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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6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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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4쪽 | 761g | 152*225*25mm |
ISBN13 | 9791185585710 |
ISBN10 | 1185585710 |
얼리리더를 위한 7월의 책 : 곰돌이 푸_마그넷 오프너 증정
2024년 07월 01일 ~ 2024년 07월 31일
2024년 06월 17일 ~ 2024년 07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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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과 외국의 가진 자들을 비교할 때, 우리는 흔히 자선사업을 가지고 평가하곤 한다. 외국의 부호들이 제3세계나 혹은 인류를 위해 거액의 자금을 쾌척할 때 사람들은 찬사와 존경을 보내며, 우리 사회에는 왜 그런 부자들이 없는지 한탄한다. 그러나 이들이 자선사업을 하는 의미나 그들이 어떤 돈으로 그런 자선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이 책 [엘리트 독식 사회]는 바로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계적인 불평등은 이제 구조화되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분노하기 시작했고 제도나 법, 규범의 집합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이데올로기에 상관없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분노하라’로 상징되는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헌데 이런 불공정한 현 상태의 승자들이 사방에서 변화의 열렬한 지지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나 해결책을 찾는데 앞장선 이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사회변화마저도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자산 대하듯 하고 있다. 자선을 베푸는 방식을 선호하고, 시장의 방식으로 문제를 파악하려 하고, 시스템을 우회하고자 한다. 그들은 우리들의 구원자로 변신하였지만 실상은 그들이야말로 수많은 문제의 발생과 지속에 모종의 역할을 해온 사람들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출신인 저자 아난드 기리다라다스는 이 책에서 마켓월드라는 개념을 선보이며 그들의 이면을 파헤치고 있다. 마켓월드란 현 상태로부터 이익을 얻으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좋은 일도 한다는 소리를 듣는 신흥 권력 엘리트들을 지칭한다. 그들은 사업가와 자선단체는 물론 학계, 언론, 정부, 싱크탱크를 막론하고 널리 퍼져있다. 마켓월드는 그들만의 커뮤니티이자 그들의 문화 그 자체라고 한다. 한때 마켓월드의 일원이기도 했던 저자는 이들 엘리트들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려 하는지, 그리고 이들이 변화시키겠다는 세상은 과연 우리가 원하는 그런 모습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들의 열망과 위선’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저자는 직접 보고 느낀 그들 엘리트들의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의 엘리트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배려를 하는 엘리트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냉정한 숫자의 논리가 보여주는 것은 이들이 가장 약탈적인 엘리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17쪽)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마켓월드가 자신들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 결코 선하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았다. 미국의 부자들은 인류의 보편적인 복지를 위한 재단활동에 막대한 기금을 쏟아 붓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공적이고 민주적인 방식보다 사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그들에게, 현대사회의 문제 역시 부유한 기부자, 비정부기구, 공공부문 사이의 협력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부자들은 공공문제 해결의 지도적 위치에 올라간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방법들이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저지하는 권력까지도 함께 부여한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즉, 내 기부금의 원천인 상속이나 기업의 이익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해결책은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셈이다. 이렇게 그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장소로 시장을, 세상을 바꾸는 이상적 인물로 시장형 인간을 제시하며, 사람들에게 법을 바꾸고, 시민을 조직하고, 정부에 청원하는 대신 기업가정신으로 세계의 시급한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다며 홍보한다.
