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로 익어가는 한 시인의 가을
김형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가을이 간다』에는 한 차례 인생의 고비를 지나온 사람의 남다른 마음이 담겨 있다. 지난해 시인은 건강 문제로 적지 않은 걱정과 두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우려했던 큰일은 아니었고, 그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일을 겪은 뒤 시인은 삶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 가족과 안부를 나누는 일, 친구를 만나 웃을 수 있는 일까지도 새삼 감사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펴낸 첫 시집 『한걸음 덜 가자』에는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려는 마음을 담았다. 이번 시집 『가을이 간다』는 그 성찰 이후에 찾아온 삶의 철학서이다. 한 걸음 덜 가고 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고, 당연하게 여기던 일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김형각 시인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건축사업을 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사업을 이어온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듯, 한 사람의 삶도 오랜 시간과 수고를 거쳐 비로소 자기 모습을 갖춘다. 김형각 시인의 시에는 그가 살아온 시간에서 우러난 성실함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짙게 배어 있다.
시인에게 고국 방문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어린 날의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서로의 얼굴에서 지난 시간을 확인하고,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는 순간은 먼 타국에서 살아온 시인에게 깊은 정신적, 문학적 자양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을이 간다』에는 계절에 대한 감상과, 사람과 시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면서도 지금 곁에 남아 있는 것들을 소중히 바라보는 마음, 고단한 삶 속에서도 감사할 이유를 찾으려는 마음이 페이지마다 잔잔하게 흐른다. 건강의 고비를 겪은 뒤 얻은 깨달음도, 타국에서 고국을 그리워한 마음도,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느낀 기쁨도 모두 이번 시집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김형각 시인의 시는 크고 화려한 언어보다 그가 살아오며 느낀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는 데 힘이 있다. 시를 접하게 될 독자는 자신의 지나온 계절을 돌아보고, 평범한 오늘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공감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시집 『가을이 간다』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 시집이 시인에게는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는 따뜻한 시집이 되고, 독자들에게는 잠시 걸음을 늦추어 삶의 고마움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