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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예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술사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미술계에 뛰어든 이래 청담동 소재의 몇몇 화랑을 거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뜻한 바 있어 2008년 말 현장에서의 활동을 정리하고 과감히 백수가 되었으며, 박사 논문을 완성한 후 다시 현역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현장을 떠나 박사 과정에서 공부하는 동안 미술과 인문학적 인식의 영역에서 얻은 성장과 깨달음이 이 책을 쓰게 한 동력이 되었다. 지은 책으로 『어떤 그림 좋아하세요?』,『큐레이터와 딜러를 위한 멘토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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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씨에게 생명 부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편지를 받게 되니 조금은 당황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 미리 밝혀 두고 싶은 것은, 지금 파랑 씨에게 드리는 글은 제 아내를 위한 글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제 자신과 아내를 동시에 밝혀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와 제 아내는 1972년, 파랑 씨가 졸업한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아내는 동양화 채색을, 저는 건축학을 전공했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다가 1981년 이곳, 미국으로 이주 해 왔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단 한번도 다른 영역을 기웃거리지 않고 아내는 화가로 써, 저는 건축가로써 저희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열심히 걸어왔습니다. 이제 은퇴할 나이가 되고, 지난 세월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이치 일지 모릅니다. 어느 날 뒤 돌아보니 어느 덧, 이곳 라성에서 산 세월의 길이가 고국에서의 그것보다 길어져 버렸습니다. 세월은 물같이 흐릅니다. 제가 파랑 씨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경위는 이렇습니다. 요즈음 시간이 허락하면 헌 책방에 들려 미학을 비롯, 예술에 관한 글을 보곤 하는데, 우연히 마주친 파랑 씨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시작이 당차고 솔직해 파랑 씨 책을 사 들고 돌아오는 길에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글을 쓴다는 행위가 때론 부질없는 언쟁을 유발키도 하는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 회자하는 글들이 때로는 주제의 선책에서 결말 까지가 너무 구태의연한 경우를 접히게 됩니다. 그저 있으나 마나 한 글이 세상을 떠도는 셈이지요. 그런 환경에서 마주친 파랑 씨의 글은 신선한 충격이라고 나 할까요? 이미 위에 밝혀 놓은 바 대로, 제 아내는 평생 화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40년이 넘는 세월을 화가로 살아온 셈 입니다. 고국은 물론 뉴욕을 비롯 유럽의 여러 곳에서 개인 전, 구룹 전을 가지는 등 나름대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 온 전업 작가인 셈이지요. 하지만 아내가 전시를 통해 팔은 작품 수는 열 손가락 안에 들리라 생각합니다. 추측하건 데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제 아내의 경우, 작품이 대부분 대작입니다. 작품의 크기가 240cm x 360cm 정도의 크기기가 대 부분이니, 설사 작품이 마음에 들어도 살 엄두를 내기는 쉽지 않을 테지요. 아내 인들 마음이 타는 듯한 순간이 없었겠습니까? 화가에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만도 아니지 않습니까? 오죽하면 이 중섭은 담배 은박지에 못으로 그림을 그렸겠습니까! 우리는 화가 이기전에, 건축가 이기전에 사람입니다. 생존하는 모든 생명체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당연히 생명을 지켜 낼 방도-살 방도를 생각 하겠지요. 하지만 제 아내는 늠름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왔습니다. 저 자신도 아내에게 명품 가방은 고사하고 그 흔한 벤츤 한번 태워 주지 못했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잠들어 있는 아내를 바라 보노라면 코 끝이 짠 해집니다. 가끔, 제 아내가 말을 걸어옵니다. 어쩌면 혼자 하는 중얼거림 일지도 모릅니다. “화가로서 40년 이상의 세월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온 것만으로 나의 삶은 성공적이었죠” 물론 그 마음에 아쉬움이 남아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제가 왜 파랑 씨에게 글을 쓰는지 눈치를 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 생각을 달리 할 수도 있지만, 제 아내의 그림은 정말 좋습니다. 한 번 보셨으면 합니다. 물론 모든 창작은 복사에서 시작한다는 말도 있습니다마는, 제 아내의 경우 누구의 생각을 빌려 온 적도 없고, 누구의 화풍을 도용한 적도 없습니다. 작품의 기본기가 되는 데생 실력은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리라 생각합니다. 팔 불출 이야기가 길었습니까? 소박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좋은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져야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은 그림을 보고 있 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로, 오직 한 길 만을 고집해온 작가에게 주는 위로의 선물로, 그림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Post Scriptum: 박 파랑 님께 드리는 편지를 맺으며 문득 파랑님이 쓰신 “어떤 그림을 좋아하세요” 라는 글이 언제 쓰여 졌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책 뒷면을 찾아보니 2005년도에 쓰신 책입니다. 책의 구입처도 헌 책방이고, 글을 시작하는 품세가 예사롭지 않아 편지부터 쓰는 성급함으로 인해 세월이 많이 지난 글을 읽고 혼자 설레었구나 하는 자조감이 남았습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다만 걱정은 박 파랑 님 깨서 아직 이 계통의 일을 하시는 지? 궁금 증이 남습니다. 혹여 이제는 다른 일을 하시더라도 끝까지 읽어 주시 길 부탁드립니다. 2019년 4월 멀리 라성에서 송 우인 드림.
우* 2019.04.18. 오전 2: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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