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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9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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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80쪽 | 406g | 130*190*35mm |
ISBN13 | 9791190920377 |
ISBN10 | 11909203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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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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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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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놀이를 하고 나뭇잎을 모아 그림을 그리고 꽃다발을 만들던 어린시절을 생각한다면, 자연에 무관심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려울지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은 자연에게 마음을 내어주지 못하고 산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리를 전달해 주는 책이 있다면 바로 "친밀한 초록"이다.
에세이 책이지만 회화를 전공한 작가 덕분에 보는 재미도 있고 상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오감을 자극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위로 받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작가가 사진을 찍고 그것을 토대로 핵심 소재에 색을 입혀 표현한 그림이다. 그림만 보고 어떤 풍경인지 상상하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상상을 한 후 페이지를 넘기면 실제 풍경을 맞이할 수 있다. 사진 속의 풍경은 상상만큼 아름답지 않다. 삭막하고 척박한 도심 속에서 만나는 나무, 우아하지는 않지만, 제각기 주어진 삶을 살기 위해 생명력을 발산하는 일만큼은 우등생 못지 않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겐 윗 사진이 낯설지 않을 만큼 익숙하다. 익숙함 속에서 무엇을 찾았을까. 도시 길거리에서 만나는 나무는 한결같이 잘라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들 있었을까. 온전한 나무의 모습을 바라볼 수 없는 도시, 안타깝다.
생존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시야를 방해받지 않는 일이라고 한다. 나무가 잘라 보인다는 것은 시야가 확보도지 않았다는 증표이다. 도시는 기본적인 생존 조건이 이미 파괴된 채 새로운 도시 정비를 찾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연은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자신의 색깔과 형체로 자신의 존재를 누군가에 알리고 있다.
도심속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쁨이 있다. 초록 구름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밀폐된 지하상가를 지나 육상에 이르는 계단에서 바라보는 하늘엔 초록 구름이 있다. 작가가 표현한 초록 구름의 모습이다.
밤하늘에도 여전히 초록 구름은 밝은 모습으로 어두운 밤거리를 걷는 누군가에게 동반자가 되어줄 것만 같아서 혼자인 세상은 없구나 싶어서 다행스럽기만 하다.
복잡한 거리, 높은 건축물, 무질서하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깃줄, 여기저기 세워진 건설 장비 등등이 도시의 미관을 훼손하고 있다. 하지만 점과 선, 면으로 이루어진 단색의 그림으로 탄생한 그림은 무한한 상상을 불려 일으킨다. 그림책을 보는 아이처럼 책을 읽다보면 편안해지고 삶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보이지 않는 물길로 옮겨진 씨앗들이 적당한 위치에 자리 잡는다. 다음 해에는 더 아래쪽에서도 꽃이 피었다. 씨앗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 흐르는 대로 기꺼이 이동했다. 사람들은 굳이 더 높이 오르려고 애쓰는데 말이다. 해마다. 점을 이루며 아래쪽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 이거봐.할 수 있다니까. 물 흐르듯이 살면 해결돼"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p. 107)
책 속엔 언제나 소중한 말씀이 담겨 있다. 이 책 역시 그렇다. 거창하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절친한 친구나 언니와 이야기를 하면서 삶의 지혜를 얻듯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물 흐르듯이 살면 해결돼. 그렇게 살면되지 않을까, 되묻는 언니와 친구가 생각난다.
울타리를 떠난 작은 씨앗조차 새 보금자리에서 뿌리내리고 산다. 그리고 빗물,햇살, 바람을 맞으며 자란다. 아니 비를 맞고, 햇살을 쬐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몸 흔드리며 살아낸다. 스스로 살아갈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들처럼 나도 틀을 벗어나면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나를 지켜주고, 나도 어떤 환경에서도 주변과 어우러져 살게 되리라 믿어본다. (p. 109)
안 좋은 일을 다 걸려내고 최적의 상황에서 살아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모든 조건을 갖추고 살아갈 수는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가능한 일을 찾고, 자신의 힘과 능력을 길러 얻고자 하는 것을 얻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인생의 기쁨이다. 그런 기쁨을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틈. 거기서 풀이 등장하면 순식간에 시야가 확장된다. 틈이란 깨지고 벌어져 생긴 공간이다. 어떤 문제나 결핍으로. 생긴 틈을 채우는 초록은 학교 다닐 때 교실 꾸미기를 담당했던 미화부장 같다. ( p.383 )
누군가 자신에게 없는 결핍에 실망하고 있다면, 노트에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나열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 무엇인지 써 본다면, '아 그래네, 이건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툭하고 나올지도 모른다.
어느 한가한 날은 드러난 뿌리를 그려보기도 했다. 바라보고 그리고 하다 보면 경험하지 못한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한다. 바다와 하늘이 닿는 수평선처럼. 흙과 나무 밑동이 닿는 선은 뿌리다. 땅과 닿으면 뿌리가 그린 선들이 마치 세상의 경계처럼 보인다. 땅이 하늘을 향해 하는 이야기같기도. 하고, 땅에 사는 사람들의 흔적 같기도 하다 365
나무 뿌리로 경계로 천상과 지상이 나눌 수 있구나!.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하늘을 향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어제와 오늘 하늘과 나누었던 말은 가슴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아있으리라. 내일의 내 모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하늘과 이야기하는 일을 소홀하게 할 수는 없다.
그 나무들의 밑동은 묵묵하다. 가지가 어디로 향하는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것처럼 아래에서 버티고 있다. 믿고 지키는 힘이 든든한 배경이 되어 가지들은 철망을 만나도 주저하지 않고 뻗어나간다. 마치 믿음으로 묵묵히 바라봐 주는 부모나 스승을 둔 사람들이 고난을 헤쳐나가는 힘이 남다른 것처럼 말이다. 도시엔 수많은 가림막이 있지만 철망은 유독 가혹하다. (p. 433 )
나무의 밑둥, 인간에겐 어떤 것일까. 작가의 말처럼 자신을 묵묵히 지켜봐주고 응원하는 부모나 스승일 수도 있다. 밑동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일 수도 있다. 믿음이 강하면 자신의 좌충우돌조차 성장을 위해 거쳐야 할 과정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뚫고 나아가기 위해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 힘차게 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상할 수 있는 기쁨을 주고 싶다. 다음 그림을 보면서 어떤 풍경을 담은 것인지 상상해보기를 바란다.
그림처럼 삶은 단순화 될 수록 쉽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아름다운 것만이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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