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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애 | 문학동네 | 2015년 07월 29일 리뷰 총점8.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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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5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778g | 138*214*40mm
ISBN13 9788954637121
ISBN10 895463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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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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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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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서울대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동 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의 수석연구원, 뮌헨 대학교의 초빙교원을 겸임했다. 2011년 바이마르에서 ‘괴테금메달’을 수상했다.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 파울 첼란의 시』 『괴테와 발라데』 『서·동 시집 연구』(공저) 『독일의 현대문학 - 분단과 통일의 성찰』 등 많은 저서를 펴냈고, 시에 관한 네 권의 연구서를 독일에서 펴내기도... 서울대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동 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의 수석연구원, 뮌헨 대학교의 초빙교원을 겸임했다. 2011년 바이마르에서 ‘괴테금메달’을 수상했다.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 파울 첼란의 시』 『괴테와 발라데』 『서·동 시집 연구』(공저) 『독일의 현대문학 - 분단과 통일의 성찰』 등 많은 저서를 펴냈고, 시에 관한 네 권의 연구서를 독일에서 펴내기도 했다. 『카프카, 나의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를 위한 무지개』 등의 시집을 국내와 독일에서 펴냈으며, 『괴테 시 전집』 『서·동 시집』 『데미안』 『변신·시골의사』 『나누어진 하늘』 『보리수의 밤』 등 6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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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한 생애의 발자국들 위에 내 발자국을 얹어본다”

저자는 혼자서는 감당해내기 힘든 큰 물음에 직면할 때마다 먼 길을 나섰다. 그렇게 시인들을 찾아다녔다. 게오르크 트라클, 파울 첼란, 잉에보르크 바하만,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쿤체, 라이너 마리아 릴케, 하인리히 하이네, 베르톨트 브레히트, 볼프 비어만, 고트프리트 벤, 프리드리히 횔덜린, 프리드리히 쉴러, 요한 볼프강 괴테까지. 더 많은 이름들이 있겠지만, 이 책에는 총 열세 명의 발자취와 거처를 담았다.
그들은 모두 지진계처럼 세계의 아픔을 온몸으로 감지한 사람들이다. 불행했던 삶도 많다. 세계대전의 전화戰火 속에서 자살한 트라클, 적의 언어로 시를 쓰다 센 강에 몸을 던진 첼란, 쇠약해진 몸을 가누지 못해 집안에서 일어난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한 바하만. 온 세상이 전쟁터였고, 어디서나 사람의 목에 칼끝이 드리워져 있던 시절이었다.

생각하는 사람의 눈에는 세계가 어두웠다. 전쟁은 지났고 “평화”가 왔다지만 바하만의 눈에는 세상이, 매일매일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의 연속이었다.(109쪽)

그리고 카프카. 그의 눈에 비친 인간은 ‘법 앞에서’ 벌레로 ‘변신’해버렸다.

무어라 부를까. 시인은 아니다. 소설을 썼지만 작가나 소설가라는 명칭을 앞에 붙이기도 어쩐지 마뜩잖다. 굳이 보통명사가 와야 된다면 ‘문학’이어야 할 것 같다. 문학이어도 그 결정結晶, 시 같다. 시이다.(125쪽)

절박한 삶 앞에서 온몸으로 고통을 겪는 이라면 그이를 어찌 시인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자는 카프카를 통해 문학을, 시를 배웠다.

돌아보면, 카프카 읽기로 나의 문학 ‘수업’이 시작되었다. 카프카의 작품을 옮기는 일로 내 독문학 공부가 시작되었고, 그러면서 문학이라는 큰 세계가 압도적으로 열려왔다. (……) 인생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설계도 할 수 없던 그 적막한 시절, 좁은 방에 엎드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카프카를 옮겼다.(126쪽)

특별한 인연도 있었다. 독일의 시인 라이너 쿤체는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해준 은사이자 동료다. 그 인연으로 쿤체가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고, 저자가 쿤체의 집 근처, 도나우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작은 한옥 ‘시정詩亭’을 짓기도 했다.

오래 허공에 떠 있었다. 내릴 곳이 없었다. 어디에 내려야 할지 몰랐다. 여러 해 된 그 절박한 물음을 들고, 나는 어느 눈 내리는 겨울날 한 시인의 집 문 앞에 섰다.(163쪽)

이 책은 이러한 인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문 앞에 섬으로써. 반체제작가로 지목되어 탄압받았던 구동독 출신의 시인 라이너 쿤체는, 꼿꼿하고 올곧은 저항시인이면서도 섬세함과 따뜻함이 밴 시를 쓴다. 그런가 하면, 같은 저항시인이지만 브레히트와 볼프 비어만은 거침없고 정치적인 발언가들이다.

