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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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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김유담 | 창비 | 2020년 03월 31일 리뷰 총점9.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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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372g | 128*188*22mm
ISBN13 9788936438111
ISBN10 893643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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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75

출판사 리뷰

삶의 징글맞음이 경쾌하게 울린다!
지친 감각을 일깨우는 단단하고 탄탄한 서사의 등장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유담의 첫번째 소설집 『탬버린』이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착실하게 발표해온 단편 8편이 묶인 이번 소설집은 신예 소설가 김유담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탄탄한 서사와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로 꽉 차 있다. 태어나면서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삶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100점을 받기가 어렵다는”, “최선을 다하는 삶의 무용(無用)함”(「탬버린」 156면)을 어쩔 수 없이 체득해버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씁쓸한 속마음을 김유담은 솜씨 좋게 포착한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좇는 여성 인물”들에게서 우리는 우리와 너무도 닮아 “익숙한, 부끄러워 애써 숨기려 노력해온” 표정들을 발견하게 된다. 김유담이 누설하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열등감과 비밀스러운 절박함”(전기화, 해설)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고백 자체가 “이편저편 다 떠나서 그냥 내 편”(김미월, 추천사)이 되어주는, 우리가 간절히 바라던 다독임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난히 강렬한 페이소스를 가지고 있”고, “구성이 단단하고 초점이 분명하며 인물이 살아 있다”는 평을 받은 등단작 「핀 캐리(pin carry)」는 “평범한 한 남자의 어두운 정열과 ‘일부러 져서 이기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이야기 방식을 선보”(심사평)인다. 늘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 우리 사회를 비꼬는 듯한 이 게임은 소설집 전반에 걸쳐 주인공들이 고투하는 인생의 국면들을 역설적으로 비춘다. 치료비를 감당할 여윳돈이 없어 끔찍한 치통을 참고 나서도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석사 2학기를 마칠 때까지 대체 무얼 했는지” “인생 전체에 대한 비난”(「우리가 이웃하던 시간이 지나고」 87면) 같은 꾸지람을 들어야 한다거나, “깔끔한 월세방, 안정적인 학자금 대출 상환”을 넘어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것들을 보는 삶”이 “내게는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으로만 여겨”(「멀고도 가벼운」 190면)지는 막막함에 대해 작가는 볼링에서 “넘어진 핀이든 남은 핀이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쓸려나가고, 새로운 프레임이 시작된다”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임의 법칙”(「핀 캐리」 42면)을 상기시킨다.

탬버린이 징글징글징글, 하면서 울리는 소리가 좋아.
나만 징글징글하게 사는 게 아닌 거 같아서. 어때? 너도 들리니?
흔들리고, 흔들며 우리는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표제작인 「탬버린」은 신입사원 ‘은수’가 겪는 사회생활의 고투를 그린다. 고교시절 떨어지는 성적으로 쫓기듯 전학 간 학교에서 은수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송’은 밤마다 고깃집 불판을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 다니면서도 탬버린을 흔들며 삶의 무게를 털어내고, 은수는 그 고통이 무언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친구를 위해 열심히 탬버린을 배운다. 수년이 지나 노래방에서 100점이 나오면 대표의 인정을 받는 회식자리에서 은수는 그때 배운 탬버린을 흔들고 동료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지만 좀처럼 100점이 나오지 않는다. 과연 은수는 대표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핀 캐리(pin carry)」는 트럭 운전을 하던 ‘인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인숙’의 오빠인 인호가 생전에 몰두했던 것은 다름 아닌 내기 볼링. 내기로 들게 된 보험 덕에 남겨진 가족은 큰 보상금을 받게 되지만 인숙은 오빠의 죽음에 빚지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 우연히 인숙은 오빠가 남긴 유품에서 그가 치른 게임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된 수첩을 발견하게 되고, 오빠가 다니던 볼링장에 가서 볼링을 치면서 오빠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공설운동장」에서는 대학에 입학하며 고향 밀양을 떠났던 ‘하경’이 휴학을 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다. 밀양에서 하경은 입시학원에서 일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자신을 가르치기도 했던 국어 강사 ‘L’을 다시 만나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소설을 쓰는 것이 꿈인 하경에게 밀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그는 반려자가 될 수 없다. 그와 데이트를 하며 함께 달리던 공설운동장을 하경은 이제 혼자서 달리기 시작한다.

내 인생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뭔가를 열심히 해본 것은 탬버린이 처음이었다. 정말 탬버린이 징글징글 하고 울리는 거라면 그것에 호응하는 게 우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송과 같이 박자를 타고 노는 게 좋았다. (…) 탬버린은 누군가가 흔들어주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게 되는 거라고, 탬버린의 존재를 확인해주기 위해서는 힘껏 흔들어줄 수밖에 없다던 송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간주를 틈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탬버린」 144면)

「우리가 이웃하던 시간이 지나고」는 어린 시절 같은 주공아파트에서 친하게 지내던 ‘영주’와 ‘성희’가 성인이 되어 치과에서 환자와 치위생사로 재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환경임에도 대학원 공부를 선택한 영주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고통스러운 치통을 참다가 독일 학회 참석을 포기하고 그 돈으로 성희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성희는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영주에게 블로그 홍보를 강요하고, 영주는 본인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희의 태도에서 오히려 불편한 마음을 느낀다.

