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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라캥

[ 개정판, 양장 ]
에밀 졸라 저/박이문 | 문학동네 | 2009년 03월 25일 | 원제 : Therese Raquin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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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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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9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62g | 128*188*30mm
ISBN13 9788954607797
ISBN10 8954607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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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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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에밀 졸라 (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이탈리아 출신인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1840년 4월 2일 파리에서 태어나 1862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청소년 시절을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다. 그곳의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는 남부의 산과 들판을 같이 쏘다니며 목가적 시를 암송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가꾼다. 1847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파리...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이탈리아 출신인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1840년 4월 2일 파리에서 태어나 1862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청소년 시절을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다. 그곳의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는 남부의 산과 들판을 같이 쏘다니며 목가적 시를 암송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가꾼다. 1847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파리로 올라와서 궁핍한 시절을 겪지만, 대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나간다. 토목기사였던 아버지가 1847년 사망하자 홀어머니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간다. 대학교 입학 자격시험에 실패하고 나서 1862년부터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며 여러 작가를 접한다. 1866년 아셰트 출판사를 사직하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들어간다. 특히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진보적 사상가들과 문학계와 교류하게 되고, 신문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기질을 통해 본 자연의 한 측면」이라는 글에서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 밝힌다.

아셰트사를 떠나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졸라는 여러 신문에 논평을 기고하는데, 특히 당시 마네와 조만간 인상주의자로 불릴 화가들을 옹호하면서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학파에 대항하는 젊은 논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졸라는 제2제정을 비판하는 공화파 신문들을 통해 점점 더 과격한 기사들을 발표하면서, 이 체제를 철저히 비판하는 『루공가의 운명』을 기점으로 『루 공 마카르 총서』의 연작을 시작한다. 20권으로 구성된 대하소설 ‘루공 마카르 총서’(1871~1893) 중 『목로주점』(1877)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경제적인 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파리 근교 ‘메당’에 별장을 샀는데 그곳은 자연주의 소설가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거기서 모임(메당의 저녁)을 가지면서 졸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연주의 소설의 선두주자가 된다. 그의 소설과 논평들은 언제나 많은 스캔들을 동반하지만 다행히도 제2제정이 몰락하면서 법적인 제재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파(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의 지도자로 인지되고, 1880년 이들과 함께 작업한 『메당의 야화』는 일종의 자연주의 선언서가 된다.

낭만주의 문학을 존중했지만 감정과 사실을 구별하며 당시 사회적 정치적 면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사실주의 작가들을 칭찬하며 급기야 ‘자연주의 문학’의 이론을 정립하고 발전시킨다. 문학비평사에서 당시 작가들에게 금기시되던 요소인 돈, 섹스를 건드렸다고 평가된다. 첫 장편소설 『테레즈 라캥』(1867)이 출간부터 적나라한 묘사로 심한 비판을 듣자 소설 앞부분에 따로 서문을 보태기도 한다.

그러나 평론계의 격렬한 반발을 몰고 온 『대지』 이후 자연주의 문학가들의 해체적 글쓰기에 대립하는 새로운 저항의 글쓰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주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간다. 『파스칼 박사』를 끝으로 총 스무 권의 『루공 마카르 총서』 연작이 완성된다. 이 총서의 완성 후 졸라는 자신의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룬 새로운 소설 연작을 시작한다. 『루르드』와 『로마』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실패를 다뤘으며, 『파리』(는 과학에 대한 신념과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유토피아적인 원리들로 인한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파리』를 막 완성한 직후 1898년 1월 ‘나는 고발한다!’라는 장문의 글을 신문에 실어 당시 한창 시끄러웠던 드레퓌스 사건에 목소리를 싣는다. 군대, 정치, 법의 권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드레퓌스가 희생되었다는 입장을 펼쳐서 모독죄로 1년 구형을 받게 돼 영국에서 1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한다. 문학가로서 최고의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던 시점에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것은 그의 모든 명예를 실추시킬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드레퓌스 사건의 소송 재개를 위해 싸운다.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은 재심에 회부되고 졸라는 프랑스로 돌아온다. 이 사건 동안 졸라는 조레스와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접촉하게 되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노동의 재구성과 부의 분배에 대한 푸리에의 순수한 무정부주의에 더 이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1888년부터 입문한 ‘사진’에 빠져서 현상까지 직접 했는데, 자화상 및 가족 친지들의 일상생활을 사진으로 남기고 1900년 프랑스 파리만국박람회에서 르포 형식의 사진을 많이 찍는다. 치밀한 자료 수집을 기반으로 집필 작업을 한 졸라의 성향과 부합되는 취미다.

