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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9년 0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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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435g | 138*196*30mm |
ISBN13 | 9788993480047 |
ISBN10 | 8993480044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2024년 03월 12일 ~ 2024년 05월 31일
[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8월 16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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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궁지에 몰리면 거짓말을 하곤 한다. 왜 그럴까? 왜 사람들은 난처한 상황에 몰리면 진실 대신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본능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그러는 동안 인간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인식했다. 그래서 인간은 외부로부터 위협이 가해지면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보호본능의 명령을 받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면 인간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도 한다. 곤경에 빠진 상황에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보호본능이 발동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방어한 셈이다.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은 생존본능에 충실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면초가에 처한 인간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고 오로지 자신을 보호할 요량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에 적용되기 때문에 우린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인식하고 위기에 처한 이를 대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한 방화사건을 두고 진실을 밝히려는 형사와 진실을 숨기려는 피의자의 가족 간의 심리를 다룬 퍼즐 소설이다. 저자는 처음엔 피해자였던 자가 단서가 하나씩 하나씩 발견되면서 용의자로 의심받는 과정을 아주 짜임새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저자인 오쿠다 히데오는 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전에는 유쾌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사회문제를 저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풀어 웃음을 유발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한 모드로 일관해 이 작품이 과연 오쿠다 히데오가 쓴 것이 맞는 것인지 의심이 들게 한다. 소재가 무거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저자가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변신을 도모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웃음을 기대하고 이 책을 선택했다면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용 구성이 탁월하고 심리 묘사가 뛰어나기 때문에 웃긴 작가라는 편견만 제거하고 본다면 결코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형사인 ‘구노 가오루’와 방화 용의자의 부인인 ‘오이카와 교코’다. 대개 범죄드라마나 범죄소설들을 보면 범인과 범인을 쫓는 형사가 주인공이기 마련인데 여기선 특이하게도 범인을 쫓는 형사와 피해자에서 용의자로 의심받는 남자의 부인이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피의자인 ‘오이카와 시게노리’의 부인인 교코의 입장에선 자신의 남편을 집요하게 의심하고 물고 늘어지는 구노가 인생의 방해자다. 아무 문제없이 두 아이를 키우며 단란하게 살고 있는 가정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코는 구노를 비롯해 자신의 남편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감정이 좋지 않다.
한편 처음에 등장하는 인물인 양아치 고등학생‘와타나베 유스케’는 형사인 구노의 인생에 갑자기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 방해자다. 나중에 구노의 형사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인물이 되지만 독자가 그리 눈여겨볼 정도의 인물은 아니기 때문에 무시해도 무방하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형사 구노와 용의자의 부인의 대결구도다. 그런 만큼 이 두 주인공의 심리와 삶을 잘 파악해가며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12개의 소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일본 형사의 실상’을 이야기한 부분이다. 비리경찰인 하나무라는 구노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 날 하나무라는 “형사 짓을 몇 년이나 해먹은 이상 털어서 먼지 안 나올 놈이 어디 있겠어.”라고 말하면서 구노를 비롯해 감시를 시킨 이들을 비난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경찰 비리 문제는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요즘 방영하고 있는 ‘국가가 부른다’라는 드라마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경찰이 얼마나 비리를 많이 저지르고 있는지, 부정부패가 심한지를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도 형사들이 비리를 일으키는 데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박봉’이라는 점이다. 한국경찰이 박봉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일본경찰도 박봉이라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상대적으로 다른 일에 비해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데도 봉급은 책상에서 일을 하는 보통 샐러리맨들보다 적은 것이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목숨을 걸 일도 허다한데 그에 비해 돈을 적게 주니가 딴 주머니를 찰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경찰 간부들은 넉넉히 봉급을 받으니 별로 불만이 없겠지만 일선에서 뛰는 형사들은 적은 봉급 때문에 일에 대한 회의가 들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이라도 받으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지만 그렇지도 못한 것이 경찰들이다 보니 딴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닐지 싶다. 경찰 비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봉급을 적절히 줌으로써 비리를 근절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일본의 아르바이트 노동 환경’을 이야기한 부분이다. 교코는 집근처 대형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남편이 집에서 놀고 아이의 양육비를 벌고자 하는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기가 일을 함으로써 생활비에 보태 자신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고 꾸준히 잘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무로라는 여자한테서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처음엔 전형적인 일본인들처럼 교코는 내가 굳이 나서서 싸우지 않아도 남들이 대신 부당한 일에 대해 싸워주겠지 생각하며 고무로의 말을 무시한다. 헌데 남편이 방화범 용의자로 의심받는 상황이 되다보니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뭔가 다른 일에 집중하고 싶어 고무로 일행을 만나 부당한 근무환경에 대한 투장에 동참하게 된다.