그런가 하면 마켓월드는 그들만의 율법으로 윈윈을 내세운다. (부자인) 나에게 좋은 것은 (가난한) 당신에게도 좋은 것이고,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한다는 사고방식이 그것이다. 현재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죄책감을 얼마간 덜어내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예로 사회적 기업이나 시회적 벤처캐피탈, 베네피트 기업, 기업의 사익추구를 교화시킨 공유가치 이론 등을 들고 있다. 이것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들이 없는 한, 처음 약속한 변화들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또한 그는 ‘종종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고, 하고 싶어 하고, 어떻게 하는지도 알고 있는 것을 하려고 할 때, 그리고 일종의 파급효과로써 거대한 문명의 이득을 약속할 때, 그 해결책은 세계의 필요보다는 해결하는 자의 필요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요컨대 다른 사람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윈윈은 사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75쪽)라고 단언한다. 즉, 자본가들의 탐욕이 낳은 행복한 부산물이 가난한 이들에게 미치는 한, 이들을 과도하게 규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깨어있는 자본주의, 박애자본주의, 인도주의 등도 모두 이러한 견해에 기초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경제적 빈곤층이 증가함에 따라 재분배를 위해서 부자들이 더 높은 세금의 형태로 상당한 돈을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에서도 마켓월드는 이것을 좋은 사업 기회로 생각한다. 돈을 내놓는 과정에서 다른 수익을 찾을 수도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시스템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이 책에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식소매상들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지식소매상이란 비판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공공지식인들과 달리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희망에 찬 해결책을 강조하며 승자의 가치를 홍보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정치적 양극화와 권위에 대한 신뢰, 심화되는 불평등은 공공지식인들의 쇠퇴와 함께 지식소매상들의 전성시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강연 등을 통해 엘리트들이 추구하는 변화의 전망을 제시하고, 엘리트들이 변화의 주체이자 문제의 해결책이지 결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대중에게 확인시켜준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고, 정치적인 것을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고, 건설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으로 분해하여 사람들이 쉽게 소화하게끔 만든다. 예를 들자면 불평등의 아이디어는 빈곤의 아이디어로 대체된다. 빈곤이 누군가의 책임을 묻지 않는 물질적으로 결핍된 상태라면, 불평등은 어떤 이는 갖고 다른 이는 갖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불의와 부정이라는 관념으로 연결되고 결국 시스템의 본질에 관한 것이 된다. 특권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불평등은 자신의 특권이 주목받는 것이 되고, 반면 빈곤은 수표를 끊어주어 그 사람의 문제를 작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지식소매상들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승자의 가치에 함몰되게 만든다. 당연히 이들의 강연과 경력은 모두 마켓월드에 의해 관리된다. 그리고 마켓월드를 배신하지 않는 한 그들이 누리는 혜택은 영원하다.
책에는 마켓월드를 둘러싼 각계각층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중에서도 정치적 좌파출신인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 인상적(?)이다. 클린턴은 대통령직을 떠난 후 세계적인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6년 유엔주간에 열린 CGI 컨퍼런스를 마치고 그는 ‘현대 세계에서 효력을 발하는 모든 것은 사적인, 기부자가 자금을 대는, 선한 의도로 가득찬, 대중에게 책임지지 않는, 기업과 자선가와 그 밖의 다른 사적 행위자들이 주도하는 윈윈의 제휴관계에 기초하는, 공직자들마저 신성하게 여기는 세계구원이다.’(367쪽)라고 했다. 효력을 발하는 모든 것은 기업이 ‘비용을 부담한 어느 포럼에서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꾸며낸 프로젝트들’(367쪽)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마켓월드는 문명사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기구를 한때 이끌었던 한 남자조차도 이제 부자들이 주도하는 사적인 사회변화에 대해 말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승리를 거두었다’(381쪽)며, 이것이야말로 ‘현대 세계에서 효력을 발하는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사회의 문제는 부와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된 극심한 불평등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사적인 해결방식 역시 그들이 선호하는 방법이다.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 없이 세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변화를 자신들이 주도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회변화는 시스템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 평등의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이 사적인 영역으로 옮겨가면 변화마저도 불평등하게 된다. 저자는 마켓월드로 지칭되는 엘리트들이 시장을 내세우며 민주적 목적마저 찬탈하는 것을 계속 지켜볼 것인가를 묻고 있다. 시스템은 종종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켓월드가 이해하는대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엘리트가 제공하는 인자한 도움이 아니라 강력한 평등의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나서서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고서 우리 사회는 어떤지에 생각이 미친다. 우리 사회의 승자들은 미국의 그들처럼 포장하려 하지도 않고 홍보하려 하지도 않는다. 아예 대놓고 날것으로 먹으려고 한다. 그들은 정치, 언론, 사법, 교육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소위 지식소매상과 같은 사람들을 키운다. 그러다보니 개혁이라고 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현 상태의 옹호에 불과할 뿐인데도 거추장스럽다고 말한다. 그저 이 상태가 이대로 계속 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나서야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고민과 마주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진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의 단초를 준다. 빈곤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의 문제라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시스템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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