극작가 브레히트라면 몰라도 시인 브레히트를 내가 지나쳐갈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껏 한 줄도 브레히트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없다. (……) 목청 높인 예술의 윤리와 당사자의 삶의 그것 사이의 잦은 어긋남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에 정리가 필요했고, 스스로의 그침 없는 자기비판과 반성에도 정리가 필요했다.(315쪽)

릴케 역시 저자의 마음에 남아 있는 시인이다. 전영애는 릴케를 찾아 망망한 아드리아 해의 두이노 성으로, 육신이 묻힌 라론 계곡으로, 그리고 그가 『말테의 수기』를 썼던 파리로 향했다. 그곳에 남은 첼란과 하이네의 흔적들도 함께 좇으며.

어느 겨울날 시인 파울 첼란의 자취를 찾아 파리의 길들을 더듬어 걸을 때였다. 첼란이 오가던 길에 선명히 찍힌 그의 발자국 아래 거의 언제나 또하나의 희미한 발자국이 겹쳐 찍혀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첼란의 자취를 기록하고 나서도 마음이 자주 파리의 거리들을 되짚어 걸었던 것은.(255쪽)

늘 ‘시의 부근’이었다. 저자에게는 ‘삶의 부근’이기도 했다. 하이네의 노래로 유명해진 로렐라이 언덕, 벤의 정신세계를 선연히 보여주는 듯한 이층 도시 마부르크, 광인이 된 횔덜린이 좁은 방 안에서 후반생을 보냈던 네카 강변, 그곳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조그만 마을인, 쉴러가 나고 자란 마바하까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늘 괴테가 있다.

문과대 도서관 책꽂이의 G자(즉 주로 Goethe) 뒤, 내 창가 자리에 다시 앉는 것만으로도 열려오는 하나의 세계가 있다. 온갖 의무에 매여 살다보니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 나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이 그곳에서 쌓이기 때문이다.(431쪽)
전영애는 일평생 괴테 연구에 매진해온 세계적인 괴테 권위자이기도 하다. 2011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에서 시상하는 ‘괴테금메달Goldene Goethe-Medalle’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상의 어느 한 구간, 또 공중에 뜬 한 구간, 그러나 나는 내 마음속에 깃든 시 한 편을 되풀이해서 읽는다. 이것이 누릴 수 있는 기쁨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13쪽)

그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 것은 언제나 시 한 편이다. 그가 찾아 나섰던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움이 깊어 한국어가 아닌 독일어로 글을 써내려가기도 했다. 첼란이 그랬고, 카프카가 그랬듯. 그렇게 모인 시들이 독일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헤매고 있었다. 두 개의 언어 사이에. 시인이라면, 평생을 쏟아 이제 모국어를 다루는 정치함에 있어서 어떤 경지에 올라야 마땅할 나이에, 자주 문법마저 틀리는 서툰 외국어로 시를 쓰고 있는 자신을 합리화할 길은 없었다. 어디론가 내리고 싶었지만, 내릴 곳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 어디에 발이 닿는다면, 아마도 나는 그곳에 뿌리내려야 할 것 같았다.(168쪽)

서울로 돌아오니 시인의 편지가 와 있다. 내가 입 밖에 내지 않았던 물음에 대한 답이 명시적으로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이곳에 뿌리내리세요.”(176쪽)

라이너 쿤체는 저자에게 독일에서 뿌리내리라고 말했지만, 전영애는 한국에 작은 거처를 마련했다. 여주시 강천면 걸은리.

덮쳐오는 어둠 앞에서 작은 등불처럼 서 있는 집. 그런 집의 주인이라는 황감한 행복을 내가 이즈음 누리고 있다. 온 세상을 헐떡이며 달려온 길 끝에서. 세상살이의 아픔이야 그 어디에선들 사라질 리 없이 글에 배지만.(494쪽)

세상 어디엔들 아픔이 없으랴. “어디에나 역사와 고통이 있고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위엄이 있으며 또한 고통 속에서도 사람들은 만난다.”(24쪽) 그러니 우리는 서로 만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시인들도 전 생애에 걸쳐 그러한 만남을 찾아 헤매지 않았을까.
어두운 숲길을 한발 먼저 조심스레 밟아간 사람들. 희미하게나마 삶의 길목마다 아름다운 표식을 남긴 사람들. 어느 날 우리는 책 한 권을 들고 훌쩍 떠나볼 수도 있겠다. 시 속으로, 그리고 삶 속으로. 저 멀리 시인의 작은 집이 보인다. 이제 그 문을 두드려볼 때가 온 듯하다.

*
아주 여러 해를 두고 쓰였고, 묶여서도 다시 여러 해를 들고 있던 원고이다. 무슨 탐방기나 르포 쓰듯이 일삼아 시인의 집들을 찾아간 것이 아니고, 큰 물음의 무게가 혼자서는 감당해내기 어려워질 때마다 문득문득 달려갔던 먼길들을 기록한 낱글이었다. 그럼에도, 물음은 도저했어도, 서성였던 곳은 언제나 시의 부근이었다. 내게는 삶의 부근이기도 했다. 어쩌면 거기쯤에서 서성이고 있는 이들이 나의 보이지 않는 동행이었을지도 모른다.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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