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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2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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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88쪽 | 178g | 113*188*12mm |
ISBN13 | 9788937429590 |
ISBN10 | 89374295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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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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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는 두 소녀가 있고 내가 있다. 『방파제』의 소녀, 『연인』의 소녀,
그리고 가족사진 틀 속 소녀가 있다.” - P 99 中에서
“어느 책이든 존재 이유가 있다는 말이 맞다면, 이 책은 책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의미일까? 「책」이라는 제목을 지닌 비교적 긴 글에서 또 이렇게 말한다. “지금 나는 책 속에서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말하고 있다.” 라고. 그래서 독자인 나는 할 수 없이 책 바깥의, 더구나 존재 이유를 지니지 않은 그 무엇을 읽게 되고, 그것이 분리 불가능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몸과 글임을, 어딘가로 빠져나갈 곳 없이 꼭꼭 뭉쳐진 폐쇄된 비극의 한 덩어리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자신이 쓴 책 중에서 “있는 그대로 손 댈 수 없는 책들”이 있다고, 그것들을 열거한다. 『80년 여름』 『대서양의 남자』 『부영사』 『M.D.』 『연인』 『고통』 『롤베스타인』 『방파제』까지, 여기에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없다. 이 책 아닌 책을 읽으면서 내 무의식 어딘가에 불편한 감정을 지핀 인간의 출현과 연결 짓게 된다. ‘제라르 자를로(Gerard jarlot)', 실명 언급 없이 이 인물로 인한, 이 인물에 대한 구술, 「밤늦게 온 마지막 손님」, 「거짓의 남자」등 여러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1956년, 올렝의 테르트르 성(城)에서 사망한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는 여정의 이야기에서, “그 남자로 인해...서로에게 다가 갈 때마다 우리는 두려웠고 떨었다. ...광기였다. ...이상한 욕망을 마주하고 있음을 알았다.” 미친 듯 섹스에 탐닉케 하던, 결코 글쓰기의 층위로 내려오려 하지 않을 ‘검은 덩어리’의 실체를 말한다. 아니 말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곤 “조금 가라앉아서 그냥 사랑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썼다.”라고 쓴다. 아마 이 시기였을 것인데, 연회와 정치집회를 드나들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죽음과 너무 근접했던 것일까? 죽음이 스며든 억제된 격렬함, 그 모순된 사랑의 이야기에 몸서리쳤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타협없는 순수한 욕구, 죽음의 그림자가 너울거리는 어떤 두려움의 쾌락에 대해서.
‘거짓의 남자’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려 했지만 결코 완성에 이르지 못한 미완성 원고가 뒤라스의 플레야드 전집에 실려있는 모양이다. “그 남자에 대해 쓰려고 몇 번 시도했었다. 그런데 시작만하면 이내 그의 거짓말이 그를 가려버렸다.” 절제되었으면서 동시에 거칠고, 무서우면서도 예의바른 난폭한 사랑을 할 줄 알았던 완벽한 남자로, 또한 여자들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비극적 흥분으로 치닫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욕망에 관해서는 거짓말이 없다고 뒤라스는 말한다. 그러나 “고통은 남았다.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떨림도 그대로다.”라고 또 쓴다.
이 지면의 많은 부분이 그녀가 알코올 중독에 이른, 그와 관련한 기억들로 그득 차 있다. 환각과 고통, 가까이 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며, 그것은 그대로 두려웠고 떨리는 이상한 욕망과 연결되는 것만 같다. 심연에 똬리를 틀고 앉아 결코 그녀를 풀어줄 리 없는 무서운 욕망(?), 죄의식(?)...죽음의 유혹(?)...