「멀고도 가벼운」은 ‘지연’에게 어릴 적 큰 영향을 끼친 ‘보배 이모’를 그린다. 고향을 한번도 떠난 적 없는 엄마를 포함한 집성촌의 사람들은 지연네 집에 모여 부업을 한다. 작업반장인 엄마는 남편은 뉴질랜드에 있고, 사촌동생 보배와 고향으로 돌아온 이모의 억척스러움을 두고 자주 못마땅해하지만, 지연에게는 고향을 떠난 적이 있고 이제는 뉴질랜드로 떠날 준비를 하는 이모에게서 본인의 가능성을 엿본다. 지연이 대학에 입학한 뒤 뉴질랜드에 정착한 이모가 보내온 양모 이불이 더없이 소중한 까닭이기도 하다.

「가져도 되는」의 ‘인희’와 ‘승규’는 대학 동기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둘은 강남 인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학과 분위기에 어쩐지 섞이지 못하고 서로 동질감을 느끼며 가깝게 지내다 결혼한다. 결혼 후 이제는 유명인이 된 동기 ‘조명아’의 결혼식 초대를 받아 최대한 꾸미고 참석하지만 어쩐지 자신들이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려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넘어설 수 없는 벽을 여전히 확인할 뿐이다.

조명아는 어떻게 돈을 쓰면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지를 세련된 방식으로 조언할 수 있었다. 그런 조명아를 인희가 불편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인희는 기분보다는 기본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였다. 서울에서 기본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 갖춰야 하는 조건들 앞에서 우리는 자주 좌절했지만, 어떻게든 버텨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기본의 기준이 갈수록 버거워진다고 느끼고 있었다.(「가져도 되는」 237~38면)

「두고두고 후회」에서는 아버지의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 살던 삼남매가 아버지와 함께 이혼한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따로 살게 되고, 그후로 오래도록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살게 된 ‘선재’와 두 동생들은 이제 한발짝 떨어져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듯하다. 아버지의 치료에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는 주치의의 말에, 번번이 실패만 해온 사람에게 후회 없는 선택을 하라는 말이 아프게 남는다.

「영국산 찻잔이 있는 집」에서 ‘한’은 육개월 전 헤어진 여자친구 ‘피티’의 실종 소식을 듣고 피티의 언니 ‘소냐’를 찾아온다. 한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병약해진 소냐를 극진히 돌보던 피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항상 2순위라는 사실을 원망한다. 결국 한이 소냐의 머리채를 잡고 윽박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피티는 한과 헤어지게 되고 몇달 뒤 소냐마저 떠나게 된 것이다. 피티는 피크닉을 가서 예쁜 티포트에 잘 우린 차를 마시는 것이 늘 꿈이었는데, 피티가 떠난 집에는 그녀가 가장 아끼던 영국산 찻잔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성장통을 겪는” 『탬버린』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선택에 잇따르는 감정들을 지나오며” “이전과는 조금씩 다른 자신을 만들어나”가고, “스스로, 더 멀리, 나아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대단한 일인지 점점 더 깨달아가면서”(전기화, 해설) 현실을 이겨낸다. “탬버린의 존재를 확인해주기 위해서는 힘껏 흔들어줄 수밖에 없다”(「탬버린」 144면)고 말하는 삶에 대한 적극성과 눈물로 젖은 볼이 쓰라려도 다시 “운동화 끈을 조”이고 “두 주먹을 꼭 쥐”며 “힘껏 달리기 시작”(「공설운동장」 82면)하는 강한 의지로 김유담은 “뒷배도 토대도 없는 청년들”의 지친 손을 잡아 “새로운 출발선으로 추슬러놓는다”(전성태, 추천사). 날카로운 눈으로 현실을 간파하고 결연한 자세로 생에 맞설 줄 아는 이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추천평

열 발가락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삶의 잔인한 질감이 물컹하다. 탬버린은 억척스러운 근기로 생을 버텨내는, 누구나 남몰래 품고 사는 비기(?技) 같은 것인지 모른다. IMF 외환위기에 십대를 보낸 세대의 두터운 시간이 『탬버린』에는 놓여 있다.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했고 가족 간에 서로의 ‘소용’을 묻게 되며 작은 악재에도 쉬 나락으로 내몰리고 마는, 뒷배도 토대도 없는 청년들. 그렇지만 김유담은 상실과 모멸의 시간을 넘어 버텨서 살아내는 일에 대해 쉼 없이 얘기한다. 그러면서 버티기의 기술이 아닌 자세이자 태도를 보여준다. 삿된 희망 없이도 무릎이 펴진다. 놀랍게도 김유담은 정직하고 깊고 차가운 문장으로 삶의 나락을 새로운 출발선으로 추슬러놓는다. 훌륭한 이야기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닿고 소설의 인물과 함께 걷게 한다. 김유담은 세상에 할 얘기가 많은 작가다. 오래 버틴 첫걸음이 힘차다.
전성태 (소설가)

언젠가 우연히 「핀 캐리」를 읽고 이 작가 누구지? 했다가 나중에 다른 지면에서 「탬버린」을 읽고 이 작가는 또 누구야? 했는데, 알고 보니 둘 다 김유담이었다. 내 엉성한 기억력을 탓하기보다 팬심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김유담의 소설은 정확하고 정교하다. 그는 이야기를 만드는 동시에 말[言]을 다룰 줄 아는 귀한 작가다. 그 재능을 절제할 줄도 아는 드문 작가다. 그래서 상대의 패를 한번에 다 보고 싶어 안달하는 나처럼 성질 급한 독자를 애태운다. 그의 소설은 응달을 향해 있다. 변두리에 있거나 뭔가가 없거나 어딘가 아픈 사람 편에 있다. 그런데 꼭 할 말만 하면서도 어찌나 설득에 능한지 이편저편 다 떠나서 그냥 내 편 같다. 그래서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들인데도 읽을수록 다정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탐나고 샘나는 재능이다. 탐나고 샘나는 작가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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