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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최종욱
국내작가 유아/어린이 작가
데뷔작
세상에서 가장 불량한 동물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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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 수의사. 자연과 동물이 좋아 수의사가 되었다. 전남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대관령 목장,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 광주 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등 다양한 곳에서 30년 넘게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중 70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는 우치동물원에서 오래 일했는데, 이곳에서 기린, 호랑이, 코끼리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야생 동물을 가까이서 돌보며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다. 그 덕분에 국내에 드문 야생 동물 수의사로 손꼽힌다.

흥미진진한 동물 이야기를 혼자만 간직하기 아까워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우리가 사랑한 멸종 위기 동물들』 등 여러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에 담았다. 지금은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작품 밑줄긋기

유**비 2026.05.25.
p.293
세상의 동물원 중에 진짜로 이익을 내기 위해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다. 원래 동물원이 만들어진 목적은 무분별한 도시 개발을 막기 위 한 것이다. 그래서 대개 왕립, 국립, 시립이라는 이름을 달고 공공의 목적을 위해 운영된다. 더구나 동물원이 단순히 동물 전시를 위주로 하여 시민들이 눈요기만 하고 돌아가는 곳으로 기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요즈음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 을 체험하는 생태 교육의 장, 멸종해가는 야생 동물을 보호하고 복원 시키는 동물들의 안식처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하려면 상업성보다는 공공성이 우선 보장되어야 한다. 동물원에서 상업성을 우선시하다 보면 인기 있는 동물만 보호를 받고 그렇지 못한 동물 은 쉽게 내쳐질 수 있고 또 동물 쇼라는 이름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유**비 2026.05.25.
p.273
곰에게는 겨울잠을 자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번식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추위를 피해 겨울에 새끼를 낳지 않지만 곰은 오히려 겨울잠에 들어가서야 새끼를 낳는다. 보통 500그램도 채 안 되는 아주 작은 새끼를 세 마리 정도 낳는데 몸무게가 어미의 1/1000 수준인 새끼들은 반쯤 잠든 어미 품속에서 따뜻하고 안락하게 겨울을 보낸 다. 동물원의 곰은 겨울잠은 자지 않아도 겨울에 새끼를 낳는 본성만은 그대로다. 우리 안쪽의 내실을 동굴 삼아 몸을 푼 암컷은 수컷이 괴롭히지 못하도록 새끼를 꼭 안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12월부 터 2월까지 3개월을 보내고서 날이 풀리면 어미 곰은 새끼들을 데리고 내실 밖으로 나선다.
유**비 2026.05.24.
p.226
초식 동물은 마취시키기가 까다롭다. 특히 서너 개의 위로 구성된 반추위를 가진 초식 동물들이 그렇다. 이런 동물들은 위가 커다란 발효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어서 이 발효 공장이 잠시라도 가동을 멈 추면 바로 반추위에 가스가 차는 고창증이란 무서운 병으로 이어진 다. 또한 과식한 상태에서 마취되거나 마취 후에 쓰러진 자세가 불안 하면 이 거대한 통에 담겨 있던 내용물이 왈칵 쏟아져 기도를 막아버리기도 한다. 이런 지경이 되면 어떻게 손쓸 방법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식 동물에겐 웬만해서는 마취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정 상태나 근육 이완을 유도하는 초기 단계의 마취약만 쓴다. 사슴의 경우 이 근육 이완제에조차 민감해서 사람에게 쓰는 양의 1/10만 사용한다. 그래도 자칫 심장마비를 부를 수 있어서...
유**비 2026.05.24.
p.228
마취는 계절별, 암수별 그리고 임신 여부 같은 생리 상태까지 면밀 히 고려해서 실시해야 하건만 여러 번 경험해 보았다는 이유로 체중 으로만 용량을 결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전에 내가 마취시켜 본사 슴은 모두 수사슴이었다. 주로 뿔을 자르기 위해 마취시키다 보니 자 연스레 뿔이 없는 암사슴은 마취시킬 기회가 없었다. 사고를 친 다음 에야 문헌을 살펴보니 겨울철의 암컷에게는 수컷의 1/4 용량만 쓰게 되어 있었다. 동물들은 겨울철에 생리적인 변화가 심하다. 겨울잠을 자는 곰 같은 경우는 체온이 내려가 심장 박동 수가 거의 1/4 수준으 로 떨어질 정도이다. 반면 사슴은 오히려 임신과 발정을 활발히 하고 두터운 털로 갈아입느라 심장이 더 활성화된다. 더구나 겨울에는 암 컷들이 대부분 임신 상태인데 임신한 암컷은 태아까지 피를 보내야 하다 보니 심장 박동 수가 더욱 늘어난다. 이런 암사슴에게 심장에 엄 청난 부담을 줄 수 있는 마취를 실시했으니 그나마 한 마리가 살아난 것이 기적이었다.