일본이 아르바이트의 천국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이가 많은 이들도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TV를 통해 한국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나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의 아르바이트의 고용환경이 나쁘다는 소리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아니 근로환경이 좋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이들에게 ‘유급휴가’도 안주고 ‘고용보험’도 안 들어주고 있었다는 말인가! 한국보다 일본이 경제가 더 발전했고 아르바이트도 발달했는데도 단시간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이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시스템이야 잘 갖추어져 있을 것이고 겉보기엔 다른 사람들이 착각할 정도로 단시간 근로자들에게 잘해주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제도에 비해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고용주들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나도 한때 일본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어올까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안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정부는 물론이고 일본정부도 단지 남들 보기에 좋은 시스템만 잘 갖출 생각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더욱 강력한 제도 보안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시간 근로자들이 마땅한 대우를 받는 그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일본 부부의 일 단면’을 이야기한 부분이다. 교코와 시게노리는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을 둔 부부다. 즉 짧지 않은 결혼생활을 한 부부다 이 말이다. 그런데 방화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 둘 사이는 데면데면해졌다. 남편은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려 하고 부인은 그걸 굳이 캐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이가 차서 결혼을 했고 살다보니 사랑이 식었다고 해도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둘이 대화조차도 제대로 나누지 않은 채 따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부라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힘을 합쳐 같이 해결해나가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혼자서 감당도 못하면서 왜 배우자를 속이고 혼자서 힘겨워하는가? 솔직히 고백함으로써 부담도 덜고 문제도 같이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남도 아닌 부부라면 속마음을 털어놓고 문제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난 맞다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인 부부들은 참 문제가 많다고 생각된다. 지나치게 체면만 따지고 왕따만 신경쓰다보니 정작 중요한 것이 뭔가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일본 주부들이 한국의 드라마를 보며 한국 연인들의 사랑을 동경하고 부부들의 삶을 부러워하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측은한 마음이 든다.
1권에서는 방화범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였던 시게노리가 유력 용의자로 부상하고는 있지만 증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구노는 시게노리를 의심하면서 증거를 찾는 동시에 심리적인 압박전술을 쓰려 한다. 교코는 자신의 가정을 외부로 보호하면서 남편의 일로 받는 스트레스를 다른 곳으로 풀기 위해 고무로 일행과 힘을 합쳐 자신의 권리찾기에 힘을 쏟는다. 단서가 더 발견되어 진짜 방화범이 밝혀질지 그리고 교코는 과연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2권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인상적인 글귀
“원래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무엇이 소중한지 잘 모르는 법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 한명인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를 통해 그의 작품을 접한 후 그의 저서들을 하나 하나 탐독해가면서 오쿠다 히데오 그 특유의 해학적인 분위기, 다양한 사람의 삶을 유쾌하게 그려낸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고 별 관심 없었던 일본소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방해자>는 내가 좋아하는 그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다르다는 것에 대한 이질감보다는 그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고 또 다른 분위기의 매료되었던 시간이었다. 평소 가벼운 듯 하면서도 전혀 가볍지 않은, 우회적인 듯 하면서도 직설적이고 솔직한 그의 개성적인 문체가 참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긴장감과 반전을 느낄 수 있는 추리형식인 이 소설 또한 참 마음에 들었다.
<방해자>는 불량스런 모습을 과시하기 좋아하는 고등학생 유스케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구노형사, 남편과 남매를 둔 평범한 주부 교코 이 세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혼조시에 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교점이 없어보이는 세 사람은 자동차용품 제조업체인 하이텍스 혼조 지사에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사건이 일어나면서 묘하게 얽히게 된다. 이 세사람 중 친구인 요헤이, 히로키와 어울려 치기어린 마음으로 아리랑치기를 하던 유스케와 구노형사가 먼저 만나게 된다. 구노가 형사인 줄 모르고 덤볐다가 호되게 당한 유스케와 비록 유스케가 먼저 덤비긴 했지만 청소년에게 상해를 입히게 된 구노형사는 이 일을 시발점으로 정작 본인들은 원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부서장인 구도의 명령으로 형사로서의 모습에 저촉되는 불륜행위를 저지르는 마루보의 동료형사를 잠복관찰하고 있던 구노를 그 관찰대상자인 하나무라가 못마땅하게 여겨, 다친 유스케를 협박해 구노를 곤란한 위치에 놓이게 만들고마는 것이다.
