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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포르투갈어와 신문방송을 전공한 뒤 1988년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했다. 2000~2001년 영국 외무부 쉐브닝(Chevening) 장학생에 선정되어, 런던 시티대학교(City University)에서 석사학위(전자신문 전공)를 받았다.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뜨거웠던 민주화 시위 현장을, 1990년대의 한국 경제와 산업의 발전 과정, 이후 닥친 외환 위기와 이를 극복하는 현장을 취재했다. 2003~2010년 한국경제신문에서 영상정보부장을 지냈으며, 2005년부터 8년 동안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디지털 시대의 포토저널리즘]을 강의했다. 2013년 한국의 첫 북극항로 항해에 동승 취재했으며 그곳에서 촬영한 해빙 사진들이 2014년 [동강국제사진제]에 초대, 전시되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 편집위원으로 현장 취재를 하며 예술 사진 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작가의 전체작품

작가의 추천

  •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단종을 당한 정기진씨, 온통 담쟁이덩굴로 덮여 스산한 전북 김제의 일제 백구금융조합 건물 그리고 충북 충주역에 기이한 모습으로 서 있는 일제가 세운 급수탑. 사진가 전재홍의 사진집 '리틀보이'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고요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작가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잊어가고 있던 일제 잔혹사의 증인들을 전격적으로 소환해, 아직 일제 침략의 역사는 종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전재홍은 한국적 정서와 동떨어진 생소한 형태의 시설들을 들춰내 일제의 한반도 수탈이 얼마나 집요하고 악랄했는지 선명하게 일깨우고 있었다. 전재홍의 사진집 ‘리틀보이‘는 3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일제 만행의 피해자들을 찾아 그들의 모습을 담은 ‘제국의 휴먼’, 제2부는 일제가 한반도를 수탈하기 위해 세웠던 건물들을 찾아내 촬영한 ‘제국의 평야’, 제3부는 한반를 약탈하고 통치하기 위해 일제가 철도역마다 설치한 철도급수탑을 기록한 ‘제국의 바벨탑’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일제 침략의 역사가 ‘이미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제 침략 이후 국내에서 시도된 최초의 대규모 사진 작업이다. 제1부인 ‘제국의 휴먼’은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에 산재해 살아가고 있는 일제 만행의 피해자들을 찾아 그들의 모습을 잔혹한 침략의 흔적이나 인물들의 삶의 터전을 배경으로 담은 사진들이다. 국내에서는 신사참배 거부했다는 이유로 단종된 피해자, 강제노동에 동원됐던 사람들,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인들과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했던 부부 등을 담았다. 전재홍은 또한 국경을 넘어 중국 길림성에선 강제이주 및 세균전의 피해자들을, 흑룡강성 하얼빈에서는 731부대 생존자를 촬영했다. 작가는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 및 조선족 중국인들까지 등장시켰다. 전재홍은 일제 만행의 피해자들을 그들의 삶과 관련된 장소를 배경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말없이, 동작도 없는 그들의 모습에서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재홍의 ‘제국의 휴먼’ 작품들은 ‘사진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일제가 저지른 역사적 사건들은 분명히 문자로 상세히 기록돼 있다. 하지만 그런 기록과 정보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크게 흔들지는 못한다. 그런데, 전재홍은 문서로 기록된 막연하고 어렴풋한 사건을 단번에 현실의 장면으로 되살려냈다. ?‘제국의 평야’는 전재홍이 조선은행군산지점, 백구금융조합, 구마모토 농장사택, 이노우에 농장, 히로쓰 농장, 옥구저수지, 옥구양조장, 임피역, 임피 정미소, 익옥수리조합 등을 기록한 연작이다. 일제가 한반도를 경제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세운 시설들이다. 작가의 앵글 속의 시설물들은 일제의 음습한 손길이 아직 한반도에 뻗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가득 담고 있다. 