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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0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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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636쪽 | 1,007g | 152*225*35mm |
ISBN13 | 9788937443879 |
ISBN10 | 89374438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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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체계인 지구에서 ‘쓰레기를 버린다’는 말은
‘쓰레기를 어딘가에 둔다’는 의미이다.” - P 498中에서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 행사와 그 생태계가 인간에 영향을 끼친 ‘응징적 순환’의 역사를 읽게 된다. 1만 2천 년 전 대륙과 섬의 모든 곳에 ‘현명한 자’라는 자화자찬의 이름이 주어진 호모사피엔스의 발걸음이 미쳤을 때부터 21세기 초에 이르는 장구한 시간, 지구라는 이 ‘닫힌 생태계’에서 벌어진 적나라한 ‘빅히스토리’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축의 기울기, 지각판의 이동, 태양에너지, 토양, 해양, 동물과 식물, 대기, 인간의 역사를 통일적으로 조망하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귀환 불가능점을 넘어서는 파멸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서의 전(全)지구적 과제를 숙고키 위한 제언이기도 하다.
“통찰력이 부족해 문제를 키워서 모든 사람이 문제를 인식하기에 이른다면
이미 해결할 방법은 없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이 책의 판본인 2007년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가 재앙(災殃)적 환경파괴로 인한 공멸의 불가역(不可逆)적 행로를 치닫는 인류를 향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인용한 한 구절이다. 인류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10여 년 전의 이 경고 메시지를 마치 아무런 충격을 받은 적 없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대하기에는 이미 문제에 대한 인식의 범위에 우리는 너무 깊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지구상의 생명을 지탱하는 전체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두 종류의 오염으로 ‘오존층 파괴’와 ‘지구 온난화’를 지목하고 있다. 이 문제 제기는 새삼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익숙한 목소리다. 1896년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가 당시 화석연료 사용의 급격한 증가로 지구 기온 상승을 처음으로 제기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1980년대 말 과학계의 우려 섞인 문제인식과 함께 비로소 ‘UN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인 IPCC가 설립되었다.
이 목소리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편입되었다는 어렴풋한 동의의 움직임이 있기까지 대략 1세기가 걸렸다는 뜻이다. 이로부터 다시금 30여년이 지났으나 생태계 파괴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을 뿐, 지난 두 세기 동안 대기 오염 주요 배출 5개국(미국, 영국, 일본, 독일, 구소련)의 선두자인 “미국은 아예 대놓고 아무런 행동도 못하겠다고”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태도는 “개발업자들의 이익은 멸종 위기 동물들보다 중시되어야 한다.”(P 252)는 야생동물과 국립공원 책임자인 미국 내무차관이었던 ‘크레이그 맨슨’의 노골적인 언사에도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지구는 닫힌 생태계이다. 이는 먹이사슬로 연결된 촘촘한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그 사슬의 무엇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전체 시스템에 교란, 나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괴가 발생하는 체계이며, 그 파괴에서 어디론가 도망 갈 곳이 없는 폐쇄된 체계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닫힌 생태계’의 환경적 엄중함을 시사하는 「이스터섬의 교훈」 으로 책의 1장을 여는 것은 어쩌면 인류를 향한 저자의 충격 요법인지도 모르겠다.
1. 명멸했던 문명들
사라진 문명, 비밀 종교의 역사와 같은 신비 그득한 제목을 달고 흥미롭게 대중의 시선을 끌곤 했던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작은 섬 이스터(Easter Island)의 거대한 석상 모아이(moai)를 인간의 압력을 버텨내지 못한 환경과 더불어 몰락해버린 어떤 파국적 상징물로서 보게 된다. 극도로 제한된 자원은 씨족 간의 끊임없는 싸움을 야기하고 수십 톤씩 나가는 돌을 경쟁적으로 운반하기 위한 레일로 삼림은 한 그루의 나무도 남지 않을 때까지 남벌된다. 그 사회는 무너진 환경과 더불어 몰락해버렸다. 메마른 식수원, 나무 한그루 없어 섬을 빠져나갈 배 한 척 만들 수 없었던 이 닫힌 공간과 함께 한 때 번성했던 이들은 그 자취를 감추었다. 이 소박한 교훈이 오늘의 인류에게 아무것도 말하는 것이 없다면 어쩌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는 의미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생태계 파괴를 통해 자멸한 문명의 역사들이 빼곡하게 서술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라 불리는 고대 수메르의 도시들, 거대한 곡창이었다던 우르는 이제 인적 없는 황무지 사막이다. “인간이 자연 환경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변화시켰던 지역”이 메소포타미아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정주 농경생활을 시작한 이들의 대규모 삼림파괴, 관개시설로 인한 자멸적 재앙의 초래는 기원전 2000년 무렵, “토양이 하얘졌다.”라는 급격한 염화를 기술한 그네들의 기록처럼 환경은 그들을 역사에서 퇴장시켜버렸다.