『4복음서』는 새로운 혁명적 사회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풍요』, 『노동』, 『진실』이 출판되었으며, 후속 작품으로 『정의』가 쓰일 예정이었으나 1902년 9월 29일 막힌 굴뚝으로 인한 가스 중독으로 사망함으로써 그의 마지막 작품 『정의』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사고에 연루된 의문이 풀리지 않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살해되었다는 추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 1908년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팡테옹으로 이장되어 현재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공간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역 : 박이문 (PARK, EEE-MOON,朴異汶, 본명:박인희(朴仁熙))
전 연세대학교 특별초빙교수 및 시몬즈대학 명예교수이다. 1930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지에서 30여 년 동안 지적인 탐구와 후학 양성을 위해 교수생활을 한 뒤 귀국했다. 귀국 후 포항공대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하였으며, 미국 시몬즈 대학 명예교수이자, 연세대학교 특별초빙교수로 활동하... 전 연세대학교 특별초빙교수 및 시몬즈대학 명예교수이다. 1930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지에서 30여 년 동안 지적인 탐구와 후학 양성을 위해 교수생활을 한 뒤 귀국했다. 귀국 후 포항공대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하였으며, 미국 시몬즈 대학 명예교수이자, 연세대학교 특별초빙교수로 활동하였다. 2017년 3월 26일 별세 하였다.

그는 한국 자생철학을 대표하는 우리 시대의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시인이다. 또한 철학가이자 문학가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당대의 석학으로 칭송받고 있으며, 프랑스 철학에 있어서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폭넓고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쓴 그의 글은 세대를 불문하고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그의 글에 감명한 이들은 그가 강조한 지적 투명성, 감성적 열정, 도덕적 진실성을 좌우명으로 삼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녹색 한국의 구상』,『아직 끝나지 않은 길』, 『과학, 축복인가 재앙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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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당시 젊은 작가였던 에밀 졸라는 섹스와 살인, 하층민 캐릭터 같은 자극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놀랍도록 냉철하고 과학적인 태도를 통해 당대 독자들의 위선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냉정한 문체와 폭력의 결합이 던지는 충격은 후세에 등장할 누아르 소설 못지않으며, 특히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에 끼친 이 작품의 영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_ 가디언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완결 ‘루공 마카르 총서’의 예고

『테레즈 라캥』은 프랑스의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가 1867년에 쓴 첫 자연주의 소설이다. 에밀 졸라가 28세에 쓴 세번째 작품으로 그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처음 안겨준 작품이다. 파리의 퐁네프 파사주를 배경으로 한 『테레즈 라캥』은 하층민인 주인공, 불륜과 살인이라는 선정적인 소재 때문에 출간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졸라는 1868년 출간된 제2판에 직접 서문을 달았는데, 여기서 그는 “나는 해부학자가 시체에 대하여 행하는 것과 같은 분석적인 작업을 살아 있는 두 육체에 대하여 행한 것뿐이다”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연주의 소설의 창시자로 불리게 된다. 이후 『테레즈 라캥』은 에밀 졸라가 사실주의를 발전시켜 자연주의를 개진한 작품이자, 그의 대표작인 ‘루공 마카르 총서’를 예고한 작품으로 평가되기에 이른다.
또한 최근 영화감독 박찬욱이 『테레즈 라캥』이 자신의 신작 『박쥐』의 원작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박찬욱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상황에서 도덕적 딜레마를 겪으며 해답을 찾는 게 내 방식”이라며, 『복수는 나의 것』을 만들 당시 도스토옙스키의『악령』을 떠올렸다면 『박쥐』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개봉을 앞두고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테레즈 라캥』 개정판은 에밀 졸라의 작품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테레즈 라캥』에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전부 담겨 있다. 처음 읽었을 때, 마치 내가 쓴 소설인 줄 알았다!” _ 영화감독 박찬욱

