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
2026.01.02.
p.122
[서평] 바다의 철학, 생존의 투쟁과 휴식 사이의 균형-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를 읽고바다는 때로 거칠게 몰아치는 생존의 현장이기도 하고,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는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랑스 드빌레르는 이 책에서 바다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 특히 122페이지에서 작가는 수영이라는 행위를 통해 현대인의 '자기계발' 강박을 꼬집는다.“수영은 나르시시즘을 덜어내는 연습이다. 내가 정한 목표를 꼭 이루고 싶어 조바심이 든다면 시장에서 팔릴 만한 상품처럼 나 자신을 포장하겠다는 자아와 결별함으로써 그 조바심을 떨쳐버릴 수 있다.”작가는 우리가 스스로를 ‘시장에서 가치 있게 팔릴 상품’으로 취급하며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모습이 일종의 자아도취(나르시시즘)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조언이 다소 무책임하거나 현실 감각이 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치열한 자기계발은 나르시시즘이 아닌 '전문성'이다우리가 잠을 줄여가며 능력을 쌓고,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은 단순히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자아도취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자기계발은 삶을 지탱하는 가장 실질적인 무기이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전문성(프로의식)'의 발현이다. 내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나를 '상품화'하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아니라,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항해술을 익히는 것과 같다.만약 작가의 말대로 모든 포장과 목표를 내려놓는다면, 우리는 바다 위에서 부유할 수는 있겠지만 원하는 목적지로 나아갈 동력은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에서 팔릴 만한 상품처럼 나 자신을 포장하지 말라"는 충고는,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다소 거리가 먼 이상주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절이 주는 '쉼표'의 가치하지만 이 구절을 "너무 지칠 땐 잠깐 내려놓으라"는 의미의 쉼표로 받아들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영을 할 때 몸에 힘을 꽉 주면 오히려 물속으로 가라앉듯, 우리 삶도 때로는 힘을 빼는 시간이 필요하다.우리가 추구하는 '전문성'이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아니라, 나를 갉아먹는 조바심과 강박으로 변질될 때가 있다. 그때 바다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잠시 무중력 상태로 몸을 띄워보라고. 내가 세운 목표들이 나를 정의하는 전부가 아니며, 가끔은 '합리적인 의심'을 통해 내가 쫓는 가치들이 영원한 것인지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헤엄치는 법과 떠 있는 법의 조화《모든 삶은 흐른다》는 바다의 철학을 빌려 우리에게 '멈춤'의 미학을 설파한다. 그러나 그 멈춤은 포기가 아니어야 한다.작가의 말은 자기계발 자체를 부정하는 독설이 아니라, '상품'으로서의 나를 가꾸느라 '인간'으로서의 나를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묻는 경계의 목소리로 들어야 할 것이다. 치열하게 전문성을 쌓으며 파도를 헤쳐 나가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는 작가의 조언대로 나르시시즘의 옷을 벗어 던지고 바다 위에 대자로 누워보는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친 바다를 건너갈 '프로의식'이라는 노와, 지친 몸을 잠시 맡길 수 있는 '휴식'이라는 부표, 그 두 가지의 조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