작가의 카메라는 오랜 세월 한반도 곳곳에 숨어있던 일제의 망령과 같은 건물들을 하나씩 추적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과 ‘뿌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건축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것들이 일제 때 세워진 일본식 건축양식이란 것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제국의 평야’ 속 건축물엔 기이한 이질감이 담겨있다. 그것은 단순히 이국적인 느낌이 아니다. 겉은 비슷해 보이지만, 우리에게 섞일 수 없는, 성질이 다른 괴물체를 마주한 듯하다. ‘제국의 바벨탑’은 거대한 급수탑을 찍은 사진들이다. 일제는 철도를 이용해 한반도에서 각종 물자를 빼 내갔다. 그들은 원활한 철도 운영을 위해 한반도 곳곳에 철도 급수탑을 세웠다. 그 탑들은 우리 땅에서 기름을 짜내기 위한 ‘욕망의 바벨탑’이었다. 전재홍은 그런 급수탑이 아직 전국에 철도역에 22개나 버티고 서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급수탑들은 겉모습만 봐서는 무엇을 위한 시설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질적이고, 기괴하다. 거대한 시설을 지으면서 건축미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 했던 일제의 야만적 감각의 결과물이다. 전재홍은 기이한 형상들을 고요하고 침울한 분위기로 선명하게 드러냈다. ‘리틀보이’ 작품들은 절규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무표정하고 동작도 없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작가는 렌즈로 무언가를 강력하게 부각하지 않았다. 인물과 주변이 쓸쓸하게 어우러져 있을 뿐이다. 그런데 관람자들은 표정 없는 얼굴과 깊은 주름 그리고 스산한 배경을 보고 인물이 견뎌야 했던 고난의 시간을 공감하게 된다. 조용하지만 전복적이다. 또한 우리는 직접 가 보지 않아도, 인물의 어깨 너머로 당시의 장면들을 목도하는 듯한 경험을 한다. ‘제국의 평야’와 ‘제국의 바벨탑’ 사진들은 ‘유형학적 사진’의 선구자인 독일의 베허 부부의 작품을 떠올린다. 하지만 전재홍의 사진들은 출발점이 다르다. 낡은 건축물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지만, 베허 부부가 바라본 시설물들은 미학의 대상이었고 전재홍이 응시했던 피사체들은 미학의 차원을 넘어선 잔혹한 역사의 증거물들이다. 전재홍은 사라져가고 있는, 하지만 아직 고통스럽게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들을 집대성해 우리 앞에 덜컥 펼쳐놓았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리틀보이’다. 2021년 전재홍이 출간한 ‘리틀보이’는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잔인하고 집요했던 행적에 대한 예술가의 ‘한방’이다. - 일제 잔혹사의 증인을 소환하다
  • 전재홍은 사라져가고 있는, 하지만 아직 고통스럽게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들을 집대성해 우리 앞에 덜컥 펼쳐놓았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리틀보이〉다. 2021년 전재홍이 출간한 〈리틀보이〉는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잔인하고 집요했던 행적에 대한 예술가의‘한방’이다.
  • 이재용의‘삼각산의 요새 북한산성’ 북한산성에 대한 찬사 그리고 역사에 대한 위로의 서사시 '삼각산의 요새 북한산성'은 사진가 이재용이 북한산성과 현재 북한산으로 불리는 삼각산을 촬영한 사진집이다. 작가가 2010년부터 12년 동안 수백 차례에 걸쳐 11.6km에 달하는 북한산성을 탐사하고 취재한 기록이다. 그런데 단순한 풍경 으로서의 기록이 아니다. 북한산성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집인 동시에 그 피사체에 대한 인문학적, 건축학적 탐구의 결과물이다. 북한산성의 곳곳에 숨겨진 역사와 의미를 꺼내 펼쳐놓은 이 책의 사진과 서사는 깊이와 넓이가 일반적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역사적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또한 축조방식에 대한 건축학적 정보도 상세하게 제 시했다. 사진과 인문학, 건축학적 정보를 조화롭게 엮어 완성한 독특한 작품집이다. 사진 작업의 주제에 대해 고민하던 이재용은 북한산 등산 도중 돌에 걸터앉아 무심히 그 돌을 어루만졌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엔 섬광 하나가 지나갔다. 평범했던 성곽의 일부분이 새로운 존재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2010년 1월1일 새벽 이재용은 카메라를 들고 북한산을 올랐다. 