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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균원은 1981년 《광주일보》와 2004년 《서정시학》 시 부문으로 등단하여 지금까지 네 권의 시집을 상재한 국내 중견 시인이다. 시집으로 《허공에 줄을 긋다》 《딱따구리에게는 두통이 없다》 《집밥의 왕자》 《목탁귀》가 있다. 그는 또한 영시를 가르치고 번역하며 사유해 온 평론가·교수이기도 하다. 최근 시집 《목탁귀》는 An Ear to Moktak’s Knocking이라는 제목을 나란히 달고 2025년에 한영 상성(相成) 시집(Korean-English Symbiotic Poetry)으로 출판된 바 있다. 그는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서 두 언어가 서로를 밝게 비추는 지점을 계속 탐색해 왔다. 특히 동시대의 영시와 한국시 사이에서 상생의 번역과 상호 보완적 사유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고 《늦은 사랑과 이른 전쟁》은 최근 십여 년의 번역과 평설을 한 권으로 묶은 결과물이다. 이 책에 앞서 동시대 미국 시에 관한 연구 방향에서 《1990년대 미국시의 경향》과 《욕망의 고삐를 늦추다: 퓰리처상 수상 시인들에 관한 에세이》를 출간한 바 있다. 이로써 그의 연구는 1990년대에서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십 명에 달하는 퓰리처 시문학상 계보를 아우르면서 그 연속성과 다양성을 국내 독자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연속 작업에서 그는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시인은 차이의 쓸모를 구현하는 자이며 번역가와 평론가는 삶의 방식의 교차점에서 ‘잘 보이지 않는’ 그 쓸모를 드러나게 하는 자라는 사실을.

작가의 추천

  • 변영희의 사유는 “순간이 억겁이고 찰나인 나날들”에서 해묵은 씨앗을 발아하는 반추의 방식에서 진실에 맞서는 힘을 키운다(「못」). 그녀의 화법이 범상한 듯 비범한 이유는 정주하는 시간 안에서 시간이 숙성되는 탓이리라. 잠깐 타오르는 것일지라도 그 불씨에 의지하여 시인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변영희는 감각에 조응하여 투망을 걷어 올리듯 비선형적 의식의 흐름을 낚아내는 재주가 있다. 「여긴 어디죠?」에서 찰나의 파동이 극화되는 형식을 보라. 파밭을 스치면서 시인은 올리브그린 색채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 감미로운 발흥은 곧장 밭 가장자리 호박들이 “검은 심장을 끌어안”고 “서로 기대어 무너”지는 역설과 부딪힌다. 삶의 고단함을 가리는 담장에 “물고기와 잠수부”를 그리자 삶의 거처는 “깊은 바다”가 된다. 여기서 시인은 현실과 상상이 긴장 속에 유지하는 어느 균형을 무의식적으로 성취한다. 파밭에 “열렬한 고요”가 쏟아진다. “귓전에 파고드는 벌레들의 노래”가 울린다. 고통은 직접 발화되지 않고 다만 그 흔적으로 정제되어 일렁인다. 바라면서 기다리는 것, 이것이 힘든 삶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수 있다. 결핍의 감정을 물결처럼 흘려보내는 무심한 어투에 귀를 기울여 보라. 감각과 의식의 춤이 직조하는 풍경은 저물녘 갈대밭처럼 구체적이면서 추상적이다. 변영희는 생의 굽이마다 시간의 흔적을 “염탐”하고(「개미」) 그 버거운 그림자를 헹궈 냄으로써 뭔가를 새롭게 발색하는 재치에서 뛰어나다. 견인주의적 자의식과 휘발성 상상을 거쳐 다시 마주하는 현실은 어느덧 참을 만하다, 때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렇듯 발랄한 호흡 그리고 “부드러운 말맛”을 벗 삼아 변영희는 필생의 현주소를 시적 체온으로 육화하려 분투하고 있다(「부드럽게, 어서」).
  • 김소희 시인은 작별의 밀사이다. 무언가에게 안녕을 고하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지 어찌 삶에 밀착되어 있는지 또한 어떻게 창조의 근원이 될 수 있는지를 은밀하게 알려준다. 그의 균형 감각은 헤어짐의 과정에 파생하게 되는 고통과 혼란뿐만 아니라 그 의미와 가치도 바닥의 깊이까지 파고든다. 동그라미 역학에 의존하는 포용과 균형의 감수성에서 작별의 수사는 이별의 감상을 다루는 여타 시들과 엄연히 구분된다. 작별은 상충하는 여러 감정들이 병존하는 복잡한 경험이다. 냉정한 판단, 피할 수 없는 후회, 따뜻한 포용이 소용돌이치는 낯선 영토에서 김소희 시인은 자신의 작별에 고유한 수사와 서사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의 시가 인도하는 작별의 영토에 발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모종의 끝과 시작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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