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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9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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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768쪽 | 836g | 128*188*40mm |
ISBN13 | 9788954699075 |
ISBN10 | 8954699073 |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하루키 블랙 머그 증정
2023년 08월 28일 ~ 2024년 12월 06일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출간! 작가 포스터 증정
2023년 09월 06일 ~ 2024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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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5일 ~ 2024년 10월 13일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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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18일
소진시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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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if !supportEmptyParas]--> <!--[endif]-->이 작품은 주인공 ‘나’가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실을 안은 채 현실 세계와 비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진정한 사랑과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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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나’는 고등학생 에세이 대회에서 열여섯 살 소녀를 만났다. 소녀는 자신이 그림자에 불과하고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소년에게는 너무나 강렬한 첫사랑 소녀를 그렇게 잃어 버린다.
소녀가 알려 준 그 ‘도시’에는 진짜 소녀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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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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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녀를 간절히 찾기 원했기에 소녀가 말한 그 도시에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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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온통 수수께끼 같다. 그림자와 분리되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현실 세계와 달리 도시의 모든 사람들은 그림자가 없다. ‘나’의 그림자는 나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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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있는 그녀가 그림자고 벽 바깥에 있던 그녀가 본체였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실은 이곳이 그림자의 나라가 아닐까...”
“내 생각에, 여기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림자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에요.” (p.176)
어느 날 나의 그림자가 벽 너머의 바깥 세상으로 일체가 되어 도시를 탈출하자고 한다. 나는 도시 안에 머물기를 원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도시 바깥의 세상으로 돌아오게 된다.<!--[if !supportEmptyParas]--> <!--[endif]-->
나는 이쪽 현실 세계에서 중년이 되었고 시골 마을의 도서관에서 고야스 관장을 만나고 이야기 끝에 도서관 관장직을 맡게 된다. 시곗바늘이 없는 손목시계를 차고 늘 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고야스씨는 나에게 자신이 그림자가 없는 인간이며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고야스씨의 슬픈 인생사를 듣게 된다. 고야스씨는 영혼으로 이 세상에 찾아왔고 ‘나’는 그를 볼 수 있었고 대화도 나누게 된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한 ‘옐로 서브마린’그림이 그려진 초록색 요트파카를 입고 다니는 소년을 알게 된다. 그 소년이 그 도시의 지도를 그려서 전해 준다. 한편 ‘나’는 고야스씨의 묘소를 방문하는 월요일에 늘 들르는 커피숍의 여주인과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그런데 얼마 후 옐로 서브마린 소년이 사라지고 소년의 가족들이 찾아 다니지만 흔적이 없다. 소년은 벽 저쪽의 세상으로 간 것이다.
커피숍 여주인과의 관계가 더 나아갈 수 없다고 느낀 날 밤 ‘나’는 다시 벽을 넘어 그 도시로 들어간다. 소년과 ‘나’는 일체가 되었다. 이후에 ‘나’와 소년의 오래된 꿈 읽기는 더욱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래된 꿈이란 무엇이며 꿈을 읽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림자는 ‘나’에게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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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꿈이란 이 도시가 성립하기 위해 벽 바깥으로 추방당한 본체가 남겨놓은 마음의 잔향 같은 것 아닐까요... 본체의 불필요한 것...미처 제거하지 못한 마음의 작은 씨앗 같은 게 뒤에 남고 그것이 그림자의 내부에서 은밀히 성장해가죠. 도시는 그것을 재빨리 찾아내서 긁어낸 뒤 전용 용기에 가둬버리는 겁니다... 사람이 품은 갖가지 종류의 감정이죠. 슬픔, 망설임, 질투, 두려움, 고뇌, 절망, 의심, 미움, 곤혹, 오뇌, 회의, 자기연민... 그리고 꿈, 사랑, 이 도시에서 그런 감정은 무용한 것, 오히려 해로운 것이죠. 이른바 역병의 씨앗 같은 겁니다.” (p.178)
“그럼 내 역할은?”
