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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7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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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22쪽 | 724g | 145*215*35mm |
ISBN13 | 9791187038597 |
ISBN10 | 11870385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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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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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거대한 동굴들이 있습니다. 혹시 그중 어딘가에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 동굴에는 아무도 살려고 들지 않을 것입니다. 무척이나 춥고, 위험하고, 어두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프랑스의 페슈메를 동굴에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우리에게 그곳을 구경시켜 주는 관리인이 진깃불을 꺼 버리자, 제 평생에 그보다 더 어두운 곳은 또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가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우리의 온 의식은 싹쓸이되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 동굴에서 저 동물 그림들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물들이 어떤 종류의 힘들을 상징함을 알고 있습니다. 이 동굴은 소년의 의례, 남자의 의례에 수반되었음이 거의 확실합니다. 즉 그곳에서 소년이 남자로 변모하는 것이며, 그들은 동물에게 기도하는 법과 동물의 기꺼운 희생에 보상을 약속하는 법을 배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엄마의 어린 아들이 아니라 어엿한 남자가 되는 법도 배우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시련을 겪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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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동굴 안에 들어가 더듬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영웅이 들어가는 아무런 길도 나있지 않은 어두운 숲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무척 흥미로울 것이라는 기대에는 부합하나, 내가 조금은 알고 있다고 느끼는 지점에 돌부리가 하나 있어서 무심코 넘어질 수 있는 책이었다. 조지프 캠벨의 개인적인 삶의 역사와 그의 연구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 대화, 강연 내용들이 어우러지다보니 깊이와 넓이가 느껴지는 책이었고, 내가 단편적으로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는 지식들이 이 책을 읽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느낌도 들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조지프 캠벨의 개인사였다. 완성된 학자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경험부터 스스로 학자로 만들어 가는 그 과정은 영웅의 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10대 초반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한 책들을 탐독하고,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인정해주지 않자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대공황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우드스톡의 오두막에 칩거하며 하루에 9시간씩 5년간 책을 읽고, 출판사와의 계약 이후 5년간 집필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두 번이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으나 결국 그 가치를 알아보는 볼링엔 재단에 의해 출간되어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는 일화들은 자신의 희열을 따를 때 생각지도 못한 문들이 열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여신과의 만남”이라는 4번째 단계에서 읽게 된,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 생활은 무척 인상적이어서 피상적으로만 생각하던 ‘결혼’에 대해 ‘관계’, ‘희생’, ‘성장’의 요소를 새로운 각도로 생각해보게 했다.
서평을 쓰기 전, 뽑아 본 카드덱을 보며 혼자 웃었는데, 한 장은 결혼에 관해, 또 다른 한 장은 예술가에 관한 것이었다. ‘결혼은 시련이며, 그런 생각을 한다면 통과할 수 있을 텐데, 그 시련은 (상대방이 아닌) 관계에 에고를 희생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이 책의 내용을 오롯이 담고 있는 카드와 이 책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에 관한 캠벨의 의견, 즉, ‘예술가는, 우리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의 초월적이고, 무한하며, 풍요로운 속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현대적인 은유를 제공해준다’는 카드였으니 말이다. 나에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두 가지가 뽑힌 것이 우연은 아닐 듯하다.
솔직히 이 책을 평가할 만큼 잘 이해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동굴에서의 삶, 동굴에서의 시간을 보다 선명하게 경험하게 해주는 책이어서 그런지, 내가 무언가를 보았다고 느끼는 지점에서 일기장에 글을 쓰고,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는 시간들을 함께 가졌다. 그러다보니, 세상의 눈과 기준으로, 혹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나의 기준으로, 동굴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 같은 시간도 내 삶이고 내가 살아간 시간임에 분명하다는 것이 선명해졌다. 동시에, 내가 알고 있다고, 이만큼 살아보니 삶이 이런 거구나 하고 알고 있다 싶을 때, 내가 아는 게 무엇인가 하는 것을 되묻게 되었다. 책 전체의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더라도, 책을 읽으며 경험한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삶이 또한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있는 대로의 삶”을 격하시키지 않아야 하며, “이상이란 반드시 경험에서 성장해 나와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제 그것이야말로 예술가의 기능입니다. 즉 경험을 취하는 것입니다.(443)”라는 캠벨의 말이 반가웠다.
저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야말로 신화의 최종 빙퇴석의 일종에 해당하는 시기라고 간주합니다. 마치 신화적 허섭스레기가 사방에 잔뜩 펼쳐진 것 같습니다. 문화를 만들었던 신화, 그리고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 신화가 그저 우리 주위에 흩어져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상상력 넘치는 삶을 활성화하려는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개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도서관마다 잔뜩 쏟아져 들어오는 이 놀라운 문헌에서 자극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 세계는 이 놀라운 것들로 다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아무런 규칙도 없습니다. 개인은 자기 마음을 감전시키고 활기차게 만드는 것을, 그리고 자기를 깨우는 것을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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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과학과 대립되는 위치에 설 것이 아니라, 최신의 과학적 성과까지 모두 품도록 신화의 영역을 늘려가야 한다는 캠벨의 말은, 개인이 자신의 신화를 펼쳐나가는 것이 결국은 그런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나도 나만의 희열을 찾는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그 여정 자체를, 그 모험의 과정 자체를 긍정한다면, 다음에는 <영웅의 여정>이라는 동굴에서 어떤 것들을 보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웅의 여정>을 걸어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들이 열리기를 바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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