또한 거대한 문명을 자취도 없이 사라지게 한 가장 뚜렷한 예로서 마야 문명은 열대우림지역이라는 생태기반이 취약한 지역에서의 집약적인 삼림파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하는지에 대한 가혹하지만 명료한 반면교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문명에서부터 고대 사회들, 그리고 중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역사라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 증거들을 거론하는 것은 숨이 찰 정도이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는 멸종한 동물들, 사라진 삼림의 면적, 고갈된 해양자원들의 명세서라 해도 무방할 것만 같다.
2. 인류 역사의 대전환
‘인류 역사의 대전환’이라는 이 웅대한 표현은 사실 전혀 긍정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 못하다. 지구 환경을 전혀 다른 속도와 방법으로 유린하는, 그래서 생태계 일원으로서의 인간 종의 자멸을 가속화시키는 부정적 언어의 다름 아니다.
인류가 정주하여 농경생활을 시작한 것이 인류역사의 첫 번째 대전환이었음은 이젠 대중적 상식처럼 되어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대전환기라 할 수 있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18세기 근대산업사회로의 이전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역에 가해진 광범위한 토양의 침식은 아시아, 아프리카지역 등까지 서구의 식량생산 기지화로 인한 지구 황폐화 확산의 역사라 할 것이다.
영국의 아프리카 점령 수장이었던 ‘세실 로즈(Cecil Rhodes)'의 다음과 같은 연설기록은 환경 파괴의 이중적 양상을 보여주는 인간 행동 양식의 전형적인 보기가 되어 줄 것 같다.
“우리는 원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새 땅을 발견해야 하며, 동시에 식민지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야 한다. 식민지들은 또한 우리의 공장에서 잉여 생산된
쓰레기 처리장이 되어 줄 것이다.” (P 295)
서구의 식단을 채우기 위한 획일화된 농산물 생산 용도의 대규모 삼림 파괴를 수반하는 농장의 개간, 그리고 그들의 오염된 공장 폐기물을 적치함으로써 거듭 손상되는 현상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이러한 모습은 20세기에도 자국 숲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처녀림을 남벌하였던 일본의 행태에서도, 필리핀의 삼림 벌목으로 그네들의 처녀림을 단번에 50%로, 그리고 21세기 초 원시림의 3%만 잔존하게 했던 미국의 행동이 국가간 불평등의 역사와 함께 나란히 환경 파괴 역사의 그늘을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역사적 양상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오늘날 세계의 환경문제는 1500년 이후에 형성된 세계 경제가 지닌 특성의 맥락을 고려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구의 동진, 즉 식민지 수탈로부터 지구 환경 파괴가 본격화되었음에 대한 역사적 통찰의 시선이다. 여기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동반하는 산업사회로의 이전은 21세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실로 가공할 급격한 파괴로 치닫고 있음을 열거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두 번째 대전환이다.
정말 아이러니한 현상이라 보여 진다. 화석연료의 최초 사용이 1807년 영국 맨체스터와 미국 로드아일랜드 면방직 공장에서 공장가동 시간을 연장, 즉 노동 착취를 위한 수단으로 석탄가스를 사용함으로써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인간 노예화와 환경 착취의 현상이 이렇게 나란히 역사를 쓰게 되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초기 문명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제례, 지도자의 숭배를 위한 강제노역과 노예의 동원은 피라미드 건설, 이스터의 거석 상, 플랜테이션 농장을 위한 노예무역과 같이 대규모 환경파괴와 함께 병행한다. 인간 불평등의 역사와 생태계의 파괴는 어째 그 발원지가 같은 것 아닌가하는 의문조차 머리를 치켜든다.