“아마 그 영혼을 ?마음의 잔향을- 가라앉히고 소멸시키는 일이겠죠. 그림자들이 할 수 없는 작업이에요. 공감이란 진짜 감정을 가진 진짜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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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봄이 오고 ‘나’가 이 도시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게 되자, 소년은 이제 이곳을 떠나 벽 바깥의 그림자와 하나가 되어야 하고 진심으로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마침내 ‘나’는 도시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몸속의 힘을 모아 단숨에 촛불을 불어서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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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작가가 사십 년 만에 손을 봐서 완결한 작품인 만큼 분량도 길지만 그만큼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소설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오래된 꿈이 있지 않을까? 세월이 지나도 그림자가 되어 가라앉아 한 세계를 이루고 그곳의 잔향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그 도시가 평행세계이든, 무의식 세계이든, 분열된 자아가 겪는 환상의 세계이든 상관없이 현실의 ‘나’와 또 다른 세계의 ‘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어느 것이 실체이고 어느 것이 그림자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나는 나로서 족하다. 그것을 인정하고 삶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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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와 그림자란 원래 표리일체입니다... 본체와 그림자는 상황에 따라 역할을 맞바꾸기도 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람은 역경을 뛰어넘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랍니다. 무언가를 흉내 내는 일도,무언가인 척 하는 일도 때로는 중요할지 모릅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지금 이곳에 있는 당신이, 당신 자신이니까요.” (P.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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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스씨가 ‘나’에게 해 준 말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나’가 그토록 기다리고 갈망했던 소녀는 사라지고 그 도시에 가면 소녀를 만날 수 있으리라 믿었던 ‘나’는 결국 옐로 서브마린 소년이라는 나와 일체가 된 또 다른 ‘나’의 존재를 그 도시에 남겨 두고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이다.
‘열여섯 살 소녀- 도시의 도서관에서 함께 한 소녀- 커피숍의 여주인’은 모두 주인공 ‘나’가 사랑한 사람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나- 옐로 서브마린 소년-고야스씨’는 모두 현실에서 사랑을 상실했거나 꿈을 상실하고 그림자를 잃어버리는 존재들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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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그림자를 잃어버린 존재인 건 아닐까?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어떤 형태든지 각자의 오래된 꿈을 지닐 수밖에 없으므로 거부하고 싶지만 우리는 그림자를 가진 존재이며 그림자와 일체를 이루어 살아갈 때에야 실체로서의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 하여 오래된 꿈을 가진 지금 이곳의 ‘나’가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오래된 꿈으로 인해 고통 받고 오래된 꿈을 애써 버리려고 하지 않는 것, 내 안의 그림자를 사랑하는 것만이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실체가 되어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아닐까? 그 도시에서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온 ‘나’ 또한 사랑의 상실을 안고 살아가게 되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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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상상력과 작가의 이야기꾼다운 문장의 흐름이 놀랍다. 부드럽고 유려한 묘사가 낭만적이고 몽환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보이다가 인생의 경구 같이 되새기게 되는 문장들이 번뜩 눈에 들어온다. 현실 세계와 대칭 되는 ‘도시’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통해 알려주려고 한 이야기의 깊이에서 작가의 세계관이 이토록 확장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인생의 갈피에서 상실과 아픔을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것마저도 인생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말해 주는 아주 흥미롭고 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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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스며들며 읽어 나갔다. 