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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자연을 무척 좋아하셔서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캠핑을 떠난다. 그런데 나는 유튜브 보는 걸 좋아해서 핸드폰을 항상 챙겨간다. 얼마전에도 핸드폰을 가방에 넣는데 엄마가,
“유민아, 자연 속에서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으면 어떨까?”라고 하시면서 <두근두근 캠핑카>라는 책을 챙겨 주셨다. 캠핑을 갈 때마다 느꼈던 두근두근 설렘을 책으로 느낄 수 있을까?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났다.
주인공 민준이는 어느날 TV에서 캠핑카를 봤다. 동생 서우는 엄마한테 캠핑카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민준이는 엄마가 일을 많이 해서 돈을 열심히 벌어야 살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조를 수가 없었다. 나는 핸드폰이 가지고 싶었을 때 엄마한테 제발 사달라고 계속 졸랐는데 민준이는 참 속이 깊은 아이인 것 같다. 그런데 어느날 준혁이가 캠핑카를 샀다고 해서 민준이는 구경을 하러 갔다. 그리고 캠핑카 화장실에서 똥을 싸고 물을 내렸는데 손잡이가 뚝 부러졌다. 민준이는 너무 창피해서 그대로 집으로 달려갔다. 윽!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똥을 쌌는데 물도 내려가지 않다니! 게다가 손잡이까지 부러지다니! 민준이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내가 민준이라면 준혁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해서 놀림꺼리가 될까봐 하루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민준이는 변기 손잡이를 고쳐줄려면 엄마 아빠가 지금보다 일을 더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너무 무서웠다고 하는 거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엄마 아빠 걱정을 먼저 할 수가 있지?? 민준이의 어른스러움이 기특하면서도 순간 내 생각밖에 하지 못한 내 모습이 조금 부끄러웠다.
‘주말마다 집에 있어야 하는 민준이는 얼마나 심심할까?’
나에게는 당연했던 캠핑이 민준이에게는 특별한 거였다. 그래서 나는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고 밖에서 늘 우리랑 놀아주는 아빠에게 한 번도 고맙다고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가끔 피곤해 하는 아빠한테 빨리 나가자고 떼를 썼을 뿐이다.
‘아빠도 일한다고 힘드셨을 텐데……. 너무 내 생각만 했어.’
얼굴에 핫 팩을 붙여놓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이번 주말에는 아빠에게 특급 안마를 해 드려야겠다. 간질간질 아빠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여야지.
“아빠,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주말에 엄마 아빠랑 바다에 갔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까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우와~ 시원하다.”
파도가 내 발목을 찰싹찰싹 때렸다.
언니와 나는 모래성을 쌓고 조개껍데기도 주웠다.
“다연아, 이제 집에 가야지.”
아쉬웠다. 우리 집에도 캠핑카가 있으면 밤새도록 놀 수 있을 텐데…….
<두근두근 캠핑카>에 나오는 민준이도 주말마다 놀러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엄마 아빠가 너무 바빠서 민준이는 동생까지 챙긴다. 민준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내가 제일 아끼는 문어 인형을 선물로 주면서 위로해 주고 싶었다.
민준이 반에 준혁이가 있다. 준혁이는 잘난 척 왕인데, 캠핑카를 샀다고 자랑을 했다.
‘어휴~ 짜증나! 캠핑카 있다고 너무 잘난 척 하는 거 아니야?’
준혁이는 캠핑카 구경 갈 친구를 코끼리 코 돌기로 뽑았다. 보고 있는 내가 어질어질했다.
민준이는 준혁이네 캠핑카에 똥을 싸고 변기 손잡이까지 부러뜨렸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민준이를 걱정했다.
잘못을 하고 숨기고 있으면 얼마나 힘든 줄 나는 잘 안다. 지난번에 엄마 몰래 돼지 저금통에서 돈을 빼서 뽑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엄마한테 아직 들키지 않았지만 아직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나는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덮어두고 엄마에게 고백의 편지를 썼다.
-엄마, 사실은요. 제가요. 저금통에서 동전을 꺼내서 뽑기를 했어요.-
편지를 읽은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다연이가 솔직하게 고백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고마워!”
엄마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엄마에게 볼 뽀뽀를 해 주고 책을 마저 있었다.
민준이도 나처럼 잘못을 고백했다. 역시 민준이도 멋지다. 민준이는 아빠가 운전하는 학원차로 캠핑을 떠났다.
“민준아, 재미있게 놀고 와!”
나는 책을 덮으며 민준이에게 말했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 뒤로 가서 안으며 말했다.
“엄마, 우리도 이번 주말에 놀러 가면 안 돼?”
“할아버지 제사잖아. 할머니 집에 가야 해.”
실망스러웠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할머니 집 마당에서 나만의 캠핑을 즐기면 되니까. 하늘나라에 계신 할아버지도 캠핑장에 초대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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