그날부터 작가의 북한산성 작업이 시작됐다. 이재용은 또한, 북한산성과 북한산에 대한 고서부터 현대의 논문까지 모두 찾아 읽었다. 방대한 독서를 거듭하자 작가의 시선이 달라졌다. 보통사람 들이 알아챌 수 없는 북한산성의 특별한 장면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북한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뒤 숙종임금이 견고한 성곽의 필요성을 절감해 축성을 추진한 성곽이다. 어떤 화포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돌 쌓는 방식을 바꿔 지은 튼튼한 산성이다. 그런데 산성 축조 후 한반도 내에서 전쟁이 없었다. 조선 말, 극도로 국력이 쇠약해진 조선은 전쟁도 없이, 허무하게 일본에 합병되고 말았다. 백성들은 전쟁을 대비해 정성껏 북한산성을 세웠지만, 실제로 써보지 못했던 안타까운 성곽이다. 이재용은 그런 북한산성에 특별한 애정을 느꼈고, 사진 작업에 몰두하게 됐다. 이 책은 북한산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해설로 시작한다. 그런데 그 상세함이 예사롭지 않다. 백운대와 인수봉의 설경, 목도리 같은 구름에 휩싸인 삼각산, 저무는 태양의 빛을 받아 아늑하게 빛나는 봉우리들을 담은 사진들도 환상적으로 펼 쳐진다. 또한, 곳곳에 조선의 임금들과 문인들이 북한산에 대해 지은 시구(詩句)들이 등장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북한산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책에 게재한 모든 사진 아래 그 피사체의 위도와 경도를 표기했다. 이는 피사체들의 역사적, 건축학적, 군사학적 의미에 대한 확인이고 그 존재들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가치는 북한산성의 내밀한 곳을 보여준다는 것에 있다. 수문, 수문지, 돈대, 체성 등 옛 성곽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으면 찍을 수 없는 구조물들을 담은 사진과 구체적이고 간결한 설명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북한산성 성벽의 디테일과 특징을 포착했고 또한 성벽의 구조, 건축학적, 과학적 특징을 설명했다. 고축, 반축, 반반축, 여장 등 성벽을 쌓는 방식에 따른 형태를 담았고 그것에 대한 기술적, 인문학적 해설을 덧붙였다.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등 다양한 문과 성곽, 누각, 비석들에 대한 사진과 이야기도 이어진다. 이재용의 사진과 글을 따라가다 보면, 북한산성에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쌓은 구조물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란다. 또한, 그 모든 것을 정밀하게 촬영하고 설명한 작가의 열정과 끈기에 감탄하게 된다. 이재용은 하나의 피사체를 여러 계절과 각도에서 담았다. 그래서 그의 사진들은 시각적 재미를 준다. 피사체를 최적의 빛에서 촬영하기 위해 작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해 뜰 무렵이나 저물 무렵에 산을 올랐다. 그래서 대상들의 본래 모습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었다. 책은 기본적으로 '선형구조(linear structure)'로 이루어져 있다. 독자는 작가가 구성해 놓은 순서에 따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콘텐츠의 흐름이 중요하다. 이재용은 부분을 담은 사진과 넓게 찍은 사진을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했다. 사진과 글의 배열도 매끄럽다. 글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세밀하지만 길지 않다.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글과 시원하고 맑은 사진들이 조화를 이루었다. ‘삼각산의 요새 북한산성’에 등장하는 235장의 사진들 가운데 이 책을 상징하는 하나의 장면을 고른다면 성덕봉 치성에서 눈 쌓인 능선 위의 대성문과 성곽, 그 뒤로 석양을 받아 빛나는 서울 도심을 담은 작품이다. 북풍한설을 맞으며 서울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는 북한산성을 담아낸 이 사진은 신하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북한산성을 건립한 숙종의 간절한 마음을 전하는 것 같아 뭉클하다. 이재용의 '삼각산의 요새 북한산성'은 우리 민족의 지혜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함축하고있다. 그의 작업은 북한산성에 대한 찬사이자 우리 역사에 대한 위로의 서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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