에밀 졸라 문학의 서막, 자연주의 문학의 서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유행한 과학적 결정론에 크게 영향을 받은 에밀 졸라는 인간의 본성이 유전과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한 임상실험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불행과 나약함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으리라 믿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1871년에 시작되어 20여 년에 걸쳐 발표된 ‘루공 마카르 총서’다. 루공 가(家)와 마카르 가가 결합된 한 가족사를 통해 제2제정시대를 그려낸 이 총서는 유전론과 환경결정론을 바탕으로 한 졸라의 자연주의적 사고방식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작품이다. 전20권으로 이루어진 이 총서는 『나나』 『목로주점』 『제르미날』 등 졸라의 대표작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상류사회만을 다루던 당대의 작품 경향과 달리 서민을 생활을 서민의 언어로 그려내어 인기를 얻었다.
『테레즈 라캥』은 이런 ‘루공 마카르 총서’의 집필을 시작하기 직전에 발표한 작품으로, 에밀 졸라 문학의 서막을 열어 보인 작품이다. 첫 출간 당시 “『테레즈 라캥』의 저자는 포르노그래피를 펼쳐놓고 스스로 만족해하는 불쌍한 히스테리 환자”라는 등 비판이 거세게 일자, 1868년 출간된 제2판에 졸라 자신이 직접 항의하는 서문을 달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플로베르의 사실주의를 발전시킨 자신의 자연주의 문학이론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였다.

“나는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기질을 연구하기를 원했다. 나는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육체의 필연에 의해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가는, 신경과 피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물들을 선택했다. 테레즈와 로랑은 인간이라는 동물들이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들의 동물성 속에서 열정의 어렴풋한 작용을, 본능의 충동을, 신경질적인 위기에 뒤따르는 돌발적인 두뇌의 혼란을 조금씩 좇아가려고 노력했다. 내가 그들의 회한을 촉구해야 했던 부분은, 단순한 생체 조직 내의 무질서, 파괴를 지향하는 신경체계의 반란이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영혼은 완벽하게 부재한다. 나는 그것을 시인한다. _ 서문에서

육체의 욕망이 빚어낸 살인 _ 욕정은 사라지고 증오만이 끓어오른다

어렸을 때 고모인 라캥 부인에게 맡겨진 테레즈는 야성적이고 건강한 체질이지만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함께 자란다. 아들이 성인이 되자 라캥 부인은, 건강한 테레즈가 자신이 죽은 후에 카미유를 돌봐줄 거라 생각하며 둘을 결혼시킨다. 결혼 후 세 사람은 퐁네프 파사주로 이사하여 라캥 부인은 작은 잡화상을 열고 카미유는 철도청 말단 직원으로 취직한다. 카미유는 직장생활에, 라캥 부인은 안정된 생활에 만족하지만 테레즈는 자기 안의 야성과 욕망을 채우지 못해 무료해한다. 어느 날 카미유는 어린 시절 친구 로랑을 집으로 데려오고, 테레즈와 로랑은 서로의 육체적 욕망을 채우는 관계가 된다.
결국 로랑과 테레즈는 뱃놀이중에 카미유를 센 강에 빠뜨려 죽인다. 카미유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던 그들은 밤마다 카미유의 환영에 시달린다. 일 년이 지난 후 결혼까지 했으나 그 둘 사이엔 여전히 카미유의 유령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라캥 부인이 전신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게 되자 이들은 자신들의 살인을 그녀 앞에서 폭로해버린다. 모든 사실을 알고 분노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라캥 부인은 견딜 수 없는 증오를 느낀다.
카미유의 유령에 시달리던 테레즈와 로랑은 서로를 미워하며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상대방을 죽이려 한다. 마지막 순간 고통으로 갈가리 찢긴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고 함께 자살한다. 라캥 부인은 휠체어에서, 죽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차갑게 지켜본다.

