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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9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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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38g | 130*213*20mm |
ISBN13 | 9791159922251 |
ISBN10 | 115992225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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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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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화제다. 드라마 때문에 이 책을 본 건 아니고, 우연히 드마마 방영 시기랑 이 책을 읽은 시기가 겹쳤다. 드라마 원작은 책이다. 한국 최초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정과 스토리 작가 고나무가 쓴 책인데, 『마인드 헌터』와 비슷한 조합이라 하겠다. FBI 프로파일링의 신화같은 존재인 존 더글라스 역시 영화 제작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마크 올셰이커와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나는 존 더글라스와 마크 올셰이커의 최근작 『테이블 건너편의 살인자』를 먼저 읽고, 그렇다면 한국 상황은? 하는 궁금증이 일던 찰나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보였고 구매해서 바로 읽었다.
존 더글라스 책은 두꺼워서 바로 읽어내기 쉽지 않은데, 이 책은 판형도 작고 280쪽 내외라 출퇴근길 3일 정도만에 다 읽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경험이 고나무 작가의 문장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여타 경찰이 쓴 책 - 여러 권 읽은 건 아니나 - 에 비해 스토리텔링 면에서 훨씬 재밌다. 문장도 문장이지만, 우선 이 책에 등장하는 살인자 명단이 화려하다. 시작은 조현길. 2001년 4살 여아를 강간 살해 유기했다. 그 다음은 유영철. 노인을 살인하다 이후에는 여성을 무차별 살해한 자. 그리고 야밤 여성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서울과 수도권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정남규. 한국 연쇄 살인범 중에 유영철과 함께 거론될 때 빠지지 않는 강호순까지. 이런 살인범을 권일용이 검거한 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추리소설 속 명탐점이라는 이미지는 현실에 맞지 않은데 경찰은 고도로 복잡한 조직이라서다. 그리고 프로파일링이 전지전능한 것도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살인 사건은 피해자 주변을 중심으로 수사를 펼쳐나가면 범인을 좁힐 수 있다. 원한이든, 금전적인 이유이든 범인은 피해자 주변 인물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무차별 살인의 경우 이게 통하지 않는다. 여기서 프로파일링이 필요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이 낯설었다. 이 책은 유영철 이후로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이 받아들여지고, 한국 경찰 조직에서 1명밖에 없었던 프로파일러가 수십 명까지 늘어나는 데까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예전 방식으로 수사하는 형사 조직과 새로운 프로파일링 기법 간 갈등에 관해서는, 이 책에서 그리 비중 있게 다루진 않는데 실제로 갈등이 없었을 수도 있고, 내부 총질을 우려한 권일용 전 경정님의 배려로 느껴지기도 하다.
연쇄 살인은 선진국형 범죄라 일컬어진다.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빈부 양극화, 대도시라는 익명성이 연쇄 살인이 자라는 토양이라서다. 무차별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의 범행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노약자나 여성 등 건장한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사람을 범죄 대상으로 고른다.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은 이들은 죄책감이 없다는 사실이다. 존 더글라스와 마찬가지로 권일용 저자 역시, 이들 연쇄 살인범들이 갱생 가능하다는 데 회의적이다. 이들이 반성한다고 말하는 건 감형이라든지, 교도소 내에서의 처지 개선 등을 위한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들 살인마가 이야기하는 어린 시절의 불우한 경험은 대부분 사실이기도 하지만, 회고하는 과정에서 더욱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존 더글라스처럼 권일용 저자도 이러한 갱생 불가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다시 무차별 범죄를 저지를 사람에게는 사형을 하는 게 맞지 않나, 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솔직히, 나도 『테이블 건너편의 살인자』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읽으며 이러한 살인마는 사형해야 하지 않나, 쪽으로 기운다. 그래서 다음 책은 이쪽 분야 고전 중에 고전인 『마인드 헌터』를 읽어보려 한다. 그 다음은 『FBI 범죄 분류 매뉴얼』.
범죄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고 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묵직한 책이다. 동시에 전직 경찰관이 인간적인 고뇌를 털어놓는 감성적인 책이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놀이터 장면이, 가슴이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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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누구를 칼로 찌르거나 때리는 것만이 범죄가 아니고, 부당하게 일을 처리하고 임무를 다하지 않아서 무고한 사람을 죽게 만드는 행위도 사회적 범죄라고 생각하게 됐죠." (47쪽)
냉혈한을 잡기 위해 냉혈한을 이해해야 한다. 냉혈한을 이해하기 위해 냉정해져야 한다. 다만, 그러다 스스로 냉혹해질 수 있다. (중략)
권일용은 2001년 6월 초여름 조현길을 만난 그날 이후, 다른 세계로 들어와버렸다. "점심에 백반을 시켜서 조현길과 같이 먹었습니다.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이제 이런 괴물들과 같이 밥 먹고 살아야 하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52쪽)
'사람들은 자기와 관련 없는 일이면 굳이 신고하지 않는구나' 권일용은 한남동 현장에서 돌아오면서 '그렇다면 우리가 노인 연쇄살인 사건 수사에서 차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훗날 노인 연쇄살인범이 잡힌 뒤 그가 몸에 피를 묻힌 채 대낮에 지하철 화장실에 들렀어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82쪽)
그러나 매스미디어가 연쇄살인범을 다루는 방식은 때로 비판을 받는다. 카메라와 녹음기는 투명한 창문이 아니다. 카메라와 녹음기 앞에서 살인범의 심리는 종종 왜곡된다.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털어놓는 연쇄살인범은 이따금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살인범 스스로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기억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연쇄살인범의 육성이 매혹적인 비즈니스가 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건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매스미디어의 본질이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비즈니스'는 범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95쪽)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권일용은 생각했다. '경찰이 된 후 지금까지 봐왔던 범죄자가 아니구나. 이 시대가, 우리 사회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괴물을 낳기 시작했구나.' (101쪽)
현대 자본주의 대도시의 음습한 구석에서 잉태된 연쇄살인과 연쇄성 범죄는 기존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무차별 범죄다. 무차별 범죄의 개념과 역사를 모르는 형사들은 미제사건의 유사성을 조사하는 대신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 등 원한 관계를 조사했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127쪽)
정남규의 경우 교도소가 '바로잡고(矯) 이끈다(導)'는 의미를 가진 제 명칭대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유영철과 마찬가지로 정남규도 교도소와 구치소를 경험하면서 야수가 됐다. "지질한 사람은 불량배가 되고, 배짱 있는 사람은 잔인해진다" 미국 작가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가 1981년 미국 교도소 시스템에 대해 묘사한 말이다. 정남규가 바로 이 말대로 됐다. (158쪽)
"왜 혼자 놀고 있니?" 권일용이 물었다.
"친구들 다 학원 갔어요." 딸이 말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던 그의 딸은 친구들이 학원에서 돌아올 때까지 혼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기다리고 있었따. 전날 밤을 새운 권일용이 딸의 그네를 밀어주었다.
"며칠 밤을 새우고 집에 갔지만, 그날 제가 아이의 그네를 밀어줬어요. 잊지 못해요, 그 장면을. 일과 직장은 고무공이에요. 가족, 사랑, 친구, 행복, 이런 것들은 유리공이에요. 공놀이를 할 때 고무공은 떨어뜨려도 다시 올라와요. 그런데 가족, 사랑, 행복 이런 건 유리공이라서 한 번만 떨어뜨려도 깨져버리죠. 그걸 그때 생각했어요."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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