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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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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의 연쇄살인 추적기

권일용, 고나무 | 알마 | 2018년 09월 18일 리뷰 총점8.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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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8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38g | 130*213*20mm
ISBN13 9791159922251
ISBN10 11599222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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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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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이자 범죄학 박사. 30여 년간 약 1,500건의 강력사건 범죄 현장에 투입되었으며,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했다. 1989년 형사기동대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후 형사와 현장감식요원을 거쳐, 2000년부터 프로파일러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CSI) 범죄분석관,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경찰수사연수원 교수(프로파일링, 강력수사 담당)를 역임...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이자 범죄학 박사. 30여 년간 약 1,500건의 강력사건 범죄 현장에 투입되었으며,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했다. 1989년 형사기동대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후 형사와 현장감식요원을 거쳐, 2000년부터 프로파일러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CSI) 범죄분석관,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경찰수사연수원 교수(프로파일링, 강력수사 담당)를 역임하며 경찰 최초 프로파일링팀의 창설과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 ‘경찰청 제1호 범죄분석 마스터’ 인증을 받았고, 2011년 대한민국 과학수사대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국민훈장 옥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2017년 경정 계급으로 현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 범죄학과 겸임교수, 경찰청 한국KCSI학회 법심리분과위원장, 경찰청 과학수사·대검 과학수사·해양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간 도서로는 『프로파일링 이론과 실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공저)』 『사소한 것들의 현대사(공저)』 등이 있다.
전기 · 논픽션 작가다. 〈한겨레〉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으며, 현재는 전기 등의 논픽션과 실화 기반의 웹소설, 웹툰, 시나리오 등을 기획 · 개발하는 팩트스토리의 대표이사다. 지은 책으로는 르포 《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과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해 쓴 《휴먼 스케일》(공저), ‘브루마스터’를 다룬 《인생, 이 맛이다》 등이 있다. 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지존파 납치 생존자의 증언〉을 연재했다. 전기 · 논픽션 작가다. 〈한겨레〉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으며, 현재는 전기 등의 논픽션과 실화 기반의 웹소설, 웹툰, 시나리오 등을 기획 · 개발하는 팩트스토리의 대표이사다.
지은 책으로는 르포 《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과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해 쓴 《휴먼 스케일》(공저), ‘브루마스터’를 다룬 《인생, 이 맛이다》 등이 있다. 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지존파 납치 생존자의 증언〉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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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p.272-273

출판사 리뷰

치밀한 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한
2000년대 주요 연쇄살인 사건의 현장


‘프로파일링’은 이제는 우리에게 낯익은 단어다. 프로파일링, 즉 ‘크리미널 프로파일링’은 ‘범인상 추정 작업’을 뜻한다. 프로파일링은 범죄 현장의 법과학적 조사를 토대로 범인의 성격, 심리, 지능, 직업, 특징 등을 추정해 피의자군을 좁혀 수사에 도움을 주는 기법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프로파일링 혹은 프로파일러를 다룬 수많은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면, 범죄심리학자가 아닌 ‘경찰청 인증 대한민국 제1호 프로파일러’로서 사건 당시 실제 현장에서 범죄심리분석을 담당했던 권일용 전 경정의 경험을 글로 옮긴 정통 논픽션이라는 것일 테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범죄자들이 일으킨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에 참여하고 그들을 인터뷰한 프로파일러가 바로 권일용 경정이다. 현장감식에서 채증(採證)된 증거를 토대로 범행 수법을 뜻하는 ‘MO’와 범인의 욕구 충족을 위한 충동적 행위를 가리키는 ‘시그너처’를 분석하고, 연쇄살인의 연결점을 파악하는 작업인 ‘케이스링크’를 통해 범인상을 추정, 용의자군을 압축하여 현장 수사팀에 수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긴박한 과정.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권일용 자신과 동료들의 회고 그리고 각종 자료를 통해 눈앞에 그려질 만큼 생생한 묘사로 그 광경을 재현해낸다. 그렇게 검거된 희대의 연쇄살인범들과의 치열한 두뇌 싸움 끝에 그들로부터 자백을 이끌어내는 순간 또한 당시 상황과 오고간 말들을 복원함으로써 되살려놓았다. 사건 현장에서의 범인 추적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유영철, 강호순 등 범죄자와의 인터뷰를 그린 장면에서는 그들과 실제로 대면하여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가공하리만치 현장감이 느껴지는 이러한 사실성은 공저자 고나무의 저널리즘 철학에 기인한 것이다. 저자는 취재 대상과 철저히 동화되어 실제를 오롯이 글로 옮기고자 다년간 권일용 경정을 밀착 취재하는 것은 물론, 수사 당시 권일용 경정의 동선을 따라 이동해보는가 하면, 심지어 당시의 날씨까지도 기상청을 통해 확인하여 사실에 오류가 없게끔 하고자 했다. 인물의 말투, 외양, 공간의 묘사부터 당시의 대화까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그대로를 가급적 고스란히 실으려 했다. 이를 위해 풍부한 사건 관련 핵심 자료를 철저한 조사했음은 당연하다. 이러한 편집증에 가까운 노력과 풍부한 전기 취재 기법의 활용으로 저자는 특유의 박진한 묘사를 실현했다.

