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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박사
『국어교육론-관점과 체제』(2007), 『문학교육론-제도화와 탈제도화』(2011), 『한국현대시교육사』(2015, 공저)

작품 밑줄긋기

유**비 2026.05.14.
p.289
홋카이도가 일본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영토로서 굳어진 것이 불과 130년 전인 1886년이다. 그 전에는 이 지역에서 사냥과 고기잡이를 주로 하는 아이누족이 영토 개념 없이 태곳적부터 살아온 땅이며 홋카이도란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약 150년 전인 1869년, 즉 우리나라 대원군 섭정 때의 일이다.오호츠크 연안에 있는 여러 땅, 홋카이도, 쿠릴 열도, 사할린 등을 두고 18세기 초에서 19세기 말에 이르는 오랜 동안 이 지역을 탐내는 러시아와 일본의 외교 분쟁이 그리고 때로는 러시아의 무력 도발이 빈번하던 과거사가 있었다는 것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발 앞선 이 지역에서의 개척 사업으로 일본은 이 지역을 그들의 북쪽 변두리 땅으로 굳히는 데 일단 성공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그때까지 차지하고 있던 가라후토 남반부 (지금의 사할린 남부)와 치시마 (지금의 쿠릴 열도)를 러시아에게 빼앗기는 운명을 맞았고 지금의 홋카이도만이 오호츠크 연안에 있는 유일한 일본 땅이 되고 말았다.
유**비 2026.05.14.
p.275
바람이 거의 없는 따뜻한 날이면 바다는 환상의 얼음 나라가 된다. 신기루가 나타나는 것이다. 대기와 해수면의 온도차에 의한 빛의 장난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누구나 그 신기함에 탄성을 지른다. 바다에 떠도는 유빙이 하늘을 향해 늘어나 때론 세 배나 길어져 흐느적거린다. 가까이 배라도 지나가서 색깔까지 띠면 보기에 따라서는 도시의 빌딩숲처럼 보이는데 20년 전에는 '바다 위에 사할린의 도시가 나타났다'고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중국에서는 신기를 '바다의 도시'라고 쓴다니 그럴 듯한 표현이다.
유**비 2026.05.14.
p.273
갑자기 죽은 하라다 씨가 생각났나. 그는 제멋대로 구는 야생동물을 질색했지만 없애 버리자는 데에는 앞장서서 반대했다. 또 그는 "모든 게 다 사람의 것은 아니지. 우리 농민들에게는 훼방꾼이 좀 있어야 쓸쓸하지 않아서 좋아"라며 말하곤 했다.
유**비 2026.05.14.
p.249
새들은 이빨이 없기 때문에 먹이를 몸속에서 부스러뜨려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모래주머니다. 그러나 그 기관만으로는 부족한지 물새들은 먹은 것을 으깨어 부수기 위해서 작은 돌을 모래주머니 안에 자꾸 삼켜 넣는다. 그런데 산탄의 탄알은 크기로 보나 딱딱한 정도로 보나 그 용도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다가 소화를 위한 보조재로써 삼킨 납 탄알이 위액에 녹아서 속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유**비 2026.05.14.
p.245
엄동설한의 이 계절, 약 한 달간에 걸친 모든 여우의 사랑 드라마가 끝난다. 그리고 암컷을 찾아 계속 방랑하던 수컷들이 굴에서 자고 있는 암컷 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암컷이 교미한 상대인지는 분명치 않다. 53일 뒤에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암컷은 보금자리인 땅굴 속에서 새끼를 낳고 어미로서의 즐겁고 바쁜 계절을 맞 는다.
유**비 2026.05.14.
p.242
그런데 날이 새기 직전에 시작하는 고니들의 아침 의식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아무튼 그 짧은 동안에 무자맥질, 기지개, 날갯짓, 털 손질, 울어 대기 등을 일제히 해 대니 시끄럽기가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뚝 그치는 것이다. 특히 무자맥질은 덥고 땀이 날 때 해야 할 텐데 지독하게 추운 새벽에 웬 무자맥질일 까? 하지만 좋아라고 물장구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저 기분이 좋아서 그러는 것 같다. 물안개 속에 펼쳐진 환상 같은 광경을 찍 느라고 1시간이나 밖에 있었더니 집게손가락이 동상에 걸렸다. 다 낫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유**비 2026.05.14.
p.232
언젠가 친구 하나가 훈제한 바다빙어를 가지고 왔다. 맛은 좋았는데 양이 너무 많아 처치 곤란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들은 일정량 이상으로 고기가 잡히면 멈출 줄 모르고 무턱대고 잡는 데만 열을 올리고, 또 많이 잡히는 고기는 잘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비 2026.05.14.
p.231
언젠가 책을 읽다가 이런 종류의 마가목 열매에는 녹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기온이 뚝 떨어져서 과육이 얼 정도가 되면 독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새들이 모여드는데 그때 가 바로 마가목 씨가 완전히 익는 시기다. 씨를 충분히 익혀서 싹이 트는 시기를 맞추기 위해, 새들이 너무 일찍 열매를 먹지 못하게 하려는 나무의 속셈인 것 같다. 이제 마가목은 바깥 기온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도 귀띔해 주고 있다.
유**비 2026.05.13.
p.208
모두들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생활을 한다. 그들에게 는 인간들이 떠들어 대는 지구의 미래에 대한 책임이 없다. 동면이라는 삶의 방식을 잊어버린 인간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어느새 농촌도 도시화되었다. 오로지 쾌적한 생활의 탐구에만 골몰하는 문명인 집단이 마치 괴물처럼 보인다. 낮 시간이 훨씬 줄어든 12월이 되면 보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유**비 2026.05.13.
p.197
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생물은 야성을 포기한다. 자기를 지키기 위한 공격성을 접고, 자기 몸에 닥친 어떤 운명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취한다. 그래서 사람 가슴에 안겨 우리 집에 들어서는 다친 야생동물은 그저 꼼짝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다. 마치 저항하지 않음으로써 마지막 삶의 에너지를 아껴 두려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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