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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투르게네프의 후기 중단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리키세계문학연구소 연구교수와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을 지내고 현재 단국대학교 러시아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설의 정치학 : 투르게네프 소설 연구』『사냥꾼의 눈, 시인의 마음』『러시아 문학의 이해』(공저) 등이 있고 러시아 문학에 관한 많은 논문을 썼다. 옮긴 책으로 미르스키의 『러시아 문학사』, 투르게네프의 『귀족의 보금자리』와 『첫사랑』, 부닌의 『아르세니예프의 생애』『숄로호프 단편집』『추콥스키 동화집』『내가 처음 만난 톨스토이』『학교에 간 필리포크』『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등이 있다.

작가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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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2026.07.22.
p.93
'아내는 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인색하지. 복권에 당첨되면 나한텐 기껏해야 100루블만 줄걸. 나머지는 궤짝 속에 넣고 자물쇠로 잠가 두겠지.'그는 이미 미소가 아니라 증오심을 띠고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도 증오심과 적의를 품고 남편을 바라보았다. 아내 또한 자기 나름의 희망찬 공상과 계획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남편이 지금 무슨 공상을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누가 맨 먼저 자신의 당첨금에 손을 내밀지도.'남의 돈을 가지고 잘도 공상을 하는군!' 그녀의 시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안 돼, 감히 누구 돈을 넘봐!'남편은 아내의 시선을 알아챘다. 그의 가슴속에서 다시 증오심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아내에게 적의를 품고 그녀를 약 올리기 위해 신문의 네 면을 재빠르게 들여다본 뒤에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조 번호는 9499, 복권 번호는 46! 26이 아니군!"희망과 증오, 이 둘이 단번에 사라졌다. 그 즉시 이반 드미 트리치와 아내는 자기들의 방이 어둡고 비좁고 내려앉은 듯 느꼈다. 그들이 먹은 저녁도 배를 그득하게 채워 주기는커녕 단지 위를 압박할 뿐이었고 저녁이 유난히 길고 따분하게 여겨졌다······. _'복권'중에서#리딩런
R****D 2026.07.16.
p.165
"병든 사람들과 노파들에게서만 기적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돼요. 건강이야말로 진짜 기적이 아닐까요? 그리고 삶 자체가 기적이에요. 이해할 수 없는 것, 바로 그게 기적이죠." _다락방이 있는 집
R****D 2026.07.09.
p.107
잠에서 깨어난 양들이 3000마리 정도 되었다. - 반쯤 짓밟힌 키 작은 풀을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물어뜯기 시작했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모든 분묘들과 저 멀리 구름을 닮은, 뾰족하게 솟은 사우르 묘지가 보였다. 이 묘지에 올라서면 하늘처럼 평탄하고 끝이 없는 평야가 보이고, 지주들의 저택, 독일인들과 몰로칸 교도들의 농가, 마을이 보인다. 아마 멀리까지 내다보는 칼미크인은 아득한 도시와 철도의 기차마저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고요한 초원과 영원한 세월을 지나온 분묘 외에 다른 세계, 땅에 묻힌 행복과 양들의 생각과는 무관한 다른 삶이 있음을, 오직 여기에서만 알 수 있다. _'행복'이 세상에는 고요한 초원과 영원한 세월을 지나온 분묘 외에 다른 세계, 땅에 묻힌 행복과 양들의 생각과는 무관한 다른 삶이 있음을, 오직 여기에서만 알 수 있다.멀리 떨어지면, 거리를 두면 비로소 보이는 풍경'높은 곳에 오르면 보고싶지 않아도 다 보여'산카의 머릿속에서 또 하나의 의혹이 맴돌았다. 왜 노인들만이 보물을 찾고 있을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지상의 행복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산카는 이 의혹을 질문할 수 없었다. 하기야 노인도 그에게 대답하지 못했으리라. 109 _ '행복'
R****D 2026.07.09.
