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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7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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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76.57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7.1만자, 약 2.2만 단어, A4 약 45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01219790 |
2024년 05월 06일 ~ 2024년 05월 09일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08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북유럽 열풍이다. 나는 2011년 1월에 교육탐방 차 핀란드와 덴마크에 다녀왔다. 여행을 준비하느라 이런 저런 책을 찾아보면서 스웨덴도 가까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규모 적은 사민주의 북유럽 세 국가들을 너무 쉽게 묶어서 취급하는데 비해, 각 나라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서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기간 경험한 바 핀란드인은 내향적이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다소 우울한 느낌이었고, 덴마크인은 반대로 자유롭고 활기차고 적극적이며 그에 따라 다소 덜 세심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약속해서 모였을 리는 없고 이는 그 나라 특유 사회 분위기 때문이기도 할 테다. 이 와중에 비교적 규모가 커 보이는 스웨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최근 "매거진 B: 이케아": http://blog.yes24.com/document/10299607 편을 읽으면서야 세계에 DIY 북유럽 가구 열풍을 주도한 이케아가 스웨덴 회사라는 사실을 깊이 읽었고, 프레드릭 배크만 신작 "베어타운": http://blog.yes24.com/document/10303808 을 읽으며 그 사회가 가진 묘한 공동체성(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을 확인했다. 대안적인 삶에 관한 책을 모아 읽으면서 이를 표현하는 이런 저런 구호들이 퍼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라곰'에 대해 알고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 왔고, 다 읽고 나니 라곰 자체보다도 스웨덴 사람들의 성향과 사회 분위기에 대해 공부했다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 B: 이케아"에는 이케아가 얼마나 혁신적인 기업 분위기를 갖추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교사도 공무원 이전에 교육전문가인데, 한국 공립 학교가 저런 시스템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부러워하며 읽었다. 일상 틈틈이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 '피카' 문화에 대해 이미 거기서 읽었다. 이 책 저자는 피카와 라곰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책 여러 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사민주의 특유 공정과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동아시아적 권위주의+비민주적 관행과 정반대 차원에서 모두의 의견- 특히 소수 의견이 간파한 대안의 약점이나 예상되는 문제점을 잘 듣고 보완하며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라곰'한 지점을 찾아 나가려면, 회사 내 위계서열과 상관 없이 서로 동등한 발언권 지분을 가지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여야 하며 충분한 회의 시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케아가 왜 개방되고 충분한 회의 공간을 갖추고자 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이해했다.
"일터에서 라곰은 전적으로 팀 중심 모드가 된다. 개인의 책임과 의무를 그대로 팀에게 옮겨가 적용한다. 스웨덴 사람과 일한다면 이런 팀 중심의 태도를 절대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높은 사람 한 명이 결정을 내리는 문화에서 왔다면 라곰식 비즈니스 접근을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라곰은 모든 단계에서 평등과 공정을 주장하며 결정은 그룹의 합의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계획이든 모두가 동의해야 넘어간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회의가 소집되어 어떻게 하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지 다시 논의에 들어간다." 167쪽.
그런데 "베어타운"을 돌아보자면 라곰이 추구하는 팀 워크나 공동체 이익은 때로 개인에게 압박을 행사하기도 하는 듯하다. 다수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할 때가 많으니 기본적으로는 좋은 취지라고 스웨덴 사람들 스스로 생각할 때가 많은 듯하다. 그러나 좋게 잘 해결하기 위해 논쟁이 될 만한 문제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 제목에 "라곰"을 붙였으니 저자가 이 단어에 경도되어 좋은 점만을 늘어놓아 독자가 다 읽으면 이 가치에 세뇌 당하리라 예상했는데, 그 자신이 라곰의 강, 약점에 대해 균형 있게 다루려고 노력했음이 느껴졌다. 이에 따르면 라곰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규칙이나 예절에 따르지 않는 개인에 대해 은근히 압박한다는 점이다. 스웨덴인이 새로 만난 사람을 길게 응시하며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고 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보았을 때 질타하는 듯한 시선(말 X)을 계속 보내는 모습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라곰과 관련 있는 스웨덴 사람들의 일련의 성향을 보며 여기도 '내향인'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내향인이라 기본적으로 스웨덴 사람들이 개인으로서 독립된 삶을 영위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생활 모든 부분에서 세심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아,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성향과 사회 분위기가 압박스럽고 불편했던 모양이다. 무엇인가를 성취했어도 자랑하지 않고, 만약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질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얀테' 역시 책 곳곳에서 다시 다루고 있다. 좋은 취지든 나쁘고 불편한 의미든 '라곰+얀테'는 극도로 눈치 보는 사회를 만들 듯하다. 소수 윗사람이 권력을 남용하는 폭력적인 사회보다는 진화했음이 틀림 없을, 서로가 서로를 통치하는 사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의미에서 스웨덴 사람들은 '라곰이 서로를 덜 불편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성찰해야할 듯하다. 역자는 후기에서 라곰이 동양의 '중용'과 비슷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 뚜렷이 경계를 짓기 어렵다는 점에서 둘 다 참 두루뭉수리한 자세인 듯하다.
