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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1년 01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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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5쪽 | 376g | 140*223*20mm |
ISBN13 | 9788982810015 |
ISBN10 | 8982810013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2024년 03월 12일 ~ 2024년 05월 31일
[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8월 16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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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경란, 그녀가 진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근친상간, 비윤리적인 행위들, 그건 그냥 부차적인 이야기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핍과 소통의 부재 그리고 불신과 무관심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 자연스럽게. 결핍과 중독은 세트메뉴 같은 거잖아. 엄마에게 거부당한 여진은 한익주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 역시 떠나가잖아. 그러니까 그런 모든 게 빵으로 옮겨간 건 아닐까, 생각했어. 택시에 합승한 아저씨가 알고 보니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별로 놀랄 일은 아니지. 사랑받지 못한 여진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 리가 없잖아. 그치만 여진은 빵으로 마음을 표현하잖아, 계속 거부당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아무도 빵을 맛있게 먹어주지 않았어. 슬프게도.
2. 강여진에게 빵은, 빵 이상
창을 열어놓으면 반죽의 온도와 발효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빵이 그 어느 음식들보다 예민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
그녀에게 빵은 (예민했던)그들 대신이기도 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했어. 그야말로 빵 이상의 빵이었던 거야. 그건 자신의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녀가 난데없이 빵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는 걸 봐도 느낄 수 있었어. 내게 식빵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했어, 그녀는. 후에, 그녀에게 식빵 같은 존재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도 슬퍼하지 않아. 슬퍼하는 대신 식빵을 만들어. 그녀에게 식빵이 없었다면? 그녀는 아마 죽었을지도. 그녀에게 빵이 있어 참, 다행이야.
3. 인간, 강여진
어째서 그녀는 그토록 놀라운 일에도 나른한 태도로 일관하는 걸까.
원래부터 혼자였기 때문에?
관계?…… 관계라고 했니, 너 지금.
여진아,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아직 네 나이에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모든 관계는 만질 수 없는 거란다. 너는 자꾸만 만지고 확인하고 싶겠지만 글쎄…… 부질없는 거다. 그리고 이제 나는 만질 수 있는 것에 대해 별 미련이 없구나. 나는 유언을 하듯 깊고 분명한 음성을 내고 있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마주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완전한 혼자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본문 중에서
식빵을 굽는 시간은 어쩌면 그들을 기억하는 시간이었을지도?
윤회해서 똑같은 인생을 다시한번 사는 사람처럼 나는 이제 무슨 일에고 쉽게 놀라지 않는다. 단순히 감정감각이 말을 듣지 않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어쩌면 내 심장 속에는 백 년 묵은 구렁이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내 의식의 심층은 이미 선캄브리아시대 때부터 단단하게 굳어져 있었는지도 몰랐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나에게도 현재형으로 쓸 수 있는,현재형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추억은 있다. 어쩌면 나는 그 추억을 되새김질하기 위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편, 불란서 안경원 중에서
마지막으로, 그녀는 모든 이들에게 살아갈 것을 권유해.
“그래도 아주 죽는 것보단 낫잖아요. 살아 있으면서 잃어버리는 게 낫잖아요. 잃어버리게 된 건 그대로 잊는 거예요. 더 이상 미련 갖지 말아요. 그리고 그걸 알아야 해요. 당신 인생엔 아직 시작도 못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거 말예요……” -본문 중에서
....... 있잖아. 들려? 쿵쿵쿵. 가슴이 뛰는 소리. 끝으로 갈수록 나는 점점 심장이 조여왔어. 죽지마요. 죽지마요. 그러면서 읽었어. 그녀가 죽을까봐. 원래 죽을 결심을 하고서는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하잖아. 그래서 혹시, 마지막에 죽으면 어쩌나하고. 그런데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무 일도 아니다. 그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담담히. 침대에서 엎드려서 책을 양손에 붙잡고서 읽는데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심장에서, 어깨에서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했어. 전율을 느꼈다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내가 그녀였다면 난, 아마 주저앉았을 거야. 결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라고. 있지, 조금은 창피하기도 했어. 모두에게 거부당하고, 모두가 떠나가고... 그녀는 홀로 남아 빵을 구워대고 있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면서.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라고.
토닥토닥. 그러네. 정말 그러네, 여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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