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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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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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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과의 인연이 맺어지는 곳.
"전 오래된 책을 좋아해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책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꼭 안에 담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 - p.62
시대가 변하면서 책을 읽는 방법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 버스를 타고 거리를 들여다보면, 책을 읽는 행인보다는 손전화를 가지고 게임을 하거나, 카톡을 보내거나,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기기가 발달되어 손쉽게 누군가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으나, 생각해보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더 밀접하게 속 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낼 수 있는 간극의 힘은 더 적어지는 것 같다.
책을 읽는 일도 마찬가지. 물론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는 웹을 통해 전자책을 읽곤 하지만 어쩐지 디지털 속의 활자를 보고나면 전원을 켜고, 끄는 그 순간 활자가 사르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한다. 손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머리속에서 사라지는 글자들. 종이책의 유무에 대해서는 논의가 많지만 아직도 볼륨감이 느껴지는 책을 볼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마치 비블리아 고서당에 아름다운 여주인처럼.
누군가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꾸준히 읽어왔다면, 누군가는 성인이 된 후에 책의 매력에 빠져 스스로 이야기의 매력속으로 빠져든 케이스 일것이다. 나의 경우는 후자의 케이스에 해당하는데 지금이라도 책에 흥미를 갖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스케처럼 할머니 책장에 손을 대었다 크게 놀라 책을 읽을라치면 불안감에 사로잡혀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가진 그에게도 할머니의 유품으로 그가 만지려고 했던 나쓰메 소세키 전집 중 <그 후>의 이야기를 계기로 할머니가 그렇게 숨기고 싶어한 그녀의 사랑과 인생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살았을 때 할머니가 그렇게 애지중지 했던 책을 손자가 손을 대었을 때 벼락같이 그를 혼냈던 이유도.
그것을 계기로 다이스케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일원이 되고 책을 읽을 수 없는 대신에 손님들이 시노카와 시오리코씨에게 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기로 한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우라 다이스케의 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책 <그 후> 뿐만 아니라 고야마 기요시 <이삭줍기 · 성 안데르센>, 비노 그라도프, 쿠주민의 <논리학 입문>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이 소개되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 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른 출간된 판본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사건수첩의 첫 페이지는 총 4장으로 되어있고 각각의 장을 통해 책과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도 수만번의 인연이 겹쳐 하나의 끊어질 수 없는 인연이 덧대어지는 것처럼 책도 그 사람과 인연이 되어 만난다. 어떤 책은 손 쉽게 구하는가 싶은가 하면 어떤 책은 꼬리에 꼬리에 물면서도 절판이 되서 만날 수 없을 때의 그 안타까움은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감정이 휘몰아친다.
책을 통해 할머니가 숨겨온 비밀을 알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책을 통해 짝사랑했던 남자아이에게 진심을 담아 선물을 주려고 했던 사연도 알게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믿어주는 가족에게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준다. 책을 좋아하다보면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선 탐욕의 계기가 되고, 그것을 가지기 위해 탐욕스런 눈빛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자행하는 일들이 일어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사건까지. 각각의 일들이 눈보라 치듯이 벌어지지만 그 속에서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남모를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것이 책의 내용 뿐 아니라 그들의 삶이 더해져 진한 국물처럼 진하게 베어져 나왔다.
비블리아 고서당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책을 좋아하는 아름다운 여주인 때문이겠지만 그보다 그녀가 행간을 읽어가는 능력 뿐 아니라 책을 좋아했던 이에 대한 손길과 정을 읽어내려가기 때문이다. 어떤 책이든 모든 이야기가 담가지기 마련인데 그런 점을 뛰어넘어 일본의 고서를 착안하고 다시 사람과 사람과의 이야기가 더해지니 책의 이야기는 훨씬 더 풍성하게, 감종적으로 다가온다. 일본에서 사랑받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 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단행본으로 짧게 나온 이야기가 아닌 앞으로의 사건이 기대되는 시리즈가 있는 책이다. 앞으로 시노카와 시오리코시와 다이스케에게 의뢰하는 사건과 관련된 책이 궁금하다.
일본작가이기에 일본의 고서가 대부분 쓰였지만 우리나라 작품일 경우 어떤 작품이 컬렉터들의 눈을 반짝이고 있을까. 대표적으로 열린책들의 빨간색 도끼 전집이 떠오르곤 한다. 만약 시노카와씨가 옆에 있다면 나도 다이스케처럼 책에 관한 책들의 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듣고 싶다. 국경을 넘어 우리에게도 비블리아 고서당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희노애락의 수 많은 인생들을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더라면 우리는 책에서 찾는 행복과 위로를 더 깊이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 힐링이 되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첫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친다.
[비블리아 고서당 리뷰대회 참가]
1. '고서'라는 소재가 가진 매력.
