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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훈 소설집

[ 양장 ]
민병훈 | 민음사 | 2020년 05월 25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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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5일
판형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268g | 115*205*15mm
ISBN13 9788937491351
ISBN10 893749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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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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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2015년 『문예중앙』에 단편소설 「버티고vertigo」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재구성』 『겨울에 대한 감각』, 장편소설 『달력 뒤에 쓴 유서』가 있다. 2015년 『문예중앙』에 단편소설 「버티고vertigo」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재구성』 『겨울에 대한 감각』, 장편소설 『달력 뒤에 쓴 유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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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83

출판사 리뷰

기억을 부르는 진술

1부에서는 민병훈 소설의 주된 작법인 진술적 언어의 예술성이 두드러진다. 민병훈의 소설은 소설에 요구되는 보통의 덕목에 관심 두지 않는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 필연적인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집중된 전개, 아름다운 문장과 합리적인 사유는 민병훈 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규정하기 힘든 감각과 사유의 덩어리가 되려 하는 그의 소설은 차라리 하나의 뉘앙스다. 불확실하고 불확정적인 언어, 즉 1인칭의 진술을 통해 다시 인식되는 기억들은 말하지 않고도 감지할 수 있는 비언어적 언어를 꿈꾼다.

기원을 찾아서

2부에 수록된 작품들은 ‘기원’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묶였다. 누구에게나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원체험이 있다. 민병훈 소설에서 그러한 원체험은 폭력에 대한 경험이다. 학창시절 수련원에서 경험한 유년기의 집단 체험은 극기훈련, 정신단련, 복명복창, 연대책임 같은 강렬한 트라우마적 기억을 형성한다. 공포와 불안, 흥분과 욕망이 뒤섞여 있는 그날들의 경험은 그날 이전과 이후로 우리를 분화시킨다. 20세기 한국사회가 만들어 낸 기이하고 기괴한 폭력의 공기가 2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인간을 삼키는 기계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 3부에서는 민병훈 소설에서만 접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자주 드러난다. 우주원, 과학단지, 박물관, 탄광촌, 방공호, 광장과 제단 등 낯설고 거대한 시설들뿐만 아니라 기차, 비행기, 전투기, 기중기 등 육중한 기계들 역시 매우 중요한 소재로 나타난다. 거대한 시설들로 둘러싸인 공간이나 인간이 닿을 수 없는 능력을 지닌 기계들은 인간의 왜소함을 가시화하며 인간이 지닌 한계의 면모들을 차갑게 드러낸다.

시작과 중간과 끝을 지닌 서사물이기를 포기한 민병훈의 소설은 시작도 중간도 끝도 파악할 수 없는 인간 사유의 시공간을 핍진하게 묘사한다. 하나의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 서사물과 달리 민병훈의 소설은 끊임없이 방해받는 탓에 출발하지도 전개되지도 도착하지도 못한다. 모름을 공유하기 위한 민병훈식의 글쓰기는 방해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자 방해받는 와중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집요한 탐색이기도 하다. 이 헤맴의 기록은 민병훈이 한국문학의 땅에 남긴 첫 번째 발자국이자 유일한 발자국이다.

[수록 작품 소개]

「장화를 신고 걸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연꽃 사이를 헤치며」 ‘나’는 그의 죽음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생각은 자꾸 방해받는다. 못질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호스로 물질하는 중이고 트럼펫을 연주하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다시 기억을 떠올리지만 사람들의 야유 속에서 기억은 다시 중단된다. 두서없이 쏟아지는 너의 말들 속을 헤매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러나 ‘나’는 이내 잠에 들고 만다.

「재구성」 ‘나’는 벤치에 앉아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린다. 가까운 곳에서 개가 짖는다.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려 했으나 그 이름들이 너무 많다고 느낀다. 구남, 현, 제이슨, 미영, 와타나베, 람, 바다리, 미진, 수, 모리아…… 생각의 흐름이 계속될수록 누군가를 떠올려야 할 것 같지만 끝내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순의 연속. 그를 자꾸 지연시키는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원인」 ‘나’는 기억을 찾기 위한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구간을 되돌릴 시도를. 나사를 빼는 일을. 의사의 말에 따르면 공포가 ‘나’를 바꿔 놓았다고 한다. 그것도 압도적인 공포가. 무서웠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애초에 무엇을 느꼈는지도 모르는데. 종일 음악이 흐른다. 순간이 있고, 이미지가 몰려오고, 모래와 해변의 모래가 뒤섞인다. 언제나 방해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육박하는 기억을 모르는 척 방치하고 있다. 무엇도 원인이 아닌 동시에 모든 것이 원인이다.