18세기에 이르는 환경 파괴의 역사가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국지적 지배력 행사에 머물렀다면 19세기에서 20세기 초의 지난 200년간은 전지구적, 전방위적 파괴로 인한 환경의 근본적 손상에 이르렀음을, 그 심각성이 지구 환경이 버텨낼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음을 확인하는 역사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대량 소비사회의 대두는 과시적 소비 조장의 압력이라는 표현의 서로 다른 관점에 불과할 것이다. 자동차의 폭증은 교통 인프라의 구축을 수반하고, 이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환경파괴를 요구한다. 터널, 교량, 고속도로, 주차장 등등, 그리고 원자재의 채굴, 농지와 임야의 개발, 강과 해양의 오염, 배출가스의 대기오염, 생명체의 호흡 등 건강의 위협 등 단 하나의 생산물이 야기하는 생태계에 미치는 그 파급적 위력은 지구의 이전 역사에서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3. 결어(인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전환 할 수 있는가?)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 게다가 인구밀집의 도시사회인 오늘, 우리의 시선이 미처 다가서지 못한 무수한 원인(原因)처에서 생태계의 불가역적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30년간 705건에 달하는 해양 원유누출, 멕시코만 유전개발에서 벌어지는 60만 톤에 이르는 석유누출, 가난한 나라로 투기되는 독성 폐기물의 무역으로 인한 오염물질의 방치, 우라늄 농축과정에 소모되는 엄청난 에너지와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이라는 난제를 지닌 핵오염, 교통오염, 축산농업에서 야기되는 배기가스 등 온실기체의 한계 없는 배출은 지구궤도의 장기변동과 함께하는 밀로비치 효과와 어울려 닫힌 생태계인 지구를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
지구 환경문제의 가장 심각한, 그 해결 방법이 강구되어야만 하는 난제의 으뜸은 지구온난화라 지적하고 있다. 온난화의 책임은 선진국, 특히 미,영,독,일,러로 대표되는 지난 2세기 동안 그들의 산업화로 인한 혜택을 독점해 온 국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함을 그간의 배출 가스 통계에 의거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산업화에 들어선 중국, 인도, 브라질 3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구미 선진 여러 나라들의 노력을 무위로 돌릴 정도로 급격한 증가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는 것인가? 저자는 “이를 해결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울 것이다.”라고, “인간 사회가 지난 1만년 동안 행동해 온 방식 속에 뿌리 깊게 잡은 어떤 이유 때문”(P 577)이라고 맺고 있다. 그 어떤 이유란 무엇인가? 인간 욕망, 자기 편익 앞에서는 인류애, 양심이라는 것은 종적을 감추는 이기심인가 더구나 지구 환경이라는 추상적 기호로 대체되어 표현되는 대기와 해양, 이를테면 무주공산처럼 느껴지는 ‘접근성 개방 체제’의 자원일 경우 마구잡이로 수탈하려는 그 경향성 탓인가
“위기를 직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시점에서는 이미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변화를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음”(P 611)을 줄줄이 역사의 증거로 서술한 저자의 결론치고는 사실 무참함을 느끼게 된다. 대재앙으로 잔존한 인간들의 미래사회를 그린 '도선우' 작가의 소설 『모조사회』의 문장이 떠오른다. “인간은 변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지구는 회복될 수 없었다.” 이 비관적인 웅얼거림 이외에는 우리가 할 행동이란 없다는 얘기인가? 오늘 우리들이 하는 이 엄청난 소비의 생활방식이 과연 언제까지 고수될 수 있는 것인지, 우리에겐 이스터섬의 운명을 회피 할 수 있는 그런 지혜, 아니 자기반성의 실천이 불가능한 종이란 것인가? 역사의 교훈에 매달려 인식의 전환에 호소하는 것처럼 이해되는 것은 환경이라는 토대위에 통합적 역사를 기술했다는 '빅히스토리'로서의 귀중한 가치를 지닌 역작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아쉬움, 미흡함을 떨쳐내기 쉽지 않은 여운을 남게 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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