p.205
솔직히 말해서 벨리코프 같은 사람을 땅에 묻는 것은 몹시 즐거운 일입니다. 묘지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는 겸손하고 위선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안도감을 겉으로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지요. 이 감정은, 가령 우리가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외출한 한두 시간 동안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며 정원을 뛰어다녔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습니다. 아, 자유, 자유! 자유의 가능성에 대한 암시나 희미한 희망조차 우리 영혼에 날개를 달아 줍니다. 그렇지 않은가요?우리는 유쾌한 기분으로 묘지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삶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예전처럼 흘러갔습니다. 회람을 통해 금지되지 않았지만 완전히 허락되지도 않은, 그 가혹하고 피곤하고 무의미한 삶 말입니다. 사정은 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벨리코프를 땅속에 묻었건만 상자 속 인간들은 여전히 많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무수히 나타날 겁니다!""정말 그런 인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이반 이비니치는 파이프를 피우기 시작했다."앞으로도 그런 인간들이 무수히 나타날 겁니다!" 부르킨이 되뇌었다. _'상자 속 인간' 중#리딩런
R****D 2026.07.09.
p.230
그는 과거에 만난 여자들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에겐 사랑 때문에 즐거워하던, 비록 짧았지만 행복하다며 고마워하던 편안하고 선량한 여자들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그의 아내처럼 진실성 없고 지나치게 말이 많으며 가식적인 데다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이건 사랑이나 열정이 아닌 뭔가 더 의미 있는 것이라도 되는 양 얘기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매우 아름답지만 차가운 성격을 지닌, 삶이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 내려고 탐욕스러운 얼굴로 뭐든 집요하게 낚아채려 했던 두세 명의 여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이미 젊지도 않고, 변덕스러운데다 분별력마저 없는, 고압적이고 멍청한 인간들이었다. 사랑이 식자 그녀들의 미모는 오히려 그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켰 고, 심지어 그들의 속옷 레이스조차 생선 비늘처럼 느껴졌다. _'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중에서
김*령 2026.06.28.
p.28
빠지고 창백해진 그녀는 하루 저녁에 전 생애를 경험한 듯하다. 나도 파리하고 피로하다. 우리는 마차를 타고 호텔로 향한다. 호텔에 당도한 그녀는 입을 다물고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 위로 쓰러진다. 나는 말없이 침대맡에 앉아서 그녀의 팔에 입을 맞춘다. 오늘 저녁 그녀는 나를 쫓아내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는 잠에 빠지고, 아침까지 자고, 서로를 쫓아내기 위해 잠에서 깬다……. 당신은 또 언제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지 아는가? 그녀가 무도회나 만찬 자리에 참석할 때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실제로 그럴 수 있는 듯, 그녀- <사랑에 대하여>, 안톤 체호프 지음 / 이항재 옮김 - 밀리의 서재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cba91c332d814f6d
김*령 2026.06.28.
p.26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녀는 영리하지만 그리 지혜롭지는 않다. 그녀의 두뇌는 이미 오래전에 탄력을 잃고, 지방에 뒤덮인 채 잠들어 있다. 변덕스럽고 쉽게 동요하는 그녀에게 확고한 신념 따윈 없다. 어제 그녀는 돈이란 무의미하고, 문제는 돈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늘 무려 네 곳에서나 음악회를 개최한다. 이 세상에서 돈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내일 그녀는 어제 말했던 것을 되풀이하리라. 그녀는 조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랑에 대하여>, 안톤 체호프 지음 / 이항재 옮김 - 밀리의 서재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cba91c332d814f6d
김*령 2026.06.26.
p.10
발광체인 태양에 마치 조그만 검은 반점들이라도 있는 양 당신의 현명한 저서에서 언급하셨습니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태양을 바라볼 수조차 없는데, 당신은 어떻게 태양의 반점들을 보았나요? 그리고 그 반점들 없이도 살아가는 데에 지장이 없건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태양에 반점들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태양에 있는 반점들이 타 버리지 않다니, 도대체 저 반점들은 어떤 축축한 물체로 만들어진 겁니까? 당신의 견해대로라면, 태양에는 물고기들도 살고 있을 테죠? 하찮디하찮은 제가 이렇듯- <사랑에 대하여>, 안톤 체호프 지음 / 이항재 옮김 - 밀리의 서재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cba91c332d814f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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