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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누지 못한 빨간 날 이야기

김보람 | 행성B | 2018년 02월 09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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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8년 0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38g | 142*210*20mm
ISBN13 9791187525691
ISBN10 1187525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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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왜 생리를 하는지부터 ‘생리 안 할 자유’까지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 낸 생리 이야기


생리를 통해
몸과 화해하다

저자는 몇 년 전 우연히 네덜란드인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생리대를 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생리=생리대 등식에 의문을 품어 본 적 없던 그녀에겐 놀라운 얘기였다. 이 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후 생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년 넘게 공부한 끝에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를 만들고, 이 책도 쓰게 되었다. 이를 위해 ‘피’ 자매인 다양한 여성을 만났고, 생리컵을 비롯해 다양한 생리용품(면생리대, 해면 탐폰, 스펀지 탐폰, 울 탐폰, 생리컵, 여성용 콘돔 등)도 직접 써 보았다. 특히 생리컵은 그녀 인생을 바꿔 놓았다. 생리컵을 쓰면서 생애 처음 자신의 질에 손가락을 넣어 보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기 몸과 점점 더 가까워져 마침내 화해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남성의 시각을 걷어 내고 온전히 제 눈으로 자기 몸을 따듯하게 품어 안게 된 것이다.

영화를 찍기 전 나는 가슴이 작다는 것에 대해 강박적인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었고, 끊임없이 내 몸을 다른 여성의 몸과 비교하며 자조했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곧잘 자신감을 잃었고 그 자신감을 억지로 회복하기 위해 위험한 관계에 매달리기도 했다.

[피의 연대기]를 거의 마무리할 무렵 나는 샤워 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전처럼 싫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전히 왜소하고 변한 게 없는 몸이었지만 내 눈에 들어온 그 몸은 어딘가 모르게 개성 있고 심지어 귀엽게까지 보였다. 처음으로 내 몸이 마음에 들었다. -10쪽

생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일상”이다

생리를 하는 이유는 아직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여러 가설 중 하나가 태아의 뇌를 만들기 위해 준비된 피가 생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모두 생리 덕에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다. 그런데도 이 피는 오랜 세월 동서양 어디에서나 불경한 것으로 취급받았다. 그 이유를 종교학 연구자 이민지 씨는 이렇게 분석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은 자기 몸과 다른 여성의 몸을 도저히 이해하거나 상상할 수 없었다. 지구에 상륙한 외계인을 일단 적으로 치부하는 것처럼 그들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기이하고, 자신은 알지 못하고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일을 ‘이상하고’ ‘불경하고’ ‘좋지 않은’ 것으로 만들었다. -39쪽

저자는 “생리는 일상이고, 몸의 자연스러운 일이며, 때로는 엄청난 고통과 노동과 비용을 수반하는 것”이라 말한다. “부끄럽지도 더럽지도 신경질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대담하고, 가능성이 무한하며, 매우 정당한 예민함을 지닌 피”라고 강조한다. 이제 이런 이야기를 남성들과 공유해, 인류 절반의 경험과 기억이 아닌 “인류 전체의 유산, 공동의 기억”이 되도록 하자 한다.

모두를 위한
‘몸교육’이 필요하다

생리를 쉿쉿 감춤으로써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여성들은 제 몸에서 일어나는 일인데도 생리가 시작되면 생리대를 쓴다는 것 외에 별로 아는 게 없고, 남성들은 생리도 대소변처럼 처리되는 것으로 지레짐작하다 확신한다. 엄마, 할머니 등 앞선 여성 세대를 원망할 수도 없다. 그들 역시 거의 배운 게 없다. 그래서 어떤 생리용품을 쓸지, 생리를 할지 말지 결정한 네덜란드 친구 말에 저자는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왜 아무도 다른 방법이 있다고 알려 주지 않았을까? 왜 단 한번도 다른 방법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을까? 나도 탐폰을 쓸 수 있을까? 아프지 않게 넣을 수 있을까? 혹시 탐폰 말고 다른 방법도 있을까? 자궁 내 장치를 삽입하면 불임이 되지 않을까? 생리를 안 하면 몸에 해롭지 않을까? 사람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당장은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 온 방법, 그대로 살아가기는 싫었다는 것이다. -24쪽