바닥 아래까지 끌어 당기는 허무함이 강렬했던 것도 아니고, 묘하게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사건과 분위기가 퍼진 것도 아닌데 어찌어찌 두꺼운 책을 읽어 나간거 같다. 저자의 서술방식 자체가 허무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되므로 전무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지만. 처음 몇장은 너무 평이하고 지루한데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총 3부 중 1부는 현세와 도시(의식의 너머, 혹은 주인공이 만들어낸 가상의 의식세계, 혹은 사후세계? 생각이 복잡하다)가 뒤 섞인 거 같고, 2부는 오로지 현세를 그린 것으로 보이며, 3부는 짧지만 다시 도시가 배경이다. 도시를 막연하게나마 의식의 세계 혹은 사후 세계로 볼 수도 있을 거 같고, 처음에 도시를 이어준 것은 소녀라고 보이며, 나중에 다시 도시를 이어준 것은 옐로서브마린 소년이라고 생각된다. 주인공의 의식과 육체가 분리되어 의식은 소녀와 함께 도시에 머물며 오래된 꿈을 읽는다. 그리고 육체는 그림자가 되어 현세에 머물며 삶을 산다. 의식은 인간의 영혼과 같은 것으로 옐로서브마린 소년은 그것을 감지해 그림자로 현세를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하여 결국 도시에 들어가게 되고, 주인공과 옐로서브마린 소년의 의식이 융합한다. 그러나 육체가 그림자로 남겨진 현세에 대한 인연이 남은 것인지, 아니면 옐로서브마린 소년이 도시에서 영속할 충분한 능력을 갖춰 더 이상 의식이 융합할 필요를 못 느꼈는지 결국 주인공은 소년과 분리되어 현세로 돌아오는 상황 직전으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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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도시에서 읽어 내려가고,-이것은 작품에서 주인공의 숙명, 책임 등으로 읽히는 거 같다.-옐로서브마린 소년과 융합해 더욱 확실하게 읽어내려가는 ‘오래된 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작은 힌트라도 책에서 얻어낸 거 같다. 확신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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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이란 이토록 불명료하고 일관성이 결여된 것인가? 혹은 오래된 꿈이 이처럼 단편적이고 혼란스러운 메시지 밖에 내보낼 수 없는 건, 그것이 결속된 하나의 마음이 아니라 남은 부스러기를 모은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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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한 후 결국 주인공은 의식을 죽이는 길을 선택한 것인지 결국 그림자를 현세로 되돌려 보내게 된다. 결국 의식을 죽인 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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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란 뇌의 물리적 상태를 뇌 자체가 자각하는 것이다.”란 작중 대화에서 힌트를 얻을수 있을까? 결국 뇌의 자각을 막을 수 있는, 다시 말하면 의식을 못하게 하는 방법은 죽음(死)이런 것일까? 그렇다면 도시는 영혼만 머물수 있는 사후세계의 다른 개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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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혼란스러운 나로선 결론내리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작품을 이해하고 싶은 욕망과 그리고 그 이해만이 온전히 작품에 대한 궁극적인 재미와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희망때문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책을 덮고 이런 저런 사고에 빠진 상태에서 판단할 때 실패한 기대인 듯 하다. 이 방대한 책의 내용 중에 작자는 독자에게 많은 힌트와 암시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파편적이긴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나름의 판단과 이해로 즐겼으면 하는 저자의 기대와 희망일 것이다. 다 찾아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두 개 정도 중요한 암시를 보내는 파편을 찾은 것도 같다. 막연하지만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0년 문예지 <문학계>에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중편소설을 썼던 글을 다시 송두리째 고쳐 쓴 글이다. 2020년에 다시 작업을 시작해서 최근에 나왔으니 40년 만에 완성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에게 어떤 영감이 떠오르고, 그걸 이야기로 만들고 탄탄하게 살을 입혀서 소설로 만든단 건 어떤 느낌일까? '소설 쓰기'가 궁금해진다. 특히 동일한 모티브를 30대 때 쓴 것과 70대에 쓸 때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 또한 신기하고 궁금하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몽환적인 부분이 많다. 이번 이야기도 꿈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꿈속에 있던 가상 도시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이걸 이야기로 만들어야지 생각하게 되었을까?
