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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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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4쪽 | 540g | 145*215*30mm |
ISBN13 | 9791197749902 |
ISBN10 | 119774990X |
2024년 04월 18일 ~ 2024년 05월 18일
2024년 04월 04일 ~ 2024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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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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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감각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김성규 교수님의 정신분석학 강의를 처음 접했던 때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타인과의 만남이나 접촉이 조심스러워지고 소통의 방식마저 변화하자 ‘인간’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누군가와의 자연스럽고 친밀한 맞닿음이 그리워지기도 했어요.
그러자 오래전 수강했던 교수님의 강의가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인간의 정신을 분석한다는 것이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인간과 인간의 행동에 대해 다정한 방식으로 접근하셨던 교수님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았거든요. 비대면 소통으로 인해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이 어려운 지금, 홀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지금. 스스로를 보듬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라는 텍스트로 다시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갑습니다. :-)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평소 우리가 ‘악의 형태’라고 생각하는 것, 혹은 ‘악하다’고 여기는 인간 정신의 세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때때로 조롱거리로 전락하기도, 가벼운 의미로 남용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들이죠. ‘악’의 존재는 우리를 불쾌하게 만듭니다. ‘악한 존재’로의 접근을 기피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유는 아주 단순해요. 그저 ‘악’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특정 사건이나 사람을 두고 선/악을 나누며 혼자만의 결론을 내렸던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근원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악은 어째서 악이라고 판단되었는지, 악의 기저에는 어떤 내력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그저 어떤 것이 악이고 어떤 것이 선인지 구별하기에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악’에 대한 편견을 거두어내고, ‘악’을 그저 하나의 형태이자 상태로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계급·사이코패스·거짓말·복수·다중 인격·기억의 상실과 강박까지 우리가 ‘악’으로 취급하는 다양한 정신 상태를 펼쳐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그 시간이 매력적이었어요. 계급에 대한 복종이 인간의 본성임을 부정하지 않지만, 침묵하지 않는 용기 ‘파레시아’의 가능성을 강조(1장)하고, 다중 인격 장애의 원인인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전달(9장)하는 식입니다.
교수님의 경험이 녹아든 짧은 에피소드들은 텍스트와 독자 사이 거리감을 줄여주는 소소한 재밋거리인 동시에 ‘내게는 이런 면이 없을까’, ‘주변에서 이런 일을 본 적도 있는 것 같은데’ 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 주어서 좋았어요. 《쉰들러 리스트》, 《킬미, 힐미》와 같이 익숙한 작품을 통해 풀어낸 여러 사례 덕분에 더욱 흥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책 속에 언급된 작품들을 다시 보게 되는 때에는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겠죠? ‘갑질’과 ‘프로아나’ 등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거나 들어보았을 최근의 이슈에 대해 다룬다는 점은 시의성을 충족한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를 느꼈어요.
‘악’이 없는 완전무결한 세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 전에, 우리가 ‘악’이라고 판단하는 모든 것들은 정말 ‘절대 악’일까요? 무턱대고 악을 두둔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겠지만, 악의 내력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건 분명한 듯합니다. 결점 없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고, 누구에게나 조금씩의 악한 면은 존재하겠죠. 하지만 그 누구도 인간을 ‘악한 존재’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선/악이라는 상반된 단어의 존재 자체가 인간의 양면성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를 통해 조금씩 악한 우리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악한 타인과 함께 살아가며 조금씩 선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완독 후 ‘누구나 조금씩은 비정상’이라는 부제목이 더욱 와닿고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비정상의 우리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은 것 같아 기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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