역자 후기에도 나와 있는 문구입니다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서점과 고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어릴 적부터 고서점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청소년 기에는 고서점을 드나드는 제 자신의 모습을 자주 상상했는데요. 아마도 그 당시에는 고서점에 가면 생각지도 못한 보물과 만나게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도서 관련 오리콘 랭킹을 확인하다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하 비블리아)이라는 제목을 발견했을 때, 불현듯 '이 책을 읽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작품 소개도, 줄거리도 없었던 당시로서는 이 작품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 전혀 알 길이 없었습니다만, 이미 제 머릿속은 '고서당'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가득차서 다른 것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줄거리를 우선시하는 저로서는 제목만 보고서 '정식 발매가 되면 반드시 사야겠다.'라고 생각했던 작품은 <문학소녀> 시리즈 이후로 <비블리아>가 처음인 걸로 기억하는데요. 제목만 보고 구입을 결정한 두 작품이 비슷한 소재와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는 데다 역자마저 동일하다는 걸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2. 일반 대중 소설? 라이트 노벨?
<비블리아>의 라이센스판은 외형적인 면이나 레이블 측면에서 보면 일반 소설로서 출판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원작자인 미카미 엔 씨는 전격문고의 라이트 노벨 작가로서 데뷔한 데다 원작 출판사인 아스키 미디어 웍스도 서브 컬쳐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이므로, 굳이 구분을 하자면 라이트 노벨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고우라 다이스케와 시노카와 시오리코가 성인이라는 점은 라이트 노벨로서는 다소 특이한 점이긴 하지만요.
사실 라이트 노벨이라는 것은 특정 장르의 소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트 노벨 레이블에서 출판하는, 일정 양식을 갖춘 대중 소설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장르 범주를 설정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장르에 대한 구분선이 없다 보니 <비블리아>와 같은 일반 대중 소설도 곧잘 눈에 띄는 편인데, 아무래도 서브 컬쳐의 특성상 판타지나 SF계열의 소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판타지, 무협 소설과 혼동하는 분들도 간혹 계신 것 같습니다.
<비블리아>는 구성과 소재 면에서 <문학소녀> 시리즈, <부상당 골동점> 등 기존의 라이트 노벨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 작품이 라이트 노벨로서가 아닌, 대중 소설로서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인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문학 소설들을 비교적 가볍게 다룬 데다 기존의 라이트 노벨과 달리 서브 컬쳐의 색채를 지워냄으로써 남녀노소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3. 오래된 책은 그 존재 자체가 바로 이야기이다.
"오래된 책은 그 책이 담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의 역사 또한 하나의 이야기로서 성립한다."
<비블리아>는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문학 작품이나 비문학 서적을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물이라는 점에서는 <문학소녀> 시리즈와, 오래된 물건에 얽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편 형식으로 짧막하게 다뤘다는 점에서는 <부상당 골동점>과 각각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주인공인 다이스케와 시오리코, 작중 서술 등을 통해 자주 언급되는 위의 문구는 이 작품에서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를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학 졸업 후 구직 활동에 전념하고 있던 고우라 다이스케가 외할머니의 유품인 나츠메 소세키 전집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블리아 고서당의 여주인인 시노카와 시오리코에게 도서 감정을 맡기게 되고, 그게 계기가 되어 고서당에서 점원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책의 내용도 간혹 언급이 되지만, 그보다는 책과 얽힌 사람들의 추억을 좀 더 중점적으로 묘사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방금 언급했던 특징이야말로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소재로 사용한 책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해당 에피소드의 틀로서만 사용하고, 중심 이야기는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의뢰인'들의 사정(事情) 및 추억을 기반으로 하여 전개함으로써 문학 작품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층도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했으니까요. 대중 소설의 기본 명제 중 하나가 접근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따스함이 묻어나는 이야기.
<비블리아>는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미스터리물에 해당합니다만, 해당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살인 사건이 반복되는 형태'의 이야기보다는 현실적인 차가움 가운데 일상의 따스함이 공존하는 형태의 이야기가 주로 펼쳐집니다. 개인적으로 살인 사건만 반복되는 비정상적인 형태의 추리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 저에게 있어서 <비블리아>의 이야기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주인공인 다이스케와 시오리코의 개성 또한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로 꼽을 수 있겠네요. 큰 덩치, 험악한 인상과 달리 독서를 좋아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책을 읽지 못하게 된 청년 다이스케, 한 가게의 주인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지만 책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지는 청초한 미녀 시오리코를 보면 '미녀와 야수'를 떠올리게 되는데,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은근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눈이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애초에 다이스케가 다른 곳이 아닌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은 것은 혹시나 고등학생 시절에 스쳐지나가듯 보았던 시오리코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는데, 그녀 또한 처음에는 인상이 험한 다이스케를 무서워했지만 나중에는『만년』진본을 건네면서 '당신을 믿어보려고 한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 일말의 아쉬움,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체가 다소 건조하다 보니 전체적인 흐름이 너무 평탄하게 서술된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게 보면 고서점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긴장감이 조성되어야 할 부분마저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기는 걸 보면서 이런 부분은 좀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책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말이 많아지는 시오리코의 변화가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고 있긴 하지만요.
또한, 책 한 권에 다수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은 다양성 면에서는 긍정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내용의 깊이 면에서는 독자의 만족도를 채우기 쉽지 않아 보였는데요. 하지만 <비블리아>는 한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보다는 다양한 책에 얽혀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구성이 딱히 문제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부분은 독자가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제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기 힘들어서 라이트 노벨은 거의 읽지 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다 보니 금방 읽어버리고 말았네요. 남은 페이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작품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조만간 2권도 정식 발매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만년』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면서 더욱 사이가 가까워진 다이스케와 시오리코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게 될지 상당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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