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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9년 11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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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6쪽 | 535g | 103*185*30mm |
ISBN13 | 9788993928037 |
ISBN10 | 89939280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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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02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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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일기. 매력적인가? 그다지... 남자가 보기에는 참으로 칠칠맞은 행동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남자가 일기를 쓴다 치면 초등학생 시절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내고 개학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그동안 밀렸던 일기를 쓰기위해 온갖 머리를 쥐어짜며 일기장을 채워 나갔던 때가 생각난다. 대부분 그 시절에 모든 남자들은 소설가가 되곤 한다.
여자의 일기.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 안에 무슨 내용이 있을까 벌써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남자가 쓴 일기는 엄마가 보든 선생님이 보든 전혀 신경 안 쓴다. 왜냐? 내가 봐도 별 내용이 없으니까. 그러나 여자의 일기는 다르다. 여자의 일기는 엄마에게도 보여 주지 않는 일기이다. 어떤 일기장에는 작은 자물쇠까지 달려 있다. 여하튼 여자의 일기라 치면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말하지 않을 것 같은 묘하고도 애매모호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고, 누굴 지금 짝사랑하고 있다는 핫한 이야기까지 담겨져있을 것 같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남녀차별과 전혀 무관하다는 건 굳이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요즘 하도 세상이 무서워서 조금이나마 안전빵으로 이렇게 씁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남녀차별과 전혀 무관합니다.)
이 책을 최초로 다 읽은 지는 꽤 되었으나 난 이 책을 종종 읽어본다.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 것이다. 이 책은 그냥 그렇게 읽어도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였다 하여 책장에 바로 꽂아 버릴만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가 갖고 있는 감수성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느낄 수 있었고,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점에 대하여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번 읽어보시라. '롤러코스터'가 주는 공감대와는 또 다른 느낌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많은 글들이 나를 자극시키고 힘이 되고 인상적이었지만 굳이 기억에 남는 글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327쪽에 있는 [너만 그런 건 아니야]를 꼽을 수 있겠다. 내가 가장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며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을 것이다. 그렇다하여 이 글에서 나의 고민에 대하여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너만 그런 건 아니랴."라고 말할 뿐이다. (정확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사서 읽어보길 바란다. 설마 음악을 mp3로 다운 받아 듣듯, 책마저 그런 만행을 저지를 생각이라면 "아~ 님 제발...")
그래도 이 책을 쓴 사람이 나름 음악을 하는 뮤지션인데 그저 책만 읽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그래서 책뿐만 아니라 음악 또한 추천을 할까 한다. 이석원이 책을 출판하기 이전에 언니네 이발관의 5집 [가장 보통의 존재]가 나왔다. 이 음반이 제 6회 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최우수 모던록(음반)", "최우수 모던록(노래)" 이렇게 3관왕을 하였다는, 이 음반을 가슴으로 느끼기 이전에 그저 한낱 화려한 포장지에 불과한 이야기는 그냥 접도록 하겠다. (아이쿠.. 벌써 해버렸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궁금하지 않은가? 과연 보통의 존재는 누구일까? 보통의 존재는 이번 5집 음반을 만들기에 앞서 임의로 만든 가상의 한 인물이다. 그리고 5집은 바로 보통의 존재라는 가상의 인물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가상의 인물인 보통의 존재를 본인이라 생각하고 이 책과 음반을 같이 읽고 듣는다면 나름 괜찮을 듯싶다. 필요로 하면 따뜻한 차와 함께.
'언니네 이발관' 이라는 모던 락밴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 산문집은 그 밴드의 보컬 이석원씨 저서다. 사실 이 책을 읽게된 건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나 이석원씨에 대한 개인적이 관심이 때문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선물받게 되는 바람에 읽게 된 책이다.
상큼한 노란색 표지와 달리 그의 글은 무채색이었다. 어떤 잔잔함과 고즈넉함이 있었다. 뭐랄까? 그를 모르지만 그에 대해 얼마만큼은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 권의 책으로 그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어렴풋이 그를 알 것만 같다. 어딘지 모르게 나와 비슷하기도 했고 또 나와 틀리기도 했다. 그는 그의 글들로 자신을 '보통의 존재'라고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보통의 존재'를 닮은 나 또한 '보통의 존재'다. 사전은 '보통'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어 평범함.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네이버 국어사전). 이 보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편안함을 주는지 다들 알 것이다. 유별나게 도드라지지도 않고 눈길을 끌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과 어느 누구와든 나눌 수 있는 교집합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그저 그런 보통 말이다. 많은 이들은 특별하기를 원한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고 특별한 애정을 받고 싶고 특별한 눈길을 받고 싶어 한다. 모두가 어떤 대상들에 파묻혀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 가슴에 더욱 와닿았다. 그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들을 내어 보임으로 어떤 대상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한다. '나를 보시오. 나는 이렇게 보통이요. 당신들과 비슷한 보통의 사람이니 안심하시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오시오' 하고 말이다. 그의 글은 나에게 소박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있는 동안 그의 온기가 느껴졌고 그의 진심을 알 것 같았다. 결국 보통의 존재들끼리 마주 앉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두런 두런 나누는 순간이었다. 누가 지은 표제일까? 그의 글에 너무나도 잘 맞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용기 있는 고백들 그리고 솔직하게 드러낸 상처들. 나는 그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바라봐주고 보통의 것으로 대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은 딱 차 한잔 마시는 기분이었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인위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은 유독 '맞아맞아' 하며 밑줄치고픈 구절들이 많았다. 역시 보통의 것들이기에? 취향을 내세워 읽고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닌 보통의 것들이기에 그랬을까? 보통의 존재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싶어하는 이 역시 보통의 존재들이 지닌 마음들. 그 역시 하고 싶었고 나 역시 하고 싶어 진 말, 그 말 한마디를 하고 싶다.
당신도, 나도 우리는 그냥 보통의 존재야. 그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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