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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잭 런던의 『불을 지피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뜬다』, 팔리 모왓의 『울지 않는 늑대』, 웬델 베리의『온 삶을 먹다』, 데이비드 스즈키의 『강이, 나무가, 꽃이 돼보라』, 『우리 아이들 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이 있으며, 이 외에도 『장기 비상시대』, 『인간 없는 세상』, 『리아의 나라』, 『작은 경이』,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등을 번역했다.

작가의 클래스24

작품 밑줄긋기

꿀*니 2026.05.28.
p.308
경제적으로 나는 광부나 건설 인부나 농장 인부와 한 배를 타고 있다. 나에게 그런 사실을 일깨워보라. 나는 그들 편에 서서 싸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문화적으로 광부나 건설 인부나 농장 인부하고 다르다. 그런 사실을 강조해보라. 그러면 나는 그들과 맞서 싸울지도 모른다. 나만 특별히 예외적인 사람이라면 문제도 아니겠지만, 나에게 맞는 얘기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해고당하는 꿈을 자주 꾸는 모든 은행원은, 파산 직전을 오가는 모든 가게 주인은 본질적으로 같은 처지이다. 그들은 침몰하는 중산층이며, 그들 대부분은 세련됨이 그들을 띄워주는 부표인 양 세련됨에 매달린다. 그러니 구명기구를 던져버리라는 말부터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꿀*니 2026.05.28.
p.289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기계와 기술의 발전은 결국 모종의 집단생산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꼭 평등주의적인 체제가 아닐 수 있다. 달리 말해 사회주의 아닌 어떤 체제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경제학자들에겐 실례가 되겠지만 경제적으도 집단 생산 체제인(즉 이윤의 원리를 제거한) 세계 사회를 상상하기는 아주 쉬우나 그것은 정치 군사 교육에 관한 모든 권력이 소수의 지배 계급과 그 하수인들의 손에 넘어간 사회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슷한 사회야말로 파시즘이 목표로 삼는 사회인 것이다. 물론 그런 사회는 노예 국가 또는 노예 세계라고 하겠다. 그것은 아마도 외양간 같은 사회 일터이며, 과학적으로 개발한다면 어마어마할 세계의 부를 고려할 때 노예들이 잘 먹고 만족하며 지내는 사회일 것이다. 벌에게는 큰 결례가 되겠지만, 파시스트들의 목표가 '벌집국가' 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그보다는 족제비의 지배를 받는 토끼들의 세상이라고 하는 게 더 적확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끔찍한 가능성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
꿀*니 2026.05.28.
p.279
버틀러의 『에레혼』에서처럼 날짜를 정해놓고 모든 기계를 파괴한다 한들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있던 기계를 다 파괴하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습성까지도 파괴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습성을 아주 조금이나마 지니고 있다. 이 세상 어느 나라에서든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한 무리의 개미 떼처럼 맹목적으로 집착하며 '진보' 의 행진을 벌이고 있으며, 그 나머지는 헐떡거리며 그들의 뒤꽁무니를 따라 가고 있다. 비교적 적은 사람들이 그러기를 바라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않기를' 적극적으로 바라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고 있다. 기계화의 과정 자체가 기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번쩍번쩍 하는 거대한 자동차 같은 그것은 우리를 태우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아마도 웰스의 안락 한 세계나 병 속에 든 뇌의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
꿀*니 2026.05.28.
p.262
우리가 인간의 자질로 찬미하는 것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재앙이나 고통이나 어려움에 맞서는 과정에서만 발휘될 수 있다. 그런데 기계적 진보의 경향은 재앙이나 고통이나 어려움을 제거하는 것이다. 『꿈』이나 『신 같은 인간』 같은 책에서 힘이나 용기나 아량 등과 같은 자질이 살아 있 는 것은 그것들이 매력적인 특성이며 온전한 인간에게 필요한 속성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유토피아의 주민들은 이를테면 용기를 기르기 위해 인위적인 위험을 만들어내고, 아무 쓸모도 없을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아령 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진보라는 관념에 대체로 나타나는 대단한 모순을 목격하게 된다. 기계적 진보의 경향은 환경을 안전하고 편하게 하는 것인데, 정작 거기 사는 사람은 자신을 용감하고 강인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것이다. 앞으로 맹렬하게 돌진하는 동시에 뒤로 절박하게 물러나려고 하는 꼴이다. 이는 런던의 증권 중개인이 중세 사슬 갑옷을 입고 사무실에 출근하여 중세 라틴어로 대화를 하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러니 결국 진보의 옹호자가 시대 착오의 옹호자가 되는 셈이다.
꿀*니 2026.05.28.
p.229
우리는 좀 생색내는 듯하긴 해도 애정 어린 미소를 띠며 프롤레타리아 형제들을 맞이하러 나갔건만! 우리의 프롤레 타리아 형제들은 우리에게 환대를 바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자살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본 부르주아는 당장 내빼기 마련이며, 빨리 내뺄수록 파시즘에 다가가기 쉽다.
꿀*니 2026.05.28.
p.215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영국인이 상대적으로 안락을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인도인 500만 명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여야만 한다. 그것은 참으로 못된 일이지 만, 우리가 택시에 발을 들여놓거나 딸기 곁들인 크림 한 접시를 먹을 때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대안은 제국을 뒤 집어엎고 영국을 축소시켜, 우리 모두 아주 열심히 일해야 하고 청어와 감자를 주로 먹어야 하는 춥고 시시하고 작은 섬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좌파 사람도 원치 않는 바다. 그러면서 그는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아무 도덕적 책임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는 제국의 단물은 다 빨아들일 태세이면서, 제국을 지키는 사람들을 조롱함으로써 자기 영혼을 구제한다.
꿀*니 2026.05.28.
p.212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누구나 그게 엉터리라는 것을 안다. 우리 모두 계급 차별을 맹렬히 비난하지만 그것이 정말 없어지기를 진지하게 바라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와 맞닥뜨린다. 그것은 모든 혁명적 소신이 갖는 힘의 일부는 이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은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꿀*니 2026.05.27.
p.184
모든 미덕은 프롤레타리아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왜 아직도 수프를 소리 내지 않고 마시려고 용을 쓰는 것일까? 이유는 속으로는 프롤레타리아의 몸가짐을 역겨워한다는 것밖에 없다. 노동 계급을 혐오하고 두려워하고 무시하도록 배운 어린 시절의 교육에 아직도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꿀*니 2026.05.22.
p.172
그게 우리가 듣고 자란 말이다.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넘을 수 없는 장벽과 마주친다. 어떤 호감도 혐오감도 '몸'으로 느끼는 것만큼 근본적일 수는 없다. 인종적 혐오, 종교적 적개심, 교육이나 기질이나 지성의 차이, 심지어 도덕률의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반감은 극복 불능이다.
꿀*니 2026.05.20.
p.146
아널드 베넷의 경우처럼 시커먼 산업 도시에서 어느 정도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건 꽤나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보들레르가 탄광 쓰레기 더미에 대한 시를 쓰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산업화의 아름다움이나 추함 자체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의 진정한 사악함은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어 뿌리를 뽑기가 아주 어렵다. 그 점을 명심하는 게 중요한 것은, 산업화가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것이면 해롭지 않다고 생각할 유혹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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