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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영한 번역가. 토론토에서 태어났고 서울에 산다. 문학, 인문, 예술 분야와 영상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데버라 리비의 『살림 비용』과 『알고 싶지 않은 것들』, 사뮈엘 베케트의 『머피』, 주나 반스의 『나이트우드』, 조애나 월시의 『호텔』, 앨리 스미스의 『호텔 월드』, 제니 페이건의 『파놉티콘』 외 다수의 소설과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스몰의 『바늘딸』, 바바라 스톡의 『반 고흐』, 틸리 윌든의 『아미 러브 디스 파트』 등,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한국어로 옮겼고, 김숨, 이상우, 천희란, 한강의 단편 소설과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I’ll Go On)』, 『디디의 우산』 을 영어로 옮겼다.

작품 밑줄긋기

꿀*니 2026.03.28.
p.160
여자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자기 이름을 지워버린 사회의 서사와 결별할 때, 그가 맹렬한 자기 혐오에, 미칠 것만 같은 고통에, 눈물이 멎지 않는 회한에 빠지리 라는 게 사회 통념이다. 이런 것이 여자를 위해 마련된, 그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손에 쥘수 있는 가부장제의 왕관에 박힌 보석들이다. 눈물지을 순간이 넘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는편이낫다.
꿀*니 2026.03.27.
p.105
우리 어머니들은 이러한 생활 가운데 우리와 살아가고,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모든걸어머니 탓으로 돌린다. 동시에 우리는 어머니의 인품과 삶의 목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신화들과 공모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면서도 어머니가 우리 몫의 불안감마저 떠맡을 것을 요구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 불안으로 넘쳐 나기에. 어머니에게 우리의 감정을 털어놓지 않을 때조차 우리는, 불가사의하게도, 우리가 느끼는 바를 어머니가 모조리 이해해 주리라 기대한다. 어머니가 우리에게 헌신하고 우리를 시중하는 자아가 아닌, 우리너머에 있는 당신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자아에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우리의 보호자이자 양육자여야 하는 어머니의 신화적이고 원초적인 사명을 어긴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어머니가 너무 가까이 다가온다 싶으면 어머니가 우리를 질식시키고, 전염되기 십상인 불안감으로 우리의 섬약한 용기를 감염시키려든다고 여긴다. 아버지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 우리는 그게 아버지가 응당 해야 할 몫이라며 용인한다. 어머니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는 어머니가 우리를 버렸다고 느낀다.
꿀*니 2026.03.27.
p.107
다른 사람이 우리 대신 상상해 온 인물이 되는 건 자유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두려움에 우리 삶을 저당 잡히는 일이지.상상으로나마 자유롭다고 여기지 못한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꿀*니 2026.03.27.
p.104
꿈에 젖은 어머니가 우리에게 무슨소용이라고? 우리는 우리 너머를 바라보며 다른 곳에 있기를 갈망하는 어머니를 원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 발 디딘, 활기차고 능력 있고 우리의 필요와 요구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어머니를 필요로 하지.어린 시절의 나는 어머니의 몽상가적인 측면을 조롱하고 돌아서면서 엄마는 어떻게 꿈도 하나 없느냐고 모욕 했으려나?
꿀*니 2026.03.27.
p.82
나는 혼자였고 나는 자유였다. 관리되는 것도 거의 없고 수도나 전기 같은 기본 시설마저 수시로 끊기는 집에 따라붙는 막대한 관리비를 지불할 자유가 내게 있었다. 식구를 부양하기 위해 목숨을 다해 가는 컴퓨터에 글을 쓸 자유가 내게 있었다.
꿀*니 2026.03.18.
p.26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자유를 쟁취하고자 분투 한사람치고 그에 수반하는 비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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