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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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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140*215*20mm |
ISBN13 | 9788983949592 |
ISBN10 | 8983949597 |
2024년 06월 13일 ~ 2024년 06월 18일
2024년 06월 17일 ~ 2024년 07월 14일
2024년 05월 27일 ~ 2024년 12월 31일
2024년 04월 23일 ~ 2024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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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1일 ~ 2024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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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서은 작가의 청소년문학 신작
나라도 없고, 부모도 없고, 집도 없는 유령아이를 읽고...
손서은 작가의 문장은 거친 파도를 몰고오는 폭풍우 같다.
매력적이고 유혹하는 문장에 빠져 슬프고, 분노하고, 젠장! 욕도 하면서 유령아이를 재밌게 읽었다.
언뜻 유령아이란 제목을 보고 누군가는 호러소설를 떠올릴 수 있다.
진짜로 유령아이가 독자들의 상상대로 호러물이었다면 재미있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실에도 유령아이는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 유령아이가 처한 현실이 호러물보다 더 기묘하고 무시무시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도 한때는 유령아이였다. 청소년시절 나를 지켜줄 부모도 곁에 없었고 집도 없었다. 시골집을 떠나 도시의 유령아이로 살아가는 것은 서럽고 팍팍했다. 친척집을 떠돌며 눈칫밥을 먹고 고된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던 시기. 돈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직장을 옮기며 나는 점점 도시의 유령이 되어갔다. 그래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꿈을 잃지 않았는데, 도시는 시골 촌뜨기의 꿈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마치 이 책의 마이크처럼.
시리아 난민인 마이크는 15살 소년이다. 그리스 크레타섬 부겐베리아식당의 호객꾼으로 살고 있다. 그 누구도 마이크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야했다. 10사람을 모아 식당에 데려다 주면 5달러를 받는 생활.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도 마이크는 꿈을 잃지 않는다. 식당 웨이터를 거쳐 호텔 웨이터가 되는 꿈. 마이크는 꿈이 있어 고단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었다. 꿈이 있는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민 소년의 꿈이 쉽게 이뤄질 수 있을까. 나는 마이크의 꿈이, 희망이 서글프고 애달팠다. 희망이 있다고 꿈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도시의 유령아이인 내가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이크의 호객행위에 더 긴장하고 아슬아슬 느껴졌다.
그렇다고 나라도 있고 부모도 있고 집이 있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었다.
마이크가 만난 여행객 엠마와 아델. 엠마는 캐다다 태생인데 그리스로 여행을 왔다. 부모와 친구들에게 버림받은 엠마. 뚱뚱하고 붉은 머리인 엠마에게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엠마는 죽기로 결심하고 크레타섬에 온 것이다.
아델은 몇 번의 자살시도를 할 만큼 불행한 아이였다. 가족여행을 와서도 엄마와 불화 때문에 갈등한다. 호객꾼으로 살아가는 마이크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버림받은 엠마도 가족의 불화로 죽고 싶은 아델도 지금 대한민국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가졌다고 행복을 자부할 수 없으니까.
"유령으로 살다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게 되는 감각이 생겨난다.-”61쪽
"마이크는 자꾸 거기서 막혔다. 나라도 없는 게, 제 나라가 없는 거. 문제는 언제나 거기서 벌어졌다. 거기 그어진 선. 선 안에 있고 없고, 그게 뭐라고. 그것이 바깥 인간과 안쪽 인간의 삶을 극적으로 갈라놓았다. 그래서 밖으로 나왔다. 세상에는 선명하게 그어진 선. 더 깨끗하고 더 세고 더 안정적인 선들이 있다. 그 안으로 기어들어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마이크는 거기 끼지 못한다. -156쪽
어디에도 낄 수 없어 떠돌이 호객꾼으로 살았던 마이크는 공이 되어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를 가도 온갖 수모와 차별, 무시를 당할 텐데..
마지막 챕터가 ‘공의 순리적 엔딩’이라서 조금 안심했는데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공은 누가 차면 굴러갈 운명을 타고 났다고 전제하면
마이크는 공처럼 구르다가 어디에서 멈출 수 있을까.
제발 공이라고 함부로 차지 말았으면...
나는 마이크가 공처럼 둥글둥글 살아가길 바랐다. 수없이 차여도 어디선가 멈추는 공. 나도 굴러굴러 여기에 있으니까 마이크도 그렇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손서은 작가의 작품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문장의 힘이 읽는 재미가 있다. 누에고치의 실처럼 술술 풀려나오는 문장은 쉽게 멈출 줄 모른다.
정신없이 휘몰아치기 때문에 독자는 눈을 뗄 수가 없다.
감칠맛이 있고, 삐딱한 시선의 유니크한 문장.
그 멋진 문장의 힘이 좋았다. 나라도 없이, 부모도 없이 집도 없이 떠도는 유령아이. 자신도 한때 유령아이였던 어른이 읽어도 좋고, 현재 내가 유령아이라고 느끼는 청소년이 읽으면 폭풍공감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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