내용은 빠져들어 금방 읽힌다. 흥미도 있고 재미도 있다. 그런데 내용 자체에 공감되어서 푹 빠진다거나 읽고 난 뒤 어떤 깨달음을 얻거나, 작가 의도를 이해하긴 어려운 책이었다.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온 걸까? 계속 궁금증이 생기는 소설이 맞겠다. 그림자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부여한다. 그림자를 땔 수 있고, 그 그림자도 하나의 인격체로 행동한다고. 어릴 때 그림자놀이할 때나 그림자에 대해 인식하고 살았는데 그림자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에 대해서도 새롭게 본다. 시곗바늘이 없는 시계탑이 있는 도시엔 시간 개념이 없다. 해가 뜨고 지면서 하루 개념은 있지만 시간은 영원하다고 믿고 충분하다고 믿는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개념에서 시간을 중요하게 보는 것에 익숙했다. 충분히 많기에 지금 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도 된다는 입장이 새롭게 다가왔다. 어차피 동일한 시간인데 이렇게 전환해서 생각하는 것이 더 여유롭고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생각된다.
요즘 한계에 관해 생각을 많이 해선지 불확실한 벽에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 벽은 처음에는 완벽한 벽으로 나온다. 누구도, 어떤 것도 넘을 수도 무너뜨릴 수 없는 존재로. 그러다 그림자가 벽을 통과하자고 하고 실제로 통과한다. 물론 다시 새로운 벽이 솟아 나오긴 하지만. 아래 문장을 보며 내가 도전하는 많은 일이 소설 속 벽처럼 느껴진다. 그걸 넘어도 또 새로운 벽이 기다리고 있음에 공감한다. 하지만 통과하든, 넘으려면 두려움을 던져야 한다. 예전엔 준비되었을 때 벽을 통과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있는 그대로 해보고자 한다. 준비가 되었다는 상태는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단 생각에. 해보고 안되면 '부족한가 보다' 그렇게 부딪쳐보려 한다. 무모할지도 모르지만 현재는 그런 생각으로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이 벽이라는 게 우리가 믿는 믿음이나 사상 혹은 진리가 처음에는 확실하고 완벽하다고 믿었다가, 살면서 불완전하다는 깨닫는 의미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배우가 말한 '어릴 땐 정확하고 맞고 아닌 게 확실했는데, 살면서 점점 모호해진다'는 말에 점점 공감 간다.
벽은 말했다. 너희는 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설령 하나를 통과하더라도 그 너머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다. 무슨 짓을 하든 결과는 똑같아
"듣지 마요" 그림자가 말했다. "두려워해선 안 돼요. 앞을 향해 달리는 겁니다. 의심을 버리고. 자신의 믿음을 믿고"
그래, 달리거라, 벽이 말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웃었다. 얼마든지 멀리 달려가려무나. 나는 언제나 거기 있을 테니.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 206p
꿈도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소녀는 꿈에서 도시를 상상했고, 주인공도 꿈에서 새로운 도서관에서 일하는 모습이 나오고 실제로 그곳과 비슷한 곳을 찾게 된다. 꿈에서 누군가와 만나기도 한다. 현실에서 누구는 꿈을 꾸고 잘 기억하고 누군가는 꿈을 꾸지 않는다. 소녀가 잠자리 맡에 몽당연필과 공책을 두는 모습은 모닝페이지 쓰는 사람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했다. 나는 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그런데 소설가라면, 꿈과 무의식의 세계에 더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된다. 맥락도 없고 스토리도 없지만 가장 판타지스러운 곳이 꿈이긴 하니깐.
소설에 나온 여러 인물이 모두 각자 개성을 충분히 뽐낸다. 소녀도 매력있고 주인공인 나도 멋지다. 옐로 서브마린 소년도 실제 어떤 모습일까 한참 상상해 봤다. 그중 가장 애정이 가는 사람은 고야스씨다. 파란 베레모를 쓰고 하의는 스커트 입은 70대 남자. 일본 어딘가엔 실제로 그런 분이 살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의 과거를 알면 그가 안쓰럽기도 하고, 강하게 보이기도 한다. 매력적인 고야스씨를 만나보고 싶다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너’를 찾기 위한 이유의 세계가 ‘나’의 존재를 이해하는 세계로 변화해갈 때,
나는 마침내 새로운 우주를 얻게 되었다!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내가 열일곱 살이고, 네가 열여섯 살이었던 그 여름. 너는 나에게 8m 남짓의 견고한 어느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냇버들이 늘어진 아름다운 모래톱이 있고, 외뿔 달린 과묵한 짐승들이 곳곳에 있는 도시의 사람들은 오래된 공동주택에 살면서 간소하지만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한다고 했다. 하나뿐인 출입구에는 문지기가 지키고 있고, 벽은 견고해서, 특별한 자격이 있지 않다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으며 따라서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도 없는 그곳에서 너는 ‘오래된 꿈’을 보관하고 지키는 일을 한다고 했다. 진짜인 네가.
