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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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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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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44.83MB 파일/용량 안내
ISBN13 9788936409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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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82년 충북 옥천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농사짓고 소 키우는 집에서 여러 동물과 어울려서 자랐다. 읍내로 이사해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고향과 소에게서 조금씩 멀어졌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경기도 일산에서 글을 쓰고 책 만드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동안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산문집 『안... 1982년 충북 옥천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농사짓고 소 키우는 집에서 여러 동물과 어울려서 자랐다. 읍내로 이사해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고향과 소에게서 조금씩 멀어졌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경기도 일산에서 글을 쓰고 책 만드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동안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산문집 『안간힘』을 냈다. 김준성문학상, 내일의 한국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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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유병록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질의: 편집자)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창비 2014) 이후 6년 만에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그사이 산문집 『안간힘』(미디어창비 2019)도 있었는데요.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첫 시집을 낼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처음 시집을 낼 때는 걱정도 많이 되고 기대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요, 이번 시집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차분한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전에는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있었는데, 지금은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일이 참 소중하다는 느낌이 큽니다. 자주 넘어졌지만 쓰러지지는 않고 여기까지 와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듭니다.

―편집자로도 일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을 하며 동시에 시를 쓰는 일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시인으로 10년 정도를 살았고, 비슷한 기간 동안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평일에는 일하면서 지내고 주말은 글을 쓰면서 보내는데요, 둘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책을 만드는 편집자라는 직업과 시를 쓰는 일이 어느정도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편집자로서 책을 만들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점들이 시가 되기도 하고, 시를 읽고 쓰는 일이 책을 만들 때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다만 두가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그밖의 일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쓰겠습니다. 살아가겠습니다.” 단 두줄의 시인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이번 시집을 엮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

첫 시집을 내고 나서 두번째 시집을 내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주변에 계신 분들이 저에 대해 많이 걱정하셨습니다. 제가 글 쓰는 일을 그만두는 건 아닐까, 제가 살아가는 일을 힘겨워하지는 않을까, 걱정해주셨습니다. 물론 그러한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격려 덕분에 쓰러지지 않고 견딜 수 있었습니다. 시집을 통해서 그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훌륭한 글을 쓰지는 못하고 훌륭하게 살아가지는 못하더라도, 글을 쓰는 일을 지속하면서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다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시인의 말’에 짧게 담았는데, 시집 전체가 그 다짐의 말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싶습니다. 시집 제목과 달리 ‘다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표제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는 가까운 지인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쓴 시입니다. 그동안 여러번 축시를 부탁받았지만 매번 거절했습니다. 시는 누군가의 기쁨을 축하하기보다는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고, 내면에서 우러나올 때만 쓰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 생각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전보다는 관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는 누군가를 축하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서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시’를 너무 한정된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이 아닌가 되돌아보기도 했고요. 그래서 축시를 쓰는 일에 흔쾌히 응했고,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를 쓰면서 시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시집 제목으로까지 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나 삶의 계획 등이 궁금합니다.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를 준비하면서 앞으로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시집 출간을 삶의 분기점으로 삼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집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그런 고민을 뒤로 미뤄두었습니다. 시집에 마음을 쏟고 싶었습니다. 이제 시집이 출간되었으니 본격적으로 고민해보려 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다만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전보다 자유롭고 새로운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삶에서는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 속으로

양말에 난 구멍 같다
들키고 싶지 않다
―「슬픔은」 전문

산 자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가
죽은 자도 가끔 산 자의 안부를 궁금해하는가

연인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이별한 자는 사랑을 정의하는가

검은색으로 빨강과 파랑을 기록할 수 있는가

차분한 목소리로 분노할 수 있는가
경어체로 항의할 수도 있는가

가난을 위한 노래는 빈털터리만이 부를 수 있는가
빈털터리의 노래는 단조로워야 하는가
―「질문들」 부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그저

습관
배고픔
우편함에 꽂힌 고지서
월급날

슬픔은 얼마나 무력한지
나를 살아가게 하는 그저 그런 것들

(…)

보잘것없는 욕망의 힘으로
나는 살아가지

얼마나
다행하고
다행한
비극인지
―「다행이다 비극이다」 부분

막을 수 없는 일은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신이 아니며
뛰어난 인간도 되지 못했고

보잘것없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애쓰는 일
애쓰다가 실패하고 마는 일

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일

(…)

모른다
나는 신을 믿지 않으며
끝을 준비하고 살아오지 않았으므로

왜 나인지
왜 나는 아닌지
―「안다 모른다」 부분

붙잡을 게 없을 때
오른손으로 왼손을 쥐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쥐고
기도한다

맞잡은 손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지만
작은 위안이 된다

(…)

용서받지 못할 때
왼손으로 오른손을 씻고 오른손으로 왼손을 씻는다
아무것도 깨끗해지지 않지만
씻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위안」 부분

세상 제멋대로인 사람들 많다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귀 모양을 닮은 만두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

만두를 빚으면
국 끓여 먹고 튀겨 먹고 쪄 먹을 수 있지
남의 말 안 듣는 인간들은 어디 써먹을 데가 없지

도대체 왜 그렇게 막무가내일까
그들은 이미 틀려먹었다
―「우리, 모여서 만두 빚을까요?」 부분

열일곱살 때부터
훌륭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은 첩첩산중
단점을 찾는 건 재빨리

가까운 사람은 줄고
미워하는 사람은 줄지 않고
나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은 여전히 서툴고

(…)

훌륭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르는데

벌써 마흔의 비가 내리네
꾸짖듯이는 아니고
그저 넌지시
―「마흔이 내린다」 부분


추천사

시인은 묻는다 왜 나인지 왜 나는 아닌지 묻고 또 묻는다 슬픔은 양말에 난 구멍 같아 들키고 싶지 않지만 눈물도 대꾸도 없는 삶의 절벽 위에 슬픔의 염소를 기르면서 하루는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나를 또 하루는 들키고 싶은 나를 그런 하루하루를 무방비로 견디며 산다 검은 밤을 마시며 흰 낮을 마시며 내려가는 중인지 올라가는 중인지 살아가는 중인지 죽어가는 중인지 아무렇지 않은 척 고요해진 척 괜찮아진 척 내가 나를 속일 수 있는 척 참을 수 있을 만한 시간이 더 참기 어려운 경멸을 최선을 다해 견딘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아무 마음 없는 것처럼 인간을 집어삼킨 슬픔으로라도 살아내야 하는 그 미지의 세계를 차라리 수척해지는 것을 지독한 다행이라 여기며 왜 나인지 왜 나는 아닌지 시인은 묻는다 안다 물어야 살아지고 살아지기 위해선 묻고 묻고 또 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는 모른다 왜 나인지 왜 나는 아닌지 그리하여 맹세컨대 유병록 시인의 두번째 시집을 읽는 일은 그래서 경건하다 그리고 분명하다 다정한 호칭으로 불러주고 싶은 이 시집은 사는 내내 깊이 사랑받으리라
안현미 시인


시인의 말

쓰겠습니다.
살아가겠습니다.
2020년 10월
유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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