방화사건을 조사하게 된 구노는 야쿠자 조직인 기요카즈회의 복수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는 서와는 달리 파트너인 본청소속 핫토리와 수사 중, 방화사건의 최조 목격자이자 화재진화를 하다 다친 피해회사의 직원인 시게노리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시게노리는 앞서 언급했던 교코의 남편으로 이것을 계기로 구노와 교코가 첫만남이 이루어진다. 평범한 30대 주부의 교코의 모습에서 7년전 죽은 아내 사나에를 떠올리게 되는 구노. 그래서인지 그는 시게노리에게 혐의를 두면서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렇게 시게노리를 의심하고 있을 때 두번째 방화가 일어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방화당시 병원에 입원중이었던 시게노리에 대한 혐의가 사라지는 것이지만 오히려 구노는 시게노리를 더욱 의심하고, 증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심증을 확신으로 만드는 정황을 포착하기에 이른다.
가계에 도움이 될 겸 소일거리 삼아 할인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교코에게 한 통화의 전화가 걸려온다. 할인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대우의 처우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입장으로서 교코에게도 솔깃한 이야기였지만 두렵고 나서기 싫어 거절하고만다. 그런 그녀가 결국 본점의 아르바이트원인 고무라와 인권변호사인 오기와라와 함께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할인마트와의 투쟁을 시작하게 된다. 계속 되는 형사와의 만남, 남편 회사 사람들의 방문, 그리고 무엇부터 남편 시게노리의 수상한 행동과 불필요한 물건들의 흔적들이 퍼즐처럼 하나 하나씩 맞춰져 그녀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에 이르고 그 불안감을 이겨내고자 그녀는 할인마트와의 투쟁에 집중하게 된다. 처음에는 소극적이었지만 부당한 대우 개선과 권리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는 교코, 평범한 아줌마였던 자신이 무언가가 된 것 같은 만족감과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게 되면서 그녀는 투쟁에 더 열성적이게 되고 그로 인해 할인마트내에서는 소외당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교코이다. 대찬 듯한 그녀의 모습이 발버둥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서히 조여오는, 평화로웠던 일상을 흔드는 불안감에 잠식 당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 그렇기에 그녀의 최후 선택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한 남자의 아내였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했던, 예쁜 전원주택에 작지만 자신만의 화단을 꾸미며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갖고 있던 평범한 한 여자의 삶이 어쩌다 이렇게 흔들리고 무너지게 된 것일까!
어떻게 보면 신문 작은 귀퉁이를 차지하며 쉬이 지나갈 수 있었던 방화사건이었지만 기요카즈회를 첫 타켓으로 설정하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은 커질대로 커지게 되고 실제로 기요카즈회가 연관이 되지 않은, 비리를 저지른 시게토리가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한 자작극으로 시작되었던 방화사건은 기요카즈회와 하이텍스사의 서로의 이윤을 위한 거래와 경찰들의 비리, 실적을 위한 경찰의 이기심, 구노를 향한 하나무라의 증오와 복수로 인해 작은 선에서 무마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번진다. 어느 새 경찰들과 언론은 시게노리에게 집중하게 되고, 그로 인해 교코의 평범했던 가정은 흔들리게 된다. 사랑했던 아내를 떠올리게 하는 교코와 비록 자신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회사와 가정 모두에서 설 곳을 잃은 채 안팎으로 압박을 느끼며 피폐해져가는 시게노리에게 연민을 느끼고는 어떻게든 자수를 시키려고 하는 구노. 사에키 경부보의 말처럼 구노는 형사를 하기에는 너무 착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남에겐 싫은 소리 못하고, 자신을 오해하고 원망하는 사람을 위해서 입을 다물 줄 아는 사람. 죽은 아내의 장모를 꾸준히 찾아 가고 챙기는 사위의 모습 등을 보면 말이다. 시게노리의 자수를 통해 어떻게든 사건을 가라앉히고자 했던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사건을 어서 무마하고 제 잇속을 챙기기에 바쁜 기요카즈회와 하이텍스간의 거래로 인해.
평범했던 한 가정이 흔들리고 맹목적으로 매달렸던 할인마트와의 투쟁은 말이 좋아 소실대탐이지, 결국 자신들의 단체의 이익 채우기가 목적이었던 버찌회의 정체를 깨닫게 되면서 의지할 곳 하나 없었진 교코는 절망하고 결국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야 만다.
