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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1990년 08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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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8쪽 | 540g | 152*225*30mm |
ISBN13 | 9788937400674 |
ISBN10 | 89374006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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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1일 ~ 2024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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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은 후 미니 감상평
이 작품을 통해 밀란 쿤데라를 처음 만나 보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사랑일까>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작품의 특징은 너무도 흡사해 마치 쌍둥이를 놓고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가를 고민하는 사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알랭 드 보통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밀란 쿤데라라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밀란 쿤데라의 작품에 대해 말하기를, 에세이와 소설이 결합하고, 철학과 이야기가 결합한 그의 책은 무척 흥미롭다고 고백한바 있다. 아마도 그는 쿤데라의 철학적 소설에 대해 커다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밀란 쿤데라는 1929년 체코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처녀작 <농담>을 통해 프랑스의 명작가가 되었다. 알랭 드 보통과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은 소설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해학과 지성, 반어와 철학, 인간의 양면성과 삶의 모순을 담고 있다. 마치 어려운 심리학책(또는 철학책)을 공부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의 작품은 심오하고 애매하다.
이 책의 주제는 무거움과 가벼움이 지닌 양면성이다. 무엇이 옳다, 틀리다를 주장하기 위해 이 소설이 탄생된 것은 아니다. 그의 주장대로 소설은 하나의 메타포에 의해 하나의 인물과 사건이 탄생한다. 바로 이 소설은 니체의 영혼의 회구성에 의해 만들어 졌다. ‘영원회귀 사상’ 이것은 영겁회귀라고도 하는데 영원한 시간은 원형(圓形)을 이루고, 그 원형 안에서 일체의 사물이 그대로 무한히 되풀이되며, 그와 같은 인식의 발견도 무한히 되풀이된다는 내용이다. p11을 잘 살펴보면 ‘우리 인생의 매순간이 무한한 횟수로 반복되어야만 한다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듯 영원성에 못 박힌 꼴이다. 이런 발상은 끔찍하다. 영원한 회귀의 세상에서는 몸짓 하나 하나가 견딜 수 없는 책임의 짐을 떠맡는다. 바로 그 때문에 니체의 영원 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것을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의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소설의 의문대로 묵직함은 진정 끔찍한 것이고, 가벼움은 아름다운 것일까? 이것을 기원전 6세기 파르메니데스가 제기했던 문제였다. 그는 가벼운 것이 긍정적이고 무거운 것이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그와 반대로 무거움을 긍정적인 것으로 간주했던 것 같다. 진중하게 내린 결정은 운명의 목소리와 결부되어있고 무거움, 필연성 그리고 가치는 내면저그로 연결된 세 개념이다. 필연적인 것만이 진중한 것이고, 묵직한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쪽이 옳은지, 그른지 모른다. 작가의 가장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주장은 바로 똥의 가벼움과 무거움이다. 쿤데라는 똥이 더럽다는 전제하에 발랑탱의 주장대로 거룩한 예수님은(신의 아들) 똥을 싸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자아냈다. 이 책의 주제인 가볍다, 무겁다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듯 똥의 기준도 분명하지 않다. 만약 성경의 말대로 신의 모양과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면 신도 배변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천국을 상상할 때 성경말씀대로 금은보화가 가득한 아름다운 성을 떠올린다. 거기에는 똥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똥 자체가 더럽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p282에 보면 ‘똥은 악의 문제보다 더욱 골치 아픈 신학적 문제이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으며 따라서 인류의 범죄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똥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을 창조한 신, 오직 신에게만 돌아간다.’ 그 이유 때문에(똥) 인간이 천국에서 추방당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발상인가! 똥 때문에 인간이 심판받는다면 인간은 그 부피를 잃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 자체가 된다고 한다.
작가는 그 심오한 문제를 소설의 각 인물을 통해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찾아 갔다. 외과의사 토마스는 삶의 무게와 획일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성에 집착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자유로움이며 그에게 있어 가벼움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그의 삶에 가벼운 사랑과 무거운 사랑이 동시에 찾아온다. 늘 가벼운 사랑만 추구해온 그의 삶에 불현듯 찾아온 테레사는 그가 지켜주고 보호해야 하는 작은 요에 담긴 아기였다. 그와 반대로 사비나는 사랑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한 여자였다. 그녀 역시 수많은 남자의 애인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사람은 끝까지 토마스를 위해 정조를 지켜온 테레사다. 토마스는 테레사와 결혼한 후에도 하루에 두 번 여자와 정사를 펼칠 정도로 성 애착증이 강한 남자였다. 심지어 정부와 성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여자와의 성관계를 꿈꾸는 그런 변태적 성향이 짙은 남자였다. 너무나 대조적인 두 사람과의 결합이었다. 가벼운 토마스에게 무거운 테레사는 지상에서의 삶을 보다 생생하고 진실하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아마 그의 삶에 테레사가 없었다면 그는 너무도 가벼워 아마 날아가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인해 삶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또 반대로 그의 삶에 무거움만 존재했다면 그의 어깨는 너무 무거워 미쳐 인생을 다 살기도 전에 땅으로 꺼지고 말았을 것이다. 테레사를 통해 인생의 진지함과 진실함을 알았다면 다른 여성을 통해 자유함과 즐거움을 얻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는 이 소설에서 가장 중립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무거움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삶이 너무나 버겁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색다른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찾아 가는 과정 속에 성장 하는 것 같다.
