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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4년 0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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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16쪽 | 477g | 145*215*20mm |
ISBN13 | 9788937488825 |
ISBN10 | 8937488825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3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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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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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미터 혹은 100미터에 한 곳씩, 길모퉁이를 지날 때면 언제나 자리하고 있는 편의점. 이 소형 마트는 이제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플라스틱에 담긴 도시락을 사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담배를 구입하며, 즉각적으로 필요한 기타 물건을 위해 편의점에 들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는 낯설지 않다. 무엇이 현대인을 편의점으로 이끄는 것일까. 매일 아침 편의점에서 아침식사용 삼각김밥을 사는 사람에게 “왜 편의점을 이용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아마 “편리하잖아요”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가 편의점을 선호하는 것은 꼭 편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집 앞의 구멍가게가 있어도 멀리 떨어진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달려가 스타킹을 구매하는 심리는 ‘편의성’ ‘편리성’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편의점 사회학>은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 속에는 일정한 사회학적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고 밝힌다. 책에 따르면 편의점은 현대 소비주의 사회의 특징과 각별한 궁합을 보여준다. 편의점 공간 특유의 분위기, 다시 말해 밝은 빛으로 가득한 세련된 내부, 안과 밖을 적당하게 나누어주는 투명 유리, 내가 다가가는 것을 즉각적으로 느끼고 활짝 열리며 열렬히 환영하는 자동문, 한마디 말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점원과의 적절한 관계, ‘무언가 고상한 행위를 하고 있다’ 느끼게 만드는 청결함과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고요한 음악 등. 이 모든 것이 “무한 소비의 속도전에 동원되는 소비기계가 아니라 문화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끔 만드는 전략”이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편의점을 신속하고 방대한 소비를 누리게끔 하기 위한 신자유주의의 원칙의 집약체로 본다. 이를 사회학 용어로 ‘사회의 맥도널드화’라고 한다.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사회의 맥도널드화는 현대사회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에 누구도 이물감을 느끼지 못한다.
맥도널드 원리는 크게 보아 네 가지다. 첫째는 효율성인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빠른 시간 동안 한 끼를 그럴듯하게 해결하는 데는 그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계산성이다. 셋째는 예측가능성이다. 뉴욕에서나 부산에서나 어제나 내일이나, 음식의 질과 내용은 표준화되어 있어서 실패할 경우가 없다. 끝으로 자동화를 통한 통제성이다. 셀프서비스를 따라야 하고 좁고 불편한 좌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저 먹고 빨리 일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결국 근대사회의 새로운 식당형태로서 패스트푸드는 소비자와 경영자, 피고용자 모두에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이다.
맥도널드화는 편의점의 ‘기계적 비인격성’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계산원과 구매자는 그 어떤 개인적인 대화도 필요치 않다. 최대한 빨리 계산하고 다른 사람의 돈을 받는 것이 계산원에게 주어진 목표다. 모니터가 있기 때문에, 서로 원한다면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통과할 수도 있다. 일종의 ‘무관심의 배려’다. 여기서 편의점 알바생은 인격체가 아닌 ‘단순노동 종사자’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자리는 색채가 없기 때문에 꼭 그가 아니어도 된다. 유니폼만 입혀 놓으면 다른 사람으로 금세 대체될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편의점 공간은 점점 기계를 닮아가고 그 안의 사람은 덩달아 로봇이 되어간다”고 진단한다.
현대인들은 이를 오히려 반기고 있다.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고 지내는 이른바 ‘거대한 관대’를 환영하고 ‘무관심의 배려’를 긍정한다.” 빠르게 소비하고 다시 소비하는 것이 목표인 자본주의에게는 최적의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의 긍정에 힘입어, 편의점은 블랙홀처럼 주변의 생활 서비스 상점들을 흡수하는 중이다. 식당 대용으로, 술집 대용으로, 종합 생활서비스센터 대용으로, 금융기관과 공공서비스 대용으로, 심지어 치안과 사회복지 부문 대용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저자는 편의점의 무서운 문어발식 확장의 폐해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편의점을 신자유주의 시대의 통치 인프라 혹은 도시 장치로 의심하는 까닭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그것은 양과 속도의 측면에서 재화와 용역의 순환을 촉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다. 또한 그것은 신종 도시 인프라로서, 개인화된 경제 주체의 이동성과 유목성 증대에 기민하게 기여한다. 자본주의 체제에 부응하는 소비주의 인간을 양산하는 데도 편의점을 일등 공신이다. 편의점에 의해 신자유주의적 의식과 일상이 알게 모르게 육화肉化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편의점은 문화 공간을 자임할 뿐 아니라 금융이나 치안, 복지와 같은 공적 기능에까지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끝으로 편의점은 현대인의 취향과 행동 패턴 및 경향을 빈틈없이 꿰뚫고 기록하는 정보 수집가이자 사회 분석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편의점은 신자유주의 모바일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신종 도시 통치 인프라로 급부상 중이다. 그럼에도 막상 현실 속 우리들은 편의점이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생각만 할 뿐, 세상을 은밀히 지배하는 편의점의 숨은 권력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통치 장치로, 소비를 위한 존재로, 감시의 대상으로 ‘기꺼이’ 지배받고 있는 현대인들을 꼬집는다.
편의점의 무서움은 이것만이 아니다. 오늘날 편의점은 2030세대가 소비의 주를 이룬다. 값싸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편의점만큼 적절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낙오자나 희생자들이 편의점에 의지하는 정도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이 책은 “88만원 세대의 밥집은 편의점”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배경은 ‘사회 양극화’에 있다고 말한다.
한국 편의점 방문의 주 목적은 값싸게 '식사대용 식품'을 찾기 위함이다
또한 편의점에는 ‘갑을관계’의 논리도 숨어 있다. “편의점 본사가 갑이고 점주가 을이라면, 편의점 안에서는 점주가 갑이고 알바생이 을이다. 편의점 세계에서는 알바가 ‘을 중에 을’이 되는 구조다”라고 소개한다. 앞서 보았듯이 알바생은 ‘인격체가 아닌 값싼 노동자’이기 때문에, 그가 부당한 처우에 항거하는 뜻에서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더라도 그 대신 다른 사람에게 편의점 유니폼만 입혀놓으면 그 빈자리는 바로 채워진다.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쓰고 쉽게 버리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깨닫고 함께 헤쳐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하나둘씩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그러한 노력들이 연대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가기에 당장에는 편의점이 너무나 가깝고 편리하여, 사회 전반의 구조적 현실에 대한 자각과 성찰을 알게 모르게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편의점을 “세상의 근본적 변혁을 가로막는 마취제나 진정제 아니면 일종의 이데올로기에 가깝다”라고 평가한다. 편의점은 현대인을 점점 개인화시켜 양극화의 심화가 사회 혁명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교묘하게 작용한다.
저자는 “이처럼 편의점이 생활의 중심, 생활의 도구, 생활의 방법으로서 확고히 자리 잡기 시작하는 마당에 이를 학문적으로 방치하거나 간과하는 일은 지식 사회의 직무유기”이기 때문에 펜을 들었다고 말한다. 사회적 불합리에 항의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는 시민들이, 그 촛불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르는 아이러니를 꼬집고 이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라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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