“말하지 않은 게 있다. 내 책들 속에 나오는 여자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모두 '롤베스타인(Lol V. Stein)'에서 비롯한다.” - P 39 中에서
‘에스 탈라’의 무도회, “다른 여자에게 가버리라는 사실을 알았고, 자기에게 불리한 그 결정에 온전히 동조했고, 그래서 광기에 빠진”여인, 롤베스타인. 눈이 밝고 경솔하며 무모하다. 또한 자신의 삶을 망치며 모두 겁을 먹고 길거리와 광장을 두려워하며 행복을 기대치 않는 여자. 뒤라스는 사진 속 자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려, 비현실적인 좀처럼 보게 되지 않는 그 낯선 자신을 보려 소설을 썼던 것만 같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비극성으로 똘똘 뭉쳐진 자신에게 출구를 열어주기 위해서. 그러나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술, 환각의 요구는 그녀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사실은 이 책 『물질적 삶』을 읽게 된 목적(?), 동기가 있다. ‘미셸 투르니에’가 묘사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에 대한 인종적이고 가부장적 편견으로 덧씌워진 이미지 때문이다. 째진 눈과 중국 광동성 어딘가의 얼굴에 가까운 혼혈이라고, 그래서 그녀의 소설 『연인(L'Amant)』 속 15살 소녀는 뒤라스가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일 것이라는 추측의 내용에 대한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분한 마음에서였다고 할 수 있다. 뒤라스 어머니와 중국인의 불륜에 의한 출생이라는, 그래서 그녀의 모든 작품을 격하시키려는 은폐된 악의가 보이는 글의 반박을 위해서.
뒤라스는 얘기한다. 백인 남자들이 소설 『연인』을 소비하는 방법을. 연락선, 사이공 야경, 식민지의 잡다한 것만 본다. 백인 소녀와 중국인 연인은 보지 않는다. 인종적 거부감, 백인 우월적 인식의 손상으로 정작 소설 본연의 문장을 해독하지 못한다고. 이 작품에 깃든 기억들이, 글을 쓴다는 것, 어머니의 청결과 관련한 의미에 대해서, 소설을 이루는 그 내용의 사실성에 대한 이야기들로 반복적으로 구술되는데, 여기서 ‘근친상간의 욕망’과 함께 작은 오빠의 기억을 떠올리는 구절은 깊은 인상을 준다.
“그는 나를 집어 삼킨다. 그의 힘과 부드러움이 나를 무너뜨린다.
살갗, 작은 오빠의 살갗, 똑같다.
손. 똑같다.” - P 51 中에서
그리고 고통스러운 분노의 눈을 하고 검은 외투를 입은 환각 속에서 마주하는 남자를 애기하는 책의 마지막 글인 「밤에 나타나는 사람들」에서 뒤라스의 글 또한 의미심장한 시사를 던진다. “출생이후 나의 존재이유였던 혈통을 환기시키려 했을까. 그는 유대인이거나 내 아버지였으리라. 혹은 다른 무엇일 수 있다.”
그녀의 존재이유가 되는 혈통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푸른 눈의 검은 머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중국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인도차이나 시절, 병석에 내내 누워있던 아버지. 그럼 어머니는? 늙은남자(미셸 투르니에)의 망령된 소리에 현혹된 것 같다. 대신 마르그리트의 작품세계, 그리고 한 작가의 삶의 지난한 투쟁을 함께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투르니에를 나무랄 일만은 아닌 듯싶기도 하다.
모든 사소한 것을 말하고 싶었다는, 그래서 어둠 속에 이미 있는 것에 대한 해독으로서의 글쓰기로서 써진, 일흔 두 살에 구술된 이 글들은 한 인간의 잊을 수 없는 흥분과 쾌락의 신호, 성애와 고통과 죽음, 모성과 사랑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그녀의 글은 모두 몸인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더불어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한 호감의 일정부분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게 된다. 말 도 안 되는 일임을 알고 있음에도 뱉어지는 말, 그 몸의 말에 대한 고통스러운 믿음, 그 떨림의 이야기에 취하는 시간이 된다. 그녀의 삶을 ‘출구 없는 비극성’이라는 이 압축된 문장에 다 담아낼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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