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바다를 발견하고 싶다

-숨바꼭질을 읽고-

목포신흥초등학교 5학년 고현호(여)

책 속에 내가 있었다.

현주는 자신을 꼭꼭 숨겼지만 나는 볼 수 있었다.

반갑고도 슬펐다. 단숨에 책을 읽었다. ‘이 아이는 뭐지? 나랑 똑같잖아’

책을 읽는 내내 책 속의 현주처럼 숨이 막히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담임선생님께서 숨바꼭질이라는 이 책을 우리 반 친구들에게 추천하신 이유는 어쩌면 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책 속의 주인공처럼 학교에서는 말도 거의 하지 않고 투명인간처럼 지냈으므로….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이 두렵고, 친구들 앞에서면 말이 꽉 막혀 나오지 않고, 늘 숨고만 싶은 현주의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내게 큰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었다.

현주가 엄마와 선생님, 미숙이라는 단 한 명의 친구, 이웃 할머니, 그리고 의사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음이 열리고 입이 열렸을 때는 내 일처럼 기뻤다. 내가 교실 한복판에서 친구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친 느낌이었다.

현주처럼 나에게도 나를 아껴주고 내가 친구들 속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써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혼자 나를 키우느라 애쓰시는 엄마, 그리고 항상 따뜻하게 나를 품어주시는 학교의 상담 선생님… 하지만 나에게는 미숙이 같은 단짝 친구는 한 명도 없다.

현주가 사실은 말하고 싶어 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한다는 것을 현주가 입을 꼭 다물고 있을 때도 나는 알았다. 현주의 반 친구들에게 진짜 마음은 그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하고 자꾸 숨으려고 하는 것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안녕”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입이 안 떨어져 우물거려질 땐 손이라도 흔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그리고 선생님께 인사할 때도 마음속으로만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데 이제는 작은 목소리라도 밖으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고 싶어졌다.

나는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내가 쓴 이 글이 그런 역할을 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 꼭 닮은 현주가 입을 열었던 것처럼 나도 지금은 조금씩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 날개가 없어 날 수 없는 새 펭귄에게는 넓은 바다와 헤엄칠 수 있는 지느러미가 있듯이, 어쩌면 나에게도 나만의 넓은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아직 그 바다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현주 언니 안녕?
난 인천 담방초등학교 2학년 솔이야.
언니 더운 여름 방학은 잘 보냈어? 난 너무 더워서 집에서 책을 많이 읽었어. 그 중 언니이야기가 쓰인 '숨바꼭질'이란 책도 읽었어. 언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난 많이 놀랐어.
'선택적 함구증'이란 병을 처음 알았거든.
난 학교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떠들고 선생님과 얘기하는 게 정말 좋은데 언니는 모두를 피해 꼭꼭 숨어 나오지 않기가 많이 힘들었지? 나 같았어도 술에 취한 아빠가 학교에 찾아와 나를 부끄럽게 했다면 그래서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면 난 그자리에서 사라지게 해달라고 기도 했을거 같아. 그리고 다시는 학교에 돌아가지 않게 해달라고 바랬을거야.
언니를 힘들게 했던 모든 상황과 그러한 상황을 언니 힘으로 벗어 날 수 없는 걸 알았을때 내 마음도 많이 아팠어. 
 내 생각에 '선택적 함구증'은 병이 아니라 언니가 언니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언니만의 방법인거 같아.  언니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에서 누구랑도 얘기할 수 없는 언니만의 방법이 언니를 많이 힘들게 했지? 하지만 언니의 솔직한 마음은 마음의 문을 열고 여러 친구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는 거였는데, 언니의 마음과는 달리 친구들을 피해 숨바꼭질을 해야만 하는 언니의 모습을 선생님께서 이해해 주시고 보듬어 주셔서 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그렇게 누군가가 언니를 도와주면 언니의 숨바꼭질 놀이도 더 이상은 재미가 없어질테니까 말이야.
언니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선생님,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언니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 언니가 그랬지? 친구가 많은 펭귄이 정말 부럽다고. 
 언니, 언니가 마음을 활짝 열고 친구들에게 다가가면 친구들도 언니를 반갑게 맞아줄거야. 그러고나면 언니도 펭귄처럼 많은 친구들과 함께 밝게 웃으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거라 생각해.
언니, 내가 항상 언니를 응원할 테니까 언니도 용기 잃지말고 지금처럼 노력하며 지내길 바랄께. 지금 내 귓가에 언니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리는듯해.
현주언니...
힘내고 2학기에는 밝은 모습으로 행복하게 지내길 진심으로 바랄께..
                           
                                                                                                  -인천에서 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