프로파일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어두운 방에서 빠져나올 때 비로소 빛을 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고 범인의 양태를 형상하는 프로파일러의 시선, 행동, 사고를 그대로 경험케 해준다. 권일용 경정이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사 기법인 ‘그화(化)되기’를 저자 고나무는 권일용을 대상으로 시도하여 독자를 범죄 수사의 현장 한가운데로 끌어다놓는다. 저자가 ‘권일용 되기’로 권일용의 감각과 동기화(同期化)시킨 독자의 감각은 곧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그화되기’로 동기화한 범죄자의 그것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어두운 방 안에 있는 것, 서늘한 공허의 중심에 놓인 병든 욕망의 불길 사이로 왜곡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은 분명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오감의 체험을 통해 독자는 이 세계의 이면에 ‘범죄’라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비로소 절감하게 된다. 저자가 말하듯 “인지는 힘이 세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다른 세계가 실은 우리가 현존하는 세계에 등을 맞대고 있었다는 깨달음은, 직접적인 접촉으로 겪기 전까지는 느껴보지 못할 심연의 공포를 꺼당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과 싸우게끔 만드는 강인한 의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권일용을 비롯한 프로파일러들은 이 서슬과 같은 경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들은 냉정한 분석자의 시선으로 연쇄살인범을 바라보지만, 범죄자에게 희생된 네 살 여자아이의 참혹한 시신을 보고 분노하며 아이의 발가락을 찾기 위해 형사들과 함께 손으로 하수로를 파내기도 하고, 살인자를 검거하러 간 현장에서 범인의 어머니를 따뜻하게 위로하며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하기도 하는 등 범죄라는 어둠과 맞닿은 삶에서 오히려 더 빛나는 인간성의 수호자가 되려는 듯하다. 그들은 범죄로 점철된 삶에 질려 회의하고 고민하나, 결국은 그 경계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으로 어둠의 결을 감각해 그것을 파헤치고 그것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 범죄라는 어두운 빛깔의 염료로 칠해진 반쪽의 다른 세계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런 그들을 이해하는 것도, 그들이 이해하고자 하는 범죄자를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러한 밤눈의 시야를 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결코 단순한 전기가 아니며, 실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보고서도 아니다. 차라리 낯설고 어두운 방으로 통하는 하나의 문일 것이다. 한 단면만을 과장하고 극단적으로 부각한 결과 피상적인 이미지로 고착해버린 프로파일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입체적으로 바꿔줄 프리즘 또한 될 것이다. “프로파일러와 형사들은 랜턴을 들고 일부러 어두운 곳만 걸어 다니는” 이들이다. 세상은 어둠으로 가득하고 빛은 미약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한 줄기 빛일 따름이다.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영혼마저 시린 냉혈동물의 어두운 세계를 통과해 다시 온기 가득한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안의 냉혈한과 싸울 힘과 용기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투쟁을 이어가는 프로파일러들이 있다. 고나무 저자가 서문에서 “이것은 인물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관철시킨 그들의 태도에 대한 전기”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글은 프로파일링 팀 전체가 주인공인 전기”라고 밝히는 까닭이다.

악의 정보 체계를 가진 사이코패스가 세상에 자신의 폭력을 은밀하게 관철시키는 방식을 이해해야만 우리는 그것과 싸우고 그것을 막으려는 프로파일러들의 노력이 얼마나 어렵고 숭고한 것인가를 온전히 알 수 있다. 권일용 전 경정은 그러한 싸움을 위해 유일한 프로파일러이자 최초의 프로파일러로서 온갖 현실적인 문제를 초극해 후배들을 위한 길을 개척하고자 애썼다. 그가 20년 넘는 세월 동안 닦아 넓혀놓은 그 길이 곧 권일용이 걸어온 “거칠고 좁은” 길일 테다. 그렇기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과거를 다룬 책이면서, 동시에 프로파일링이라는 분야의 미래를 위한 ‘또 다른 길’을 내려는 그의 새로운 시도다.