근대 자본주의 공간의 원형, 파사주 _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센 강 둑에서 오자면 게네고 가(街)의 끝에 이르러 퐁네프 파사주에 닿게 된다. 마자린 가에서 센 가로 통하는 이 좁고 침침한 회랑은 길이가 삼십 야드, 폭이 이 야드에 불과하다. 바닥을 덮고 있는 갈라진 노란색의 포석들은 언제나 심한 습기를 내뿜고 있다. 통로를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유리 천장에는 검은 때가 끼어 있다. 회랑 왼편에는 침침하고 낮고 다 쪼그라진 가게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지하의 서늘한 공기가 새어 나오는 그곳에는 헌책방, 장난감 가게, 지물상들이 있다. 흉하게 갈색칠 된 장롱 선반 위에는 무언지 모를 상품들이 이십 년 동안 잊혀진 채 널려 있다. _ 『테레즈 라캥』중에서

『테레즈 라캥』에서 테레즈 가족의 잡화상이자 주거 공간인 퐁네프의 파사주는 등장인물들만큼이나 중요하게 묘사된다. 대도시 파리에 대한 환상을 품고 베르농을 떠난 그들은 낡고 초라한 현실과 맞닥뜨리고, 도시 한 귀퉁이에서 숨죽인 채 살아간다. 습기차고 검은 때가 끼어 있는 파사주마냥 생기를 빼앗긴 채 살아가던 테레즈는 로랑을 만나면서 내면의 욕망을 자각하고, 그것은 결국 살인으로 이어진다. 이후 카미유를 죽인 테레즈와 로랑이 서로 증오와 살인의 충동에 시달리게 되면서, 퐁네프 파사주의 집은 밀회 장소에서 그들을 무시무시한 공포로 몰아넣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렇게 퐁네프에 위치한 파사주는 등장인물들의 욕망과 공포를 대변하는 공간으로 작품 내내 등장한다.
파사주는 19세기 파리에서 처음 생겨난 회랑식 상가 ‘파사주passage’(영어로 아케이드)를 가리킨다. ‘세기의 수도’라 일컬어졌던 19세기 파리는 최초의 만국박람회, 아케이드, 백화점 등 자본주의적 공간이 생겨나고 오스만 대로가 건설되는 등 확장과 팽창을 거듭하였다. 쇼핑몰의 조상이자 근대 자본주의적 공간의 원형인 파사주에 대한 고찰은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된 바 있다. 벤야민이 13년간 준비했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미완으로 남은 이 저작은 근대 자본주의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제2제정시대의 파리를 유물론적 역사철학을 통해 읽어내고자 한 야심찬 시도였다. 일찌감치 19세기 중반에 퇴물이 되어버린, 한 도시의 최초 자본주의적 풍경 속에서 19세기 사람들의 집단무의식과 소망, 신화와 알레고리, 그리고 변증법적 이미지를 읽어내려 한 벤야민의 시도는 흥미롭게도 앞서 발표된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서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마네가 그린 「졸라」, 드가가 그린 『테레즈 라캥』의 한 장면 등 화보 수록

에밀 졸라는 작가로서 명성을 얻기 전에, 기성의 대가들을 비판하고 마네, 모네, 피사로, 세잔 등 새롭게 부상하는 인상파 화가들을 지지하는 미술평론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세잔과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그는 말년에 세잔과 마네를 모델로 『작품』을 집필하기도 했다. 『테레즈 라캥』에서도 평생 한량으로 살기를 꿈꾸는 투박한 남자 로랑이 일종의 패션으로 그림을 시작했다가 살인과 공포라는 극단적인 체험을 하며 예술적으로 도약하는 변화를 그리고 있다.
이렇게 평생에 걸친 인상파 화가들과의 교류는, 이번 개정판에 실린 마네의 「에밀 졸라」, 드가의 「실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을 적극 지지하는 글을 쓴 데 감사하는 뜻으로 1868년에 마네가 그린 초상화에서는 당시 28세 청년이었던 졸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드가의 작품은 직접적으로 주인공 테레즈와 로랑이 결혼 첫날밤 카미유의 환영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테레즈 라캥』은 문학이론을 떠나서 구성의 논리적 견고성, 묘사의 투명성과 간결성으로 독자를 긴장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의 어둡고 깊은 진실과 만나게 한다는 점에서 걸작이다. 또한, 자연주의 문학이라는 문학사적 혁명을 일으켜 모파상, 메리메, 공쿠르 같은 작가들의 간결하면서도 투명하고, 절제되면서도 강렬한 새로운 문학을 탄생시켰으며, 20세기에 카뮈, 로브그리예, 그리고 포스트모던 작가들 속에서도 그 영향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밀 졸라와 『테레즈 라캥』의 문학사적 의미는 크다. _ 옮긴이의 말에서

올해의 책 추천평 (1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흥미진진해요
vof***** |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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