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아빠께서 만화로 된 삼국지를 사주셨다. 위, 촉, 오 세 나라가 전국 통일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수많은 영웅들과 사나이들이 전쟁터에서 싸워나가는 멋진 역사이야기였다. 조조와 유비 그리고 손권. 한 나라 안에 이렇게 큰 영웅 셋이 나뉘어져 다투는 모습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책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이 책은 이상하게도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멋진 남자들의 세계와 중국 역사에 감동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왜 우리나라는 이런 멋진 영웅들과 역사가 없을까?
 그런데 얼마 전 아빠께서 김정한 작가님에 '삼한지'를 사오셨다. 어른들이 보는 10권의 소설책과 아이들이 보는 6권의 책이었다. 엄마는 한권 보고 또 사서 보면 돼지 꼭 이렇게 한꺼번에 사온다면서 아빠께 화를 내셨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이주일 만에 다 읽자 "당신이 그래도 책은 잘 골라! 얘가 이렇게 좋아하는 역사 소설이면 정말 좋은 소설인거야."하시며 말을 바꾸셨다.
 이 책을 받는 순간 옛날 읽었던 책에 한 부분이 생각났다. '역사는 우리 민족의 정신이요, 영토의 우리 민족의 몸이다.' 물론 소설로 쓴 우리의 역사였지만, 그동안 교과서나 어려운 글씨로 된 역사 책만 읽다가 이 책을 읽으니 마치 그 동안 기다려 왔던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
'삼한지'! 우리나라에도 중국처럼 삼국지를 대신할 훌륭한 책인 나온 것 같아 너무 기뻤다.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고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이해하고 알아서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공책에 하나하나 써 나가면서 시간 순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벌써 3번을 읽었는데 책만 덮었다하면 잊어버려서 안타깝다.
 이 책을 첫 페이지를 펴면서 내가 제일 먼저 찾고 싶은 것은 유비와 관우, 그리고 장비와 같은 멋진 사나이들과 조조, 손권, 유비와 같은 각 나라에 중심이 되는 영웅들이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너무 많은 이야기로 써 있어서 그럴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3번째 읽을 때 나도 모르게 한 사람 한사람이 내 마음속에 남기 시작했다.
 삼한지는 백제 무왕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이야기로 막을 내린다. 그 동안 많은 책에서 써 있던 서동과 선화공주와의 일화와 tv에서 봤던 선덕여왕, 계백의 이야기까지 삼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그 안에 큰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있었고, 누군가의 말처럼 크게 성공하는 나라와 망하는 나라는 그 모습이 비슷함을 알 수 있었다.
 백제가 성공할 때 무왕은 신하들과 백성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렸고 그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렸다. 무엇보다 인재를 뽑을 때는 그 사람의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반면 의자왕은 처음에는 ‘해동증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효자이며 정치도 잘했지만, 그 뒤에는 전혀 아버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자기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귀를 기울이고 흥수와 성충과 같은 충신의 말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런것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역사는 반복되고 현재에 거울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또한 어느 역사책이나 마찬가지로 천재적인 전술가가 있어야 그 나라가 성공하는데 삼국의 역사에도 그런 사람들이 보였다. 고구려에는 단귀유가 있었고 백제에는 성충 신라에는 강수선생이 있었다. 모두가 뛰어나고 천재였지만, 그 사람들을 알아보는 왕이 있는 나라가 성공했다는게 공통점인 것 같다. 이 중 강수 선생만이 문무왕에 의해 잘 쓰였고 다른 두 사람은 죽음을 당한다. 이 점이 신라가 통일하는데 큰 일을 한 것 같다.
 각 나라에 훌륭한 전술가가 있었다면 각 나라에 영웅도 분명 있었다. 고구려에 을지문덕 백제에 계백 신라에 김춘추. 이 책은 분명 역사 책이 아니고 소설 책이라는 것이 을지문덕에 살수대첩 부분에서 알 수 있었다. 수나라의 100만이 넘는 적을 이긴 살수대첩에 을지문덕 장군이 삼한지에서 가장 뛰어나고 멋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렇게 자세한 이야기는 역사책에 잘 안 나와 있다고 아빠께서 말씀하셨다. 하지만, 분명 을지문덕은 뛰어난 전술로 이긴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빠 또한 살수대첩 부분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하셨다. 나도 그랬다. 을지문덕이 상대 배구를 속이는 부분이 너무도 재미있어서 혼자 밥 먹으면서도 흉내내기도했다. "내가 얼마나 수나라 황제님을 존경하는 줄 아시오! 조금만 기다려주시요!"그러면서 굶어 죽는 적을 보는 을지문덕의 모습이 정말 재미있었다.
 삼국을 통일 하기 전 고구려, 백제, 신라의 모습은 정말 삼국지의 모습과 너무도 똑같았다. 옆에 있는 나라여서 그랬나 아니면 역사란 원래 그런건지 참 신기하면서도 뿌듯했다. 우리에게도 그런 영웅이 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게다가 우리 나라에도 각 나라의 중심인물들이 있었다. 고구려에 연개소문, 백제에 성충, 신라의 김유신. 이 모습은 분명 삼한지에 가장 중요한 영웅들의 등장이었다. 건무왕의 잘못된 정책에 화가 난 연개소문. 반란이라는 욕을 먹으면서 왕을 바꿨지만, 안시성 싸움에서 그의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어쩜 작가의 말처럼 연개소문이 오래 살았다면 삼국통일은 고구려를 통해 이루어 질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당나라와의 전투에서 보여준 연개소문의 능력은 정말 대단했기 때문이다. 정말 역사는 하늘이 정해주는 줄도 모르겠다.
 거기에 반해 성충은 훌륭한 전술과 장군으로써의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잘못 만나 제대로 활약도 못하고 죽은 안까운 인물이었다. 정말 의자왕이 조금이라도 성충의 말에 귀 기울였다면 백제가 그리 쉽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에 두 인물에 비해 김유신은 뛰어난 활약과 삼국통일이라는 큰 일을 해냈기에 가장 주목 받을 수 밖에 없는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유신 혼자서 이룬 통일은 아니지만, 삼국통일 주인공 중에 하나라는 것은 다 인정할 것 같다.
 그러나 삼국통일 중 안타까운 일은 당나라의 힘을 빌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고려, 조선에까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어쩜 이 삼국통일이 당나라에 도움으로 된 것이 나중에도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충성심은 이 세 나라 모두가 갖고 있었고 이것이 나중에 당나라를 몰아내고 통일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나라에도 훌륭한 인물이 많았다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러 권으로 된 책이여서 그런지 여러 가지 생각에 복잡했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에 자랑스러운 조상들을 만난 것 같아 기뻤다.
 앞으로는 나는 우리의 역사연구에 더 힘을 써 소설이 아닌 진짜 우리 삼국에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 역사를 중심으로 삼한지에 빠진 영웅들을 더 찾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몰랐던 우리의 역사를 재미있는 역사소설로써 가르쳐 주신 김정한 작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삼국지를 읽은 것보다 삼한지를 읽은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에 초등학생이 되겠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되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김정한작가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