저자는 의무교육 과정에 꼭 ‘몸교육’이 들어가길 바란다. 특히 생리는 성교육 시간이 아닌 ‘몸교육’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질은 섹스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리는 자연스러운 몸의 메커니즘의 한 부분이고, 독립적인 생명 활동이다. 생리를 비롯해 어릴 때부터 남녀가 함께 몸교육을 받아야 서로의 몸에 대해 알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이 예의이고, 폭력인지 배운다. 그런 것만 인지해도 성폭력이나 여성 혐오 현상은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여성이 왜 생리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실행되고 이 연구로 도출된 내용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학 시간 커리큘럼에 들어간다면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충분히 이 피가 왜 흐르는지, 무엇을 위한 피인지 학문적이며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별을 섞어 팀을 짜고 그 안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피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하고, 피를 흘리는 노동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게 될 것이다. 수업에 자극을 받은 어떤 학생은 생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나 의학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좀 더 이 피의 목적에 대해 그리고 이 피를 흘리는 여성에 대해 궁극적으로 알게 되리라. -49, 50쪽

‘생리 안 할 자유’
생각해 보셨나요?

생리는 자연의 순리니 완경이 될 때까지 해야 할까? 저자는 그 역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여성 얼굴이 제각각이듯 여성마다 생리 양, 주기가 다르고 질 모양도 다르다. 그런데 의학과 과학은 자꾸 여성을 하나로 범주화하려 한다. “여성마다 질이 다르다는 사실을 잊는 순간 과학적 데이터는 개인의 통증과 아픔을 꾀병이나 지나치게 예민한 것으로 치부하는 무서운 잣대가 될 수 있다.” 생리통이 극심하고 양이 많아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몇 년 안에 어떤 일을 해내야 할 경우 등 자신의 상황에 따라 누구나 ‘생리하지 않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생리를 안 할 수 있습니다. 약을 먹을 수도 있고, 호르몬 주사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비타민제 처방으로 생리 양을 줄여 나갈 수도 있습니다. IUD나 임플라논 같은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생리를 하지 않는 것과 건강은 연관성이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229, 230쪽

존재하는 수만큼이나 다양한 여성의 몸을 정상의 범주에 묶어 두는 것은 누구의 편의를 위한 것일까? 정상 주기를 가르치면서 정작 비정상 주기가 가져올 위험을 외면하는 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상한 건 정상 범주라는 걸 만들어 놓고도 여성들 몸이 정상성을 유지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0쪽


점점 뜨거워지는
‘무상 생리대’ 바람

‘깔창 생리대’ 기사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미국 뉴욕에서도 탐폰을 살 돈이 없어 생리 주기에 학교나 회사에 나가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이 기사는 미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고 마침내 2016년 6월 뉴욕시에서 무상 생리대 법안이 통과되었다. 한국에서도 무상 생리대 제공이 선거 공약으로 나올 정도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고, 저자는 이런 흐름에 지지를 보낸다.

도저히 생리대를 살 수 없는 형편이지만, 여러 정책에서 배제되어 저소득층이 받을 수 있는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여성을 가정해 보자. 그녀는 생리 주기 때마다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치되어 있는 생리대를 필요한 만큼 가져갈 것이다. 바로 그런 필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신자유주의 시대에 어느 누가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언제까지나 견고하게 유지되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나도, 우리 중 누구라도, 비록 현재는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 경제적으로 빈곤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 나는 훗날 내가 도움을 받을지 모를 때를 대비해, 당장 그 도움이 필요한 여성에게 시민들 세금이 쓰이는 것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242, 243쪽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많은 여성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만큼 강력한 힘을 지닌 서사는 없다”는 걸 깨닫는다. 저자에게도 돌려줘야 할 말이다. 이 책의 중심축이었던 저자의 이야기 역시 그런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리가 나오고 남성 성기가 삽입되는 질 구멍이 어디에 어떻게 나 있는지, 질이 어떤 조직인지, 어떻게 반응하는지 전혀 몰랐던 누구에게, 오직 타인의 취향과 바람에 맞추려고 노력하다 자기 몸을 남처럼 바라봤던 누구에게 이 책은 자신을 만나 마침내 화해하는 시간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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