유**비 2026.05.24.
p.213
곰이나 멧돼지는 뱀에 물려도 잘 독이 퍼지지 않는 동물들인지라 마취제도 쉽게 듣지 않는다. 아주 비싸고 특이한 마취제를 써야만 겨 우 마취가 된다. 그래서 이때도 한 번에 10만 원가량을 들여서 조심스레 마취제를 쏘았다. 그런데 5분 정도 지나면 쓰러져야 할 곰이 비틀 거리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겨울을 지낸 뒤여서 몸에 생긴 생리 변화가 마취 효과를 반감시키는 모양이었다.... 다른 수의사가 지나가는 말로 "마취제가 치료약인 모양이야."라고 했는데 그 말이 아 주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실제로 마취제에 의한 치료 효과가 입증된 실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망이 없어 과량의 마취제로 안락 사를 유도했던 동물이 하루 이틀 자고 나서 기적처럼 병이 나은 기록도 있다.
유**비 2026.05.24.
p.211
동물원에서도 프렌치 키스 치료법을 종종 사용한다. 한번은 우리 동물원의 새끼 염소가 태반을 둘러쓰고 태어나는 바람에 양수를 들이 켜서 입만 벙긋거리고 있던 적이 있다. 그걸 보고는 이것 저것 잴 겨를 없이 즉시 염소의 코를 입에 넣고 힘껏 양수를 빨아올렸다. 양수의 짭짜름한 맛과 비린내가 입안에 확 몰려 들어왔다. 입을 막고 있던 양수를 빨아내 주자 새끼는 기운을 차리며 매애애 울음을 터트렸다. 새끼의 울음소리에 안도하며 나도 입에 있던 양수를 뱉어내었다. 그러고 나서 돌아보니 사육사들이 넋이 나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유**비 2026.05.24.
p.203
한의학 책에서 힌트를 얻다동물들을 치료할 때 한의학 지식들이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수의사 와 한의학이라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전통 수의학은 한의학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 치며 전통 수의학의 맥이 끊어지기는 했지만 최근 몇몇 뜻있는 사람 들이 수의 침구학과 수의 한의학의 부흥을 주창하면서 새롭게 태동하 고 있다. 나도 이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실제로 동물원에서 한 의학에 바탕을 둔 약초로 동물들을 치료해 효과를 보기도 했다.
유**비 2026.05.24.
p.188
동물 약의 발전은 사람 약의 발전을 그대로 따라간다. 하지만 그 속도는 사람 약보다 느리다. 개발 과정에서는 동물 실험을 먼저 거치면 서 정작 동물 약은 사람 약 다음에 만들어지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마저도 개발하는 곳이 주로 바이엘, 화이자 등 몇몇 다국적 제약 회사 에 한정되어 있다. 동물 복지 차원에서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비 2026.05.23.
p.171
젖소가 신비롭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봄이면 축사 안에 똥 냄새 대신 더덕 향기가 진동했다. 강원도에는 유난히 더덕이 많은데 젖소들 이 방목지에 나가면 꼭 물오른 더덕을 찾아서 먹고 오는 모양이었다. 또 늦가을 무렵에는 젖소들이 방목지에만 가면 일제히 숲 속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숲에 뭐가 있기에 저러나 싶어서 따라가 보았더니 여기저기서 우두둑우두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젖소가 도토리를 씹어 먹는 소리였다. 사실 소는 혀가 발달해서 미각이 뛰어난 편이다. 그런데도 쓰디쓴 도토리를 그렇게 열심히 먹는 것을 보면 몸에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이 있나 보다.
유**비 2026.05.23.
p.149
그렇게 서로 얼굴을 익힌 지 두 주 뒤에 이 둘의 합방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손에 물총과 폭죽을 들고 한 우리에서 만남을 성사시켰다. 혹시라도 싸움이 일어나면 폭죽을 터뜨리거나 물총을 쏘아서 둘을 떨어 뜨려 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토토(암컷원숭이)와 대원이(수컷침팬지)는 쭈뼛쭈뼛해하긴 했지만 딱히 싫은 티를 내지는 않았다. 폭죽도 물총도 필요 없었다. 오히려 폭죽이 있으니 어쩐지 결혼식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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