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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3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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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76g | 130*190*20mm |
ISBN13 | 9791158511289 |
ISBN10 | 1158511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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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혼자의 혼을 지켜주고픈 세트 혼밥생활자의 책장 +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 혼자가 혼자에게
전3권
김다은,신소영,이병률 공저 | YES24 | 2019년 12월 19일
39,150원 (10% 할인)
1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을 펼치는 순간 깨달았다. 서평을 쓰기 어렵겠다는 걸. 책의 편집이 내가 서평을 쓰는 방식과 싱크로율이 99%이다. 독후감 책이니까 당연한 방식이긴 한데, 나의 방법과 너무 닮아있으니 반갑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독후감은 미세하게 들여다보기보다 전체적인 느낌을 써보기로 했다.
“혼밥생활을 하는 젊은 청춘들의 팝캐스트 진행자”의 책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재기발랄한 활력이 넘칠 것 같은 책이다. 그 에너지가 책을 뒤덮어, 꼰대의 반열에 이미 올라 있는 나의 진부함을 능멸하는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읽었다.
예상밖에도 넘칠 것이라는 에너지는 내적으로 충만했다. 내심 혼밥 생활자의 격정적 토로를 기대해서인지, 허탈한 마음이 조금 들긴 했다. 하지만 충만한 에너지는 저자의 생각과 감정을 예민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기에, 허탈한 마음은 금방 수그러들었다.
이 책은 ‘저자의 사색’과 ‘저자가 소개하는 책의 문장’이 교차 편집되어 있다. 저자의 관점에서 인상 깊었던 글귀들을 모아놓았는데, 나도 이미 읽은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있었던 문장들이 꽤 많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그 부분을 읽을 때는 묘한 동질감도 느껴진다. 세대를 뛰어넘는 좋은 문장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저자는 우울함에 관한 책들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것이라고 한다. 문득 ‘공감’이라는 단어가 ‘위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위로라는 말은 철저하게 ‘받음’에 익숙하다. 위로는 줄 수 없다. 아니 줄 수 있지만 주는 행위로 위로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위로’를 해준다고 그 사람이 위로받을까? 위로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위로는 받는 사람의 마음에서 ‘생겨’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위로는 공감과 같이 쓰이기에는 너무 이기적인 단어다. 그럼 ‘공감’과 어울리는 단어가 뭘까?
“배려”다! 배려라는 단어는 타인 지향적인 단어이다. 타인에 대해 공감한다면 “배려”해 주는 것이 맞다. 그 배려 다음에 위로받음은 당사자의 몫이다. 공감은 “배려”와 어울릴 때 제 역할을 한다.
한나 안렌트를 소개하며, “당신은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 당신은 시작하기 위해 창조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저자는 썼다. 이 생각에 동의하며 덧붙이고 싶다.
쓰러져 나약하다고 생각되는 지금 자신 모습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드시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강박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일어설 수 없는 자신의 모습도 존중해야 한다고.
몽골 여행 이야기는 ‘위트’가 넘쳐서 더럽기(?)까지 할 뻔했다. 그 솔직함이 매력적이고, 이것이 꼰대 세대와는 다른 혼밥 세대들의 살아가는 방식 같아서 생생함이 느껴진다.
후반부에 소개된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팟캐스트 내용은 무척 좋다. 특히 초대된 게스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상대평가 시스템하에서는 게으를 여유가 없다”라는 취지의 말이다. 자신만의 절대적 평가 기준이 있어야 그 기준을 넘을 때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상대평가의 미로에 갇힌 현세대에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 만든 것은 지난 세대의 잘못이다. 그리고 부탁한다. 그 다음 세대, 또는 다음 세대에까지 이 꼴을 물려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친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과 대중을 상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후자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지적 한계를 상정해 버리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일에 대해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일종의 결단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저자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서문에도 밝혔듯이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음에도 글을 쓰고 책을 출판했으니 말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어쩌면 바램이기도 하다.
저자는 무척 섬세하고 지성이 넘친다. 그 힘을 외부세계에도 투영해 나갔으면 좋겠다. 부조리한 사회현실에 관한 생각들도 많이 있을 법한데, 쉽게 표출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다음 책에서는 젊은 청춘의 서늘한 촌철살인을 듣고 싶다.
32쪽 소로의 ‘월든’을 소개하면서 “삶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는 기꺼이 이 교과서를 펼칠 것을 권한다.”라는 저자의 당찬 권유는 이 책의 백미다. 최소한 나에게는.
마치 오래 산 꼰대에게 젊은 지도자가 삶에 대해 진지한 충고를 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신선하면서도 즐거운 위화감을 만끽하는 문장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훌륭한 경험이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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