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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10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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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4쪽 | 582g | 153*225*30mm |
ISBN13 | 9791191438406 |
ISBN10 | 1191438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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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결코 ‘끝’이란 마침표는 없다!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유시민 작가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각에서 읽어낸 책!
저자 유시민은 “20세기는 태양 아래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은 ‘역사의 시간’을 체감하기에 좋은 100년이었다. 그토록 많은 것이 사라지고 생겨난 100년은 없었다.”고 책에서 서술한다. 희망과 변혁, 새로운 사상과 발명, 갈등과 전쟁… 20세기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토록 다변적이고 복잡했던 시기가 또 있을까 싶다. 드레퓌스 사건부터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까지 모든 사건이 너무나 극적이었고 경쟁하듯 편을 가르던 시기였다. 인간 이성의 힘을 믿지만 생물학적 본능의 한계로 스스로 절멸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시기였다. 때문에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20세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새로운 역사적 과업을 부여받았지만, 이로 인해 야기된 내전, 기후위기 그리고 핵전쟁 등의 문제 앞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며 낙관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지나가나,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역사라는 이름으로 아로새겨진 그 모든 장면들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유시민 작가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각에서 읽어낸 책이다. 사라예보 사건, 러시아 혁명, 대공황, 팔레스타인, 베트남 전쟁 등 20세기에 일어난 이 굵직한 사건들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촉발되었으며 각 사건에 담긴 쟁점과 의미는 무엇인지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다. 언뜻 보면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각 사건들이 20세기 역사 안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20세기 세계사의 포문을 연 것은 바로 ‘드레퓌스 사건’이다. 저자는 군부의 전횡과 사법제도의 결함을 드러낸 20세기 역사상 아주 중요한 장면 중의 하나로 이 사건을 꼽는다. ‘드레퓌스 사건’이라는 이름은 적국 독일에 군사 기밀을 넘겨줬다는 누명을 쓴 장교 드레퓌스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신문은 용의자의 신분을 프랑스군 장교가 아닌 ‘유대인 대위’라 썼고, 재판을 하기도 전에 ‘반역자’로 규정했다. 아무도 죄인 드레퓌스에게 내려진 판결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자 대중은 그를 잊었다. 하지만 훗날 이 사건은 정당과 국회, 언론과 시민사회, 국민 전체가 두 진영으로 갈라져 내전을 방불케 하는 정치적 투쟁의 소용돌이로 변화했다.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드러낸 피카르 중령, 작가 에밀 졸라의 선언, 창간 직후부터 드레퓌스 사건의 진상을 끈질기게 추적한 <로로르> 신문과 운영자 클레망소, 언론의 선동과 반유대주의자의 집단 광란을 이성의 힘으로 이겨낸 시민들,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허물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재심 요구파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연대한 세계의 지식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자 유시민은 이를 가리켜 ‘인간이 어리석고 때로 기괴하지만 지적 재능과 선한 본성을 지닌 존재임을 증명’한 사건이자,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를 알린 사건이며 지식인과 언론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린 사건이라 평가한다.
나는 최후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한 확신으로 거듭 말씀드립니다. 진실이 전진하고 있으며,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 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입니다. 오늘 나의 행위는 진실과 정의의 폭발을 앞당기기 위한 혁명적 수단일 뿐입니다. 나의 불타는 항의는 영혼의 외침입니다. (에밀 졸라) / 31p
19세기가 끝날 무렵, 엄청난 자본을 축적한 거대한 기업이 출현했다. 그 기업들이 대량으로 생산한 상품을 전부 소화하기에는 국내 소비시장이 너무 작았다. 대량생산을 뒷받침할 원료를 나라 안에서 다 구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산업국가의 자본가들은 더 넓은 시장과 더 값싸고 풍부한 원료를 찾아 나라 밖 세계 곳곳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돈의 힘으로 정부를 쥐락펴락했고 정부는 ‘부국강병’ 경쟁에서 뒤질세라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왔다. 식민지를 둘러싼 자본주의 열강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경제적 결정론’을 신봉한 사회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그렇게 진단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단순한 현상은 아니었다. / 64p
레닌과 볼셰비키는 구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구체제는 스스로 무너졌고, 주인 없는 권력을 그들이 집어 들었을 뿐이다. 혁명의 적은 탄압이 아니라 개혁이다. 필요한 개혁을 제때 하면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 99p
책은 이렇게 ‘드레퓌스 사건’을 시작으로 제1차 세계대전의 계기가 된 ‘사라예보 사건’, 인류 역사 최초의 사회주의혁명을 일으켜 20세기 세계사의 경로를 바꾼 레닌,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제도 사이에 깊은 골을 만들어냄으로써 파시즘을 양산한 ‘대공황’,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한 홍군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게 된 ‘대장정’ 등과 같은 거대한 사건들을 간결하면서도 읽기 쉽게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하고 접근하기 까다로운 ‘팔레스타인’ 문제를 비롯해 우리나라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베트남 전쟁’의 그림자를 객관적으로 조명한 점이 인상 깊다. 또 ‘말컴 엑스’를 통해 뿌리 깊은 인종 갈등 문제와 미래를 함께 조망하고 ‘핵무기’ 편을 통해서는 냉전으로부터 비롯된 과학기술 발전의 명암을 진단함으로써 그에 따르는 책임의식을 촉구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해법을 찾아보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전쟁이 바로 정치이며 전쟁 자체가 정치성을 띤 행위라는 뜻이다. 그러나 전쟁은 일반 정치가 아니라 정치적 특수 수단의 연장이다. 전쟁은 특수하기 때문에 군대와 전략 전술, 공격과 방어 같은 특수한 조직과 방법과 과정을 지닌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심층적 정치동원을 이루어야 한다.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군인과 인민에게 알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치 강력을 명확하게 세워 말, 전단, 포고문, 신문, 책, 연극, 영화, 학교, 민중단체, 간부 요원을 통해 전국의 민중을 심층 동원하면 무기의 열세를 비롯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마오쩌둥) / 152p
이스라엘 건국은 곧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략이었다. 유럽 유대인은 2천 년 동안 혹독한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본 유럽·미국의 기독교인과 정부가 시오니즘운동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사정도 이해할 만하다. 자신의 국가를 세워 안전한 삶을 도모하려 한 유대 민족의 동기도 정당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고 거기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을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 221p
우세한 무기와 운송수단을 먼저 확보한 유럽인은 지구의 모든 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피부색과 신체 특성을 기준으로 ‘인종’을 구분하고 ‘인종 집단’ 사이에 타고난 능력의 우열이 있다는 관념을 형성했다. 신을 들먹이거나 과학을 빙자해 외모가 다른 인종 집단을 죽이고 착취하고 차별했다. 그러나 인종은 실체가 없는 가상의 관념이다.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인간은 유전자가 99.9% 이상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302p
두 차례의 세계대전, 대공황, 홀로코스트, 사회주의혁명… 20세기의 대사건들은 모두 지나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소말리아의 내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무한한 변화의 희망을 예고하지만 핵과 기후위기 같은 종말의 두려움까지는 지워내지 못하고 있다. 20세기의 대사건들이 그러했듯,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를 단순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하고, 왜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지를 직시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과 더불어 모쪼록 이 책이 많은 이들, 특히 21세기를 살아갈 청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긴다. 역사에 결코 ‘끝’이란 마침표는 없음을 우리가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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