이 소설의 가벼움의 상징인 사비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사랑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테레사처럼 늙지도 고통을 받지도 않았다. 오히려 순진한 남자 프란츠는 가정을 버리고 사비나를 사랑할 정도로 그녀를 우상시하다 결국 그녀에게 보기 좋게 버림받은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 역시 외로움에 목이 메인다. 모든 남자들은 그녀를 통해 자유함을 얻었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내면 깊이 멜랑콜리(조울병)를 앓고 있었다. 가벼움의 상징인 그녀 역시 참을 수 없은 존재의 가벼움은 미치도록 외로운 공허감이었다. 인간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양면성을 가진 동물인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싯다르타>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아무리 극악무도한 살인자라 할지라도 그 안에 완전한 악만이 존재한 것이 아닌 선과 악이 존재한다고 했다. 도를 통달한 도인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악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가 소설에서 설명한 ‘영혼과 육체’부분에서도 무거운 육은 가벼운 영혼을 원하고 가벼운 영혼은 무거운 몸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이 역시 양면성을 지닌 인간의 모순이요 애매모함이다. 어쩌면 삶 자체가 모순 덩어리 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동기이자 주인공 토마스를 탄생시킨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 역시 양면성을 지닌다. 불교사상으로 본다면 그 말은 충분히 사실에 가깝다. 인생은 돌고 돌기에 삶은 무한히 되풀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기독교사상으로 본다면 그것은 틀린 말이다.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 단 한 번의 인생만 존재할 뿐이다. 그는 준비도 없이 오른 무대처럼 인생 자체가 첫 번째 리허설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했다. 인생이 순환이라고 주장하는 사상과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주장한 사상의 대립 역시 믿는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니체의 사상은 종교에 있어서는 대립성을 가지지만 행복론에 있어서는 그의 주장이 맞다. p340에 보면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다.’나 역시 이 소설을 읽으며 무거움과 가벼움뿐만 아니라 강함과 약함, 영혼과 육체, 삶과 죽음, 선과 악에 대한 정의를 쉽사리 내릴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믿는자의 선택이라는 또 하나의 애매모함만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극과 극은 결코 행복하지 못한 삶이라는 사실은 발견할 수 있었다. 중립적인 삶, 하지만 언제나 그 중간이 가장 어렵기 마련이다. 그 기준 역시 애매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토마스가 테레사 없이 가벼운 여자들만 끝까지 취했다면 인생의 평온과 조용한 사랑이 주는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은 메타포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p240) 토마스와 테레사의 만남이 여섯 번의 메타포의 연속성에 의해 시작됐고 그것은 그들로 하여금 사랑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들의 사랑은 이상하게 비대칭적인 건축물이었다. 사랑만을 추구한 테레사와 사랑과 섹스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토마스와의 사랑에서 피해자는 테레사였다. 그녀는 그와 반대로 “나는 쾌락을 찾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찾아요. 행복 없는 쾌락은 쾌락이 아니에요.”라고 고백했다. 사랑이 있기에 쾌락이 존재할 수 있었고 사랑이 있기에 그 안에 행복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계속된 바람으로 인해 그녀는 결코 그의 옆에서 행복도, 사랑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해를 필요로 한 사랑이었지만 테레사가 애완견 카레닌에게 갖는 사랑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이었다. 그녀는 카레닌에게 사랑을 강요하지도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인간의 한 쌍을 괴롭히는 질문을(그가 나를 사랑할까? 나보다 다른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그가 나를 더 사랑할까?) 던지지도 그렇다고 사랑을 의심하거나 저울질하고나 검토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런 행위는 사랑을 싹부터 파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난 이 부분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p338) 사랑을 하면서 우리를 괴롭혔던 가장 큰 문제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는 다른 무엇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카레닌에 대한 사랑은 그녀의 자발적 사랑이지만 그와의 사랑은 어쩌면 철저히 계산된 사랑이었기에 사랑 이전에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을까? 토마스의 영원한 숙제이자 무거운 짐 ‘그래야만 한다!’를 탄생시킨 삶의 진실과 애착을 가져다 준 유일한 여자라는 사실을..... 사랑은 삶의 무거운 숙제 ‘그래야만 한다!’를 초월한 자유함이다. 소설 속 무거움의 상징인 테레사는 파르메니데스의 주장대로 무거움(부정)에서 가벼움(긍정)으로 변모해 갔고 또한 베토벤의 말대로 ‘그래야만 한다!’가 무거움이(부정) 아닌 가벼움(긍정)이라면 토마스의 가벼운 삶은 테레사에 의해 무거움(긍정)으로 변모해 갔다.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인생이란 강요된 임무가 아닌 자유함을 깨닫고 나면 행복하다는 그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좋은 결말을 맺을 수 있었던 이 소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참고로 이 소설은 정복해야 할 하나의 산이라 표현할 수 있고 한 번으로 끝났다면 그 깊이를 이해할 수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철학적 이해를 필요한 이 책은 나에게 조금은 어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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