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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신미나(싱고) | 창비 | 2021년 03월 26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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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3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88g | 126*200*8mm
ISBN13 9788936424558
ISBN10 893642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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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78년 충청남도 청양에서 태어났다.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를 쓸 때는 ‘신미나’ 그림 그릴 때는 ‘싱고’이다.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 시툰 『詩누이』 『안녕, 해태』(전3권) 등이 있다. 1978년 충청남도 청양에서 태어났다.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를 쓸 때는 ‘신미나’ 그림 그릴 때는 ‘싱고’이다.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 시툰 『詩누이』 『안녕, 해태』(전3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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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백색광 아래 나방」

출판사 리뷰

“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다”
고통을 다스리는 시인의 다정한 인사


삶의 신산한 풍경 속에도 “무른 잇몸에/처음 돋은 젖니처럼” “무구하고 환한”(「단조(短調)」) 생(生)의 미세한 떨림이 있기 마련이다.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고통과 지속되는 절망 속에서도 시인은 “눈보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티”를 구하여 “꺼져가는 숨”(「마고 1」)을 되살린다. “천수관음은/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지만 우리의 “손이 천개”라 해도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는 없는 노릇, 시인은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하게 “분수처럼 솟구쳐”(「탱화 3」) 살아 있으라 한다. “눈도 코도 입술도 문드러진/사랑”(「옛터」)의 힘으로나마 슬픔으로 가득 찬 세상에 한줄기 빛을 던지며 시인은 “어린 날의 내 영혼이/돌고래처럼 이마를 빛내며/솟구쳐 오르는”(「파도의 파형」) 지금 이곳의 삶 한가운데로 다박다박 걸어들어간다. 문학평론가 양경언은 해설에서 이를 “고통이 만연한 세상에 정직하게 귀의한” 것이라 말하면서 “신미나는 고통을 다스리는 시인”이(132면)라 이른다.
신미나 시인은 고통을 다스리는 방법은 고통을 관통하는 길밖에 없음을 안다. 이 시집에는 “오래전에 죽은”(「흰 개」) 할머니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언니”(「파과 2」) 등 떠나간 사람들과 고통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시인은 현실에서 사라졌거나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존재들을 엄연한 ‘이 세상 존재’로 호명하며 그들을 향해 “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복숭아가 있는 정물」)라고 말한다. 이렇듯 타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진실한 마음이 깃든 시인의 다정다감한 고백을 읽는 동안 우리는 시의 궁극적 의미와 “시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너’와 ‘나’를 ‘우리’로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체감”(황인찬, 추천사)하게 된다. “신 없는 신앙을 모시듯이”(「복숭아가 있는 정물」) 묵묵히 삶의 고통을 이고 살아가는 외롭고 쓸쓸한 존재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목소리,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시인의 말)라는 말이 새삼 뭉클하다.

"맨바닥에서
제 무게를 이고 있는
그릇의 굽

그 높이를
당신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늦어도 천천히 오라고
기다려준 이들에게
이 노래를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2021년 3월
신미나

추천평

신미나의 시를 읽으면 지나간 일을 떠올리며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의 서늘한 뒷모습이 떠오른다. 쪼그리고 앉아 흐르는 물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어딘가에 기대어 앉아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의 망연한 뒷모습이다. 그 뒷모습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고, 겪은 적 없는 시간이 추억처럼 머릿속에 펼쳐지는 놀랍고 드문 경험을 하게 된다.
거리를 두고 있는데도 거기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되는 이 놀라운 시적 마술은 시인의 담박한 언어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태도가 주는 강한 신뢰감 덕분이리라. 시인은 앞장서서 강하게 주장하거나, 어떤 놀라운 깨달음을 설파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한 일이 시를 해치는 일이라는 듯, 삶에 대한 무례가 된다는 듯, 시인은 조심스럽게 끝난 일들을 조용히 복기하며 아름답고 쓸쓸한 시의 세계를 차분히 다져나간다. 타인과 사물에 대한 이 섬세한 배려는 근래 보기 드문 미덕이다.
한편 부드러운 성정이 느껴지면서도 결코 녹록지 않은 내공을 느끼게 하는 시인의 언어는 소월의 유려하면서도 넉넉한 호흡을 떠오르게 한다. 생각에 잠긴 사람의 뒷모습은 소월의 뛰어난 작품들에서 자주 발견되는 장면 아니던가. 한국시의 진수를 이처럼 훌륭하게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자기만의 개성으로 꽃피워낸 시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집에는 죽은 사람들, 떠나간 사람들, 잃었거나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을 향한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라는 시인의 말은 얼마나 귀한가. 자신을 낮춘 채 타자를 그리고 기리는 이 다정한 고백을 읽는 동안, 당신은 시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너’와 ‘나’를 ‘우리’로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체감할 것이다.
- 황인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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