봄꽃은 제철을 잃고, 철새는 이동 경로를 잃고, 강은 흐름을 잃으며, 빙하는 자신의 몸을 녹여 바다로 흘러간다.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을 위로하는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이 인간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역전이 일어난다. 이상익의 시집 『하얀 눈물』은 바로 이 역전에서 시작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내면서 자신이 본래 쓰고 싶었던 시가 따로 있었으나 “기후 위기의 심각함”이 자신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고백한다. 더 나아가 기후 위기의 원인을 인간의 “끝 간데없는 탐욕”에서 찾으며,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파헤치고 더 많은 돈을 소유하려는 욕망이 결국 지구 전체를 삼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고백은 『하얀 눈물』을 읽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관찰자가 아니라 자연이 보내오는 위기 신호를 받아 적는 기록자가 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시집에 반복되는 ‘울음’, ‘눈물’, ‘죽음’, ‘부재’, ‘경고’, ‘청구서’ 같은 어휘는 우연하지 않다. 그것들은 기후 위기 시대에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일종의 비상 신호이다.
  • 꽃은 피었다 지지만, 한때 꽃을 바라보던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종숙의 시는 벚꽃과 동백꽃, 장미와 상사화가 지나간 자리에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문법을 읽는다. 그리움은 계절을 건너는 법을 배우고, 사랑은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 제 깊이를 얻으며, 어머니와 벗의 온기는 오래된 기억 속에서도 식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시는 지나간 날의 꽃잎만 줍지 않는다. 가스라이팅과 카톡, 택배와 인생 결제 같은 오늘의 언어를 삶의 한복판으로 불러들여 우리가 지금 무엇에 흔들리고, 무엇을 기다리며, 어떻게 서로에게 닿는지를 묻는다. 그에게 시는 마음의 일기예보이며 길을 찾는 호흡이고, 한순간이 머문 자리에 새겨지는 생의 기록이다. 꽃보다 오래 남는 것은 꽃을 기억하는 마음이다. 수많은 계절이 한 사람을 지나가고 사랑과 상처가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피고 진 뒤에도, 삶에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 문장이 있다. 『꽃이 지고 문법이 남았다』는 그 문장을 따라 걸으며 한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고 견디고 다시 희망하는 법을 들려주는 시집이다. 꽃은 졌으나, 삶은 아직 자신의 문법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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