‘너’를 찾기 위한 이유의 세계가 ‘나’의 존재를 이해하는 세계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어느 특별한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너’가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너’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니, 그 도시에 가면 ‘진짜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물론 그곳은 둘이 함께 만들어간, 상상 속의 특별한 비밀 세계에 불과하겠지만, 그동안 ‘너’가 들려주었던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묵묵히 기록하며 ‘진짜 너’를 만날 수 있는 날만을 상상해왔던 ‘나’는 어찌된 일인지 정말로, 마침내 그 도시에 입성하게 된다. 대체 이 도시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난 머리맡에 공책과 연필을 챙겨두고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지난밤 꿈을 기록해. 시간에 쫓겨 바쁠 때도 마찬가지야. 특히 생생한 꿈을 꾸다가 한밤중에 깼을 땐 아무리 졸려도 그 자리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줘. 그것들이 중요한 꿈일 때가 많고. 소중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거든.” / 42p
“가끔 내가 무언가의, 누군가의 그림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너는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 말한다. “여기 있는 나한테는 실체 같은 게 없고, 내 실체는 다른 어딘가에 있어.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언뜻 나처럼 보여도 실은 바닥이나 벽에 비친 그림자일뿐……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어.” / 111p
김연수 작가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 속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고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너’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함과 ‘너’를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로 인해 벽을 둘러싼 가상의 도시, 아니 실제할 지도 모를 세계 속으로 이행된 ‘나’가, 이제껏 정면으로 마주해본 적이 없는 자신의 그림자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획득해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너’를 찾기 위한 이유의 세계가 ‘나’의 존재를 이해하는 세계로 변화해갈 때, 나는 마침내 새로운 우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경계를 넘어, 나를 쪼개고 부단히 이행함으로써 다른 나와 만나는 것은 ‘나’라는 존재의 가장자리를 끊임없이 늘리는 일이다. ‘이쪽’과 ‘저쪽’ 사이, 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오가는 동안 ‘나’는 어느 누구와도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이라는 것을 감각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어쩌면 내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그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든 그 자체로 ‘나’라는 것. 그 어디에 있든 나를 받아주고, 온전히, 무조건적으로 받아줄 사람이 존재하리라는 사실을 믿는 데 있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하루키의 메시지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곳은 다름 아닌, 잃어버린 마음을 받아들이는 특별한 장소여야 합니다.”
“가끔 저 자신을 알 수 없어집니다.” 나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혹은 잃는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이 인생을 저 자신으로, 저의 본체로 살고 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습니다. 나 자신이 그저 그림자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그런 때면 제가 그저 나 자신의 겉모습만 흉내내서, 교묘하게 나인 척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본체와 그림자란 원래 표리일체입니다.” 고야스 씨가 나지막히 말했다. “본체와 그림자는 상황에 따라 역할을 맞바꾸기도 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람은 역경을 뛰어넘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랍니다. 무언가를 흉내내는 일도, 무언가인 척하는 일도 때로는 중요할지 모릅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지금 이곳에 있는 당신이, 당신 자신이니까요.” / 452p
“당신의 생년월일을 알려주시겠어요?”
이 책을 읽고 소년의 질문을 따라 내가 태어난 날은 무슨 요일일까를 검색해보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아쉽게도(?) 나는 금요일이었다. 수요일이신 분들은…… 음……. 그냥 여기서 생략하겠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첫째로는, 이렇게 스커트를 입고 있으면, 네, 왠지 내가 아름다운 시의 몇 행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랍니다.”란 글귀를 쓸 수 있는 이 작가의 글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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