아직도 교코를 향해 외쳤던 구노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아내 사나에를 떠올리게 하는 교코의 어리석은 선택을 어떻게든 막고 싶었던 구노. 목숨의 위협까지 느끼면서 지키고자 했던 그의 바람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만약, 비록 거짓자수이긴 했지만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를 교코가 봤더라면, 핫토리가 실적을 추구하지 않고 구노의 말처럼 임의동행을 했더라면, 시게노리가 애초에 자수를 했더라면, 아니 비록 비리를 저질렀다고는 하나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애초에 방화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이런 비극이 찾아오지는 않았을텐데 라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한번의 움직임으로 차례 차례 무너져가는 도미노처럼 하나의 어리석은 실수가 연쇄작용을 하며 낳은 참혹한 결과를 보면서 그 씁쓸함과 안타까움에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또 하나! 앞서 주어지는 일련의 복선을 통해 어느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진짜 예상이 적중하고만 반전의 등장은,나를 놀라게 할 뿐더러 구노에 대한 애처로움을 더 깊어지도록 했다. 구노와 장모.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유난히 친밀하고 특별하게 비춰졌기에 말 그대로 '하치오지의 빈집'이었던, 구노의 안식처와 같던 장모의 집의 진실은 내 마음을 아려오게 만들었다. 사나에를 잃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그렇게까지 믿을 수 밖에 없었던 구노의 충격과 마음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기에 더 안타까웠는지도 모른다. 부상을 당한 채 마지막까지 장모의 집을 찾아가는 그의 이루어질 수 없는 허망한 믿음에 그 안타까움이 더 고조되었다.
오래도록 불면증에 시달려왔던 구노. 잠 못 들었던 그는 어쩌면 아내가 죽은 그 시점부터 불면증에 시달린 것이 아니라 잠이 들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사나에를 같이 떠올려 줄 수 있는, 위안이 되어줄,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존재를 붙들고 있기 위해 계속 해 꿈을 꿔왔던 것은 아닐까? 허를 찌르는 반전은 영화 식스센스를 떠올리게끔 해주었다.
<방해자>에는 다양한 성격과 모습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강철처럼 단단한 듯 하지만 여린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구노와 소극적이고 평범했지만 환경이 변하게끔 만들어버린 교코, 센 척하며 과시하지만 그 내면은 불완전한 치기어린 유스케, 강압적이고 악랄하며 보이는 것만을 믿는 비도적이고 판단력 부족한 하나무라, 평범한 소시민같지만 나약함과 자제력 부족으로 모든 비극의 발단을 초래한 우유부단한 시게노리, 모든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상대방을 편편안하게 만들고 의지가 되는 사에키, 그저 겉면의 화려함을 보고 야쿠자가 되고자하는 부나방같은 요헤이 등. 이런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접할 수 있었고, 방화사건이라는 하나의 사건에 의해 범인을 쫓아가고 그와 관련된 작고 큰 진실들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방화사건이라는 원론적인 문제해결뿐만 아니라 탐욕, 나약함, 증오, 절망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교감하게됨으로써 인간 그 자체의 심연을 고찰해볼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문득 이 소설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교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자신의 삶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평범한 그녀였건만, 남편의 죄가 마치 연좌제처럼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채 뺏어가고 말았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할인마트 사장에게 능욕당하고, 결국은 어리석은 선택까지 하고 말아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다. 오쿠다 히데오, 그는 왜 평범한 한 여자의 삶을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몰아갔을까? 책을 덮고서도 이 의문이 체증처럼 남아 나를 옭아맸다. 그는 작은 탐욕이 불러일으킨 죄가, 그 죄를 덮기 위해 또 하나의 죄가 덧씌워지는 것을 통해 아무 죄 없는 한 여자의 인생이 몰락하고야 마는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주고자 반성을 하길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교코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면서.
세 권이라는 분량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했던 내가 정작 그 뒷이야기의 궁금증을 참지 못해 연이어 세 권을 모두 읽어 버리고 말았다. 미스테리 요소를 가미한 추리형식의, 범인 수사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구노, 교코, 유스케 세 사람의 눈과 마음을 빌려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다양한 입장이 되고 감정이입이 됨녀서 더 긴장하고 몰입했던 것 같다. 전에 봤던 작품들이 유쾌함과 가벼움으로 나를 매료시켰다면 <방해자>는 허를 찌르는 반전과 치밀한 전개로 오쿠다 히데오가 선사하는 그만의 흡입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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