「여섯 명의 블루」 “너는 온다. 네모로. 네모 속에서. 바퀴 달린 상자처럼 온다.” 외국에서 죽은 친구가 비행기에 실려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와 함께한 친구 다섯 명은 그에 대한 상실감과 함께 그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우주선의 잔해들은 전부 어디로 사라졌을까.”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죽음의 행방은 묘연해지고 건물이 해체되듯 그의 모습도 해체되어 간다.

「서울」 “아버지 100원만, 100원만” 1986년 봄.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이 유출되고 서울올림픽이 개최되고 동생은 화장실에서 호돌이 인형을 찢고 있던 그때 그 서울에 대한 피상적인 이미지들이 계속된다.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발가벗겨진 채로 쫓겨났던 기억은 곧 2005년 여름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20년을 사이에 두고 나타나는 기억의 연쇄 사이로 숨은 기억과 숨지 않은 기억이 나누어진다.

「서울-남작」 ‘나’는 누구일까. 서울이라는 공간의 특징들과 남작이라는 인물에 대한 상상이 겹쳐진다. 서울과 남작에 대한 이미지가 구체화될수록 이 모든 것이 머릿속 상상처럼 보이는가 하면 과거의 시공간에 대한 사실적인 기억 같기도 하다. 상상과 실재를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진술」 ‘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극기 수련원에서 교관으로 일했다. 수련생들을 인솔했고 손이 부족한 날에는 식당 일도 도왔다. 잡부에 가까운 일들이지만 규율의 공간에서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늑함과 평온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련생 중 한 명이 사라진다. ‘나’는 책임자로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모두진술에 임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그의 진술은 사실에 대한 기존의 확증마저 뒤흔든다.

「버티고」 화자인 ‘음’은 편집장으로부터 인터뷰 지시를 받고 항공우주원 직원을 만나러 간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날씨가 좋을 때 바다와 하늘을 구분하지 못해 바다로 비행기를 몰다 죽음에 이르는 ‘버티고’에 대해 듣고, 한 조종사가 그로 인해 죽음을 맞았음을 알게 된다. 감각이 일으킨 착각으로 인해 맞게 된 죽음.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감각의 아이러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상으로서의 ‘버티고’는 인식으로서의 ‘버티고’로 전환된다.

「붉은 증기」 전선을 이탈한 대령은 마수를 찾는 중이다. 대령은 철교 주변에 이르러 주변을 살피지만 공장에서 생산되는 기계들만이 가득하다. 그 기계들이 어디에 쓰이는지 대령은 알 수 없다. “연장들이 대령의 이마를 주시한다.” 대령은 커다란 기중기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대령은 찾고 있던 마수를 만나지만 마수는 대령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대령에게 현실감 있는 물질은 바닥에 떨어진 계급장이 전부다.

「정점 관측」 탁의 죽음 이후, ‘나’는 탁이 맡고 있던 연구를 이어받기로 한다. 그러나 탁의 연구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탁의 생각도, 탁의 존재도 불분명해진다.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누구의 눈을 빌려야 할지 혼란스러워지는 ‘나’는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 앞에서 초점을 잃어 간다. 초점을 잃어 가는 것은 그들이 공유하는 연구 대상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관계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에서]

죽음이라는 사건, 산책과 기계, 불안, 현재와 강박증, 영원한 미래 속, 실종, 유년기.
나의 기분과 기억들.
뚜렷하게 뭔가를 알아냈다면 쓰지 못했을 것이다.

추천평

민병훈은 먼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모르는 사람이다. 그의 소설은 헤맴의 기록이자 일종의 길 잃음이며 다른 무엇이 아닌 자신이 되고자 노력한 흔적이다. 이런 소설을 만나는 일은 드문 일이지만 드문 만남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정지돈 (소설가)
어쩌면 민병훈의 소설은 그의 표현처럼 ‘달력 뒤에 쓰는 유서’일지 모르겠다.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그 뒤편에 기억을 기입해서 죽음을 예비하는 행위, 또 끊임없이 기억의 원천을 찾아 헤매는 작업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기억에 접속한다. 그 기억들은 대체로 미화되어 있다. 끔찍하고 낯선 경험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미묘하게 자신을 바꾼, 그 시작과 근원은 겹겹이 은폐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까마득한 기억을 대체로 포기한다. 적당한 기억에 의존해 자신의 현재를 의탁하고 스스로를 분석하며 미래를 견딘다. 그러나 민병훈의 소설은 기억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방황을 수리한다. 강물 위로 흐르는 불빛에서,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촛불을 앞에 두고 그는 떠올린다. 아니, 너는 온다. 말 그대로 불현 듯.
- 노태훈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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