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이슈는 자본주의 사회의 재생산 문제부터 돌봄 이론까지, 인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매우 중요한 의제이다.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생활하면 필연적으로 노동이 발생한다. 때문에 가사노동은 젠더를 ‘넘어서는’ 인간의 조건이지만 동시에 젠더 관점으로 분석할 때 가장 설득력을 가진다. 왜일까?
오늘날 성별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고, 지하로 숨어들어서 인식하고 맞서 싸우기가 더 어려워졌다. 여성의 지위는 당대 남성의 지위와 비교되지 않고 과거 여성의 지위와 비교되어, 사람들은 ‘여성의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한다. 당대 한국 사회의 일부 시민들은 성차별의 실제를 부정한다. 심지어 ‘여성 우위’시대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의 논리 중의 하나는 ‘우리 집은 엄마가(아내가) 왕’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과 노동이 많다는 의미다.
공사 영역에 걸친 여성의 이중, 삼중 노동이 왜 ‘여성의 목소리가 크다, 남성이 억압받고 있다’는 사고방식으로 연결될까. 『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는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성차별이 젠더 갈등으로 둔갑한 이 시대에 필수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우리를 일깨우고 위로하고 힘을 준다. ‘나의 좋은 남성 파트너’들이 모두 이 책에서 분석되고 있다.
이 책은 가사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을 기존의 기계적 분담 논리에서, ‘가사와 육아가 누구의 머릿속을 점령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동시킨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대개 가사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들 남성들은 가사노동을 평생 ‘머리에 이고’ 살지는 않는다.
반면 여성은 여전히 치약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기가 식전에 먹어야 할 간식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집에 남아 있는 우유의 유통 기한은 언제까지인지를 기억하고, 때로는 가사 도우미와 협상도 해야 한다. 여성들은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에서 울리는 이 ‘알람 소리’에 시달린다.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 남편들은 가사에 ‘참여하되’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그냥 아내가 시키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나도 ‘돕고’ 싶어. 그냥 나한테 명령만 하면 안 될까?” 남편들은 굴복하는 척하면서 파트너에게 더 많은 노동을 자연스럽게 떠넘긴다. 왜 남성에게는 가사노동이 ‘보이지 않을까’
이 책은 이러한 남성의 태도를 ‘전략적’이라고 본다. ‘무기화된’ 무능력이라는 것이다(공적 영역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가진 남성이 도태되겠지만 가정에서는 부인에게 복종하는 ‘좋은’ 남편으로 간주된다!). 남성들은 자신이 가사노동에 서투른 모습을 반복적으로 증명함으로써, 가사 책임을 회피한다. 그리고 여성들은 보통 자기 남편의 ‘무능력’을 남편의 비겁함보다는 그의 천성 탓으로 돌리곤 한다.
오늘날 가시화되지 않은 가사노동 시간은 더 늘었다. 이 책은 인지노동이라는 개념으로 가사노동을 조직하고, 정리하고, 인식하는 데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는지, 얼마나 많은 감정노동을 하는지를 이성애 커플, 퀴어 커플을 망라하여 심층 인터뷰의 진수를 보여준다. 흥미진진하고 기시감에 무릎을 치게 만든다. 단숨에 읽힌다. 한층 진일보한 여성주의 ‘교과서’의 등장이다. 너무 중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