[작가의 말]
“제복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지치고 힘들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약속이다. 이 책은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함께한 시간들을 기록한 글이다. 참혹한 범죄 현장에서 고독을 함께 나눈 동료들이 서로에게 빛을 비추어주던, 고뇌의 시간들의 기록이다. 범죄로 인한 고통의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최초의 프로파일러일 뿐이지 최고는 아니다. 후배들 중에서 반드시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나오기를 바란다. 그것이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하는 약속일 터이다.”
_권일용

“2013년 지존파 납치 생존자 여성을 인터뷰하면서 범죄 문제에 관심이 생긴 지 5년째다. 그 기간 줄곧 스스로에게 ‘세상은 왜 이해하기 어려운가’라고 자문했다. 그 질문을 조금 더 구체화하면 ‘왜 2000년대 한국에 공감능력을 상실한 새로운 인간종이 태어났는가’라는 질문이 된다. 이 작가로서의 질문은 ‘다섯 살배기 딸에게 세상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라는 생활인으로서의 질문과 닿아 있다. 나는 그 답을 찾는 대신, 그 답을 찾는 사람의 삶을 좇았다.”
_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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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드**리 | 2022-03-06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화제다. 드라마 때문에 이 책을 본 건 아니고, 우연히 드마마 방영 시기랑 이 책을 읽은 시기가 겹쳤다. 드라마 원작은 책이다. 한국 최초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정과 스토리 작가 고나무가 쓴 책인데, 『마인드 헌터』와 비슷한 조합이라 하겠다. FBI 프로파일링의 신화같은 존재인 존 더글라스 역시 영화 제작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마크 올셰이커와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나는 존 더글라스와 마크 올셰이커의 최근작 『테이블 건너편의 살인자』를 먼저 읽고, 그렇다면 한국 상황은? 하는 궁금증이 일던 찰나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보였고 구매해서 바로 읽었다.

 

존 더글라스 책은 두꺼워서 바로 읽어내기 쉽지 않은데, 이 책은 판형도 작고 280쪽 내외라 출퇴근길 3일 정도만에 다 읽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경험이 고나무 작가의 문장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여타 경찰이 쓴 책 - 여러 권 읽은 건 아니나 - 에 비해 스토리텔링 면에서 훨씬 재밌다. 문장도 문장이지만, 우선 이 책에 등장하는 살인자 명단이 화려하다. 시작은 조현길. 2001년 4살 여아를 강간 살해 유기했다. 그 다음은 유영철. 노인을 살인하다 이후에는 여성을 무차별 살해한 자. 그리고 야밤 여성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서울과 수도권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정남규. 한국 연쇄 살인범 중에 유영철과 함께 거론될 때 빠지지 않는 강호순까지. 이런 살인범을 권일용이 검거한 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추리소설 속 명탐점이라는 이미지는 현실에 맞지 않은데 경찰은 고도로 복잡한 조직이라서다. 그리고 프로파일링이 전지전능한 것도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살인 사건은 피해자 주변을 중심으로 수사를 펼쳐나가면 범인을 좁힐 수 있다. 원한이든, 금전적인 이유이든 범인은 피해자 주변 인물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무차별 살인의 경우 이게 통하지 않는다. 여기서 프로파일링이 필요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이 낯설었다. 이 책은 유영철 이후로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이 받아들여지고, 한국 경찰 조직에서 1명밖에 없었던 프로파일러가 수십 명까지 늘어나는 데까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예전 방식으로 수사하는 형사 조직과 새로운 프로파일링 기법 간 갈등에 관해서는, 이 책에서 그리 비중 있게 다루진 않는데 실제로 갈등이 없었을 수도 있고, 내부 총질을 우려한 권일용 전 경정님의 배려로 느껴지기도 하다.

