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누군가가 짠하고 나타나서 알려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종종 생각한다. 답답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과 함께 달콤한 디저트와 음료까지 먹을 수 있다면 고민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거 같다. 보름달 커피점은 정해진 장소가 없다. 공원, 길가나 상점가든 어느 장소에나 카페 트레일러가 불쑥 나타나면 그곳이 보름달 커피점이다. 커피가게의 주인은 커다란 삼색 고양이이며 정해진 메뉴도 없다.고양이가 손님들의 상태에 맞춰서 환상적인 디저트와 음료를 공짜로 대접한다.

주인공들은 꿈에 홀린듯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보름달 커피점에서 디저트를 먹고 음료를 마시며 삼색 고양이에게 고민을 상담한다. 고양이는 별점술사로 별의 움직임과 주인공의 출생 천궁도를 읽어서 곤란한 상황에 빠진 배경과 해결책을 알려준다. 저자인 모치즈키 마이는 점성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자신의 삶에 적용하자 놀랍게도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고 한다. SNS에서 문득 발견한 사쿠라씨의 그림을 보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

소설은 5가지 이야기로 만들어졌으며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초등학교 시절에 선생님과 제자 또는 친구로 만난 인연이 있다. 어른이 되고나서 각자의 일에 바쁜 주인공들이 우연한 계기로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나며 추억과 고민을 함께 나눈다. 이들은 각자 보름달 커피점에서 고민을 해결하는데 그 배경에는 의문의 노신사가 있다.

5가지 이야기에 붙여진 유니크한 제목이 눈길을 끈다. 1장 물병자리 트라이플, 2장 보름달 아이스크림 퐁당 쇼콜라, 3장 수성 역행 때의 재회에서는 전편: 수성 크림소다, 후편: 월광과 금성의 샴페인 플로트가 있다. 별점술사라는 소재에 어울리는 각 이야기의 제목과 내용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펼치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디저트와 음료 그리고 고양이들의 일러스트가 있다. 일러스트를 보면서 주인공들이 달빛 아래서 즐기는 음식 맛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고양이는 출생 천궁도를 보면서 주인공들에게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한다고 충고한다.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인생이 꼬여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자신을 알고 난 후에 별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주인공이 놓칠뻔한 소중한 인연을 알아가는 이야기에서 고양이는 균형이 중요한다고 말한다. 항상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줄이 언젠가 끊어져서 망가지듯이 인생에서도 긴장감과 여유를 오갈 수 있는 밸런스가 필요하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초조해하며 자신을 자책하기 보다는 보름달 커피점의 메뉴처럼 달콤한 디저트와 음료로 마음의 여유를 가져도 좋을 듯 하다. 노력해도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아 불안할 때는 더 멀리 나가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해보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즐길 수 있다면 삶이 고단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주변의 상황에 치우쳐 마음을 뺏기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라는 응원이 아닐까.

[물병자리 트라이플]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세리카와는 대학 졸업 전에 쓴 시나리오가 엄청난 인기를 끈다.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방송 시나리오에 전념하며 시대에 맞는 글을 쓰는 작가로 명성을 날린다. 어느날 부터 시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세리카와의 시나리오는 인기를 끌지 못한다. 점점 일이 줄어들고 지금은 게임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인기있던 시절에 알고 지내던 방송국 사람에게 새로 쓴 원고를 보내지만 거절당한 세리카와는 낯선 사람한테 보름달 커피숍이라는 명함을 받는다. 세리카와는 궁금증에 이끌려 보름달 커피숍을 찾아간다.

[보름달 아이스크림 퐁당 쇼콜라]
방송국 디렉터인 나카야마는 시나리오 작가 세리카와를 만나고 마음이 편치 않다. 그녀가 좀 더 생기있는 눈빛으로 자신을 어필했다면 뭔가 방법을 생각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직장에서 엄격한 이미지로 알려진 나카야마는 자신에게 다가온 남자가 임신한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불륜에 빠질 뻔 했다. 일을 마치고 근처 공원을 지나가던 나카야마는 불륜으로 구렁텅이에 빠진 여배우 아유카와와 마주친다. 술에 취한 아유카와와 나카야마의 눈앞에 갑자기 보름달 커피숍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수성 역행 때의 재회]
대학 동창인 야스다와 IT 회사를 창업해서 일하고 있는 미즈모토는 요즘에 일이 꼬여서 심기가 불편하다. 컴퓨터에 저장한 데이터의 일부가 망가지더니 동창생한테서 온 메일이 스팸 메일에 들어가는 일이 벌어진다. 사무실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동창생 하야카와는 미즈모토에게 미용실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전한다. 하야카와에게 머리 손질을 받기 위해 미즈모토는 전철을 타고 그녀를 만나러간다. 전철에서 선잠이 든 미즈모토는 꿈 속에서 고양이가 운영하는 보름달 커피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