 

연쇄 살인은 선진국형 범죄라 일컬어진다.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빈부 양극화, 대도시라는 익명성이 연쇄 살인이 자라는 토양이라서다. 무차별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의 범행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노약자나 여성 등 건장한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사람을 범죄 대상으로 고른다.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은 이들은 죄책감이 없다는 사실이다. 존 더글라스와 마찬가지로 권일용 저자 역시, 이들 연쇄 살인범들이 갱생 가능하다는 데 회의적이다. 이들이 반성한다고 말하는 건 감형이라든지, 교도소 내에서의 처지 개선 등을 위한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들 살인마가 이야기하는 어린 시절의 불우한 경험은 대부분 사실이기도 하지만, 회고하는 과정에서 더욱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존 더글라스처럼 권일용 저자도 이러한 갱생 불가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다시 무차별 범죄를 저지를 사람에게는 사형을 하는 게 맞지 않나, 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솔직히, 나도 『테이블 건너편의 살인자』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읽으며 이러한 살인마는 사형해야 하지 않나, 쪽으로 기운다. 그래서 다음 책은 이쪽 분야 고전 중에 고전인 『마인드 헌터』를 읽어보려 한다. 그 다음은 『FBI 범죄 분류 매뉴얼』.

 

범죄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고 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묵직한 책이다. 동시에 전직 경찰관이 인간적인 고뇌를 털어놓는 감성적인 책이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놀이터 장면이, 가슴이 찡했다.

 

---

 

"그저 누구를 칼로 찌르거나 때리는 것만이 범죄가 아니고, 부당하게 일을 처리하고 임무를 다하지 않아서 무고한 사람을 죽게 만드는 행위도 사회적 범죄라고 생각하게 됐죠." (47쪽)

 

냉혈한을 잡기 위해 냉혈한을 이해해야 한다. 냉혈한을 이해하기 위해 냉정해져야 한다. 다만, 그러다 스스로 냉혹해질 수 있다. (중략)

권일용은 2001년 6월 초여름 조현길을 만난 그날 이후, 다른 세계로 들어와버렸다. "점심에 백반을 시켜서 조현길과 같이 먹었습니다.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이제 이런 괴물들과 같이 밥 먹고 살아야 하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52쪽)

 

'사람들은 자기와 관련 없는 일이면 굳이 신고하지 않는구나' 권일용은 한남동 현장에서 돌아오면서 '그렇다면 우리가 노인 연쇄살인 사건 수사에서 차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훗날 노인 연쇄살인범이 잡힌 뒤 그가 몸에 피를 묻힌 채 대낮에 지하철 화장실에 들렀어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82쪽)

 

그러나 매스미디어가 연쇄살인범을 다루는 방식은 때로 비판을 받는다. 카메라와 녹음기는 투명한 창문이 아니다. 카메라와 녹음기 앞에서 살인범의 심리는 종종 왜곡된다.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털어놓는 연쇄살인범은 이따금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살인범 스스로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기억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연쇄살인범의 육성이 매혹적인 비즈니스가 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건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매스미디어의 본질이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비즈니스'는 범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95쪽)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권일용은 생각했다. '경찰이 된 후 지금까지 봐왔던 범죄자가 아니구나. 이 시대가, 우리 사회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괴물을 낳기 시작했구나.' (101쪽)

 

현대 자본주의 대도시의 음습한 구석에서 잉태된 연쇄살인과 연쇄성 범죄는 기존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무차별 범죄다. 무차별 범죄의 개념과 역사를 모르는 형사들은 미제사건의 유사성을 조사하는 대신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 등 원한 관계를 조사했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127쪽)

 

정남규의 경우 교도소가 '바로잡고(矯) 이끈다(導)'는 의미를 가진 제 명칭대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유영철과 마찬가지로 정남규도 교도소와 구치소를 경험하면서 야수가 됐다. "지질한 사람은 불량배가 되고, 배짱 있는 사람은 잔인해진다" 미국 작가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가 1981년 미국 교도소 시스템에 대해 묘사한 말이다. 정남규가 바로 이 말대로 됐다. (158쪽)

 

"왜 혼자 놀고 있니?" 권일용이 물었다.

"친구들 다 학원 갔어요." 딸이 말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던 그의 딸은 친구들이 학원에서 돌아올 때까지 혼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기다리고 있었따. 전날 밤을 새운 권일용이 딸의 그네를 밀어주었다.

"며칠 밤을 새우고 집에 갔지만, 그날 제가 아이의 그네를 밀어줬어요. 잊지 못해요, 그 장면을. 일과 직장은 고무공이에요. 가족, 사랑, 친구, 행복, 이런 것들은 유리공이에요. 공놀이를 할 때 고무공은 떨어뜨려도 다시 올라와요. 그런데 가족, 사랑, 행복 이런 건 유리공이라서 한 번만 떨어뜨려도 깨져버리죠. 그걸 그때 생각했어요."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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