"라곰의 시기심 많은 사촌, 얀테
나의 라곰은 당신의 라곰과 다르다. 개개인이 만족을 느기는 수준의 균형을 맞추다 보면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라곰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척도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라곰의 약점이다. 라곰은 모임 안에서 의견을 통일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제한다. 개개인의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라곰을 주장하기도 어렵다. 과해도 안되고 부족해도 안된다. 모임 안의 다른 사람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하는 것도 금물이다...
얀테의 법칙은 개인의 성공과 성취를 못마땅하게 여길 뿐 아니라 전체의 조화를 중요시해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야망의 목을 조르고 더 나아가기를 원하는 개인의 욕구를 잠재운다.
각자의 라곰에 따라 성공을 정의하는 수준도 달라진다. 성공한 사람을 보면 마음속 깊이 숨어있는 질투(이른바 스웨덴식 질투)가 때때로 뿜어져나와 상대를 향한다.
누군가 당신에게 조언을 할 때, 라곰이 사려 깊은 형제 같다면 얀테는 비꼬는 사촌 같다. 스웨덴 문화를 모르는 이가 멋모르고 자기 자랑을 하다가는 침묵과 맞닥뜨리거나 싸늘한 반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방인으로서는 이것이 라곰과 얀테라는 사회적 규범 때문이라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노릇이다." 46-47쪽.
이런 불편한 부분들 때문에 저자는 라곰의 강점 뿐만 아니라 약점도 책 내내 줄기차게 언급한다. 이런 문화에서 오는 갑갑함 때문에 라곰적인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부류도 스웨덴 젊은이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곰은 자기 배려+ 타자 배려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보여준다. 저자는 라곰에 대해 독자에게 잘 알려주기 위해 똑똑하게도 의식주, 몸 돌보기, 소비, 인간관계, 일, 자연, 세계시민적 차원 등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분야별로 챕터를 나누어 구체적인 생활 장면에 라곰을 적용해서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이 독서를 통해 얻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이렇게 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삶의 모습을 이 책에서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살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잘 보살피는 것이다. 돌본다는 것은 우리 몸의 균형을 맞추고 필요를 살펴 매사에 웰빙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여기에 라곰을 적용하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라곰은 자연상태에서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음을 쉬게 하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며, 영혼을 살찌우기 위한 시간도 온전히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도 라곰의 원칙이 적용된다. 너무 과하지 않게, 하지만 너무 드문드문하지도 말 것, 아예 습관을 들여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실행할 것을 주문한다.
무엇보다 라곰은 우리에게 스스로를 꼼꼼히 점검하라고 한다. 나에게 있어 '잘 산다'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라고 한다.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 82쪽.
"음식에 있어 라곰, 즉 적당함은 하루 섭취 권장량 같은 의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라곰은 음식에 사회적 인식을 덧입혔다. 개인의 바른 선택이 공공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라곰은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으로 생산된 지역 생산물을 소비하라고 권한다. 우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뿐 아니라 생산자, 공급자, 제조사 모두를 생각해야 한다." 57쪽.
특히 중등 학교급에서 미래 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재 우리 생활 방식의 문제점을 대체할 대안으로서 새로운 삶의 모습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라곰은 유용하면서도 의미 있는 면이 많다. 요즘 시대에 '지속 가능'을 어디에도 갖다 붙이지만 실질적인 의미 없는 유행어임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 삶과 사회 환경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스웨덴의 라곰은 본류이자 원 저작자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식상하겠지만 실천하기 너무 어려운 환경을 위한 '자발적 불편' 실천 목록들이 그래서 이 책에도 당연히 등장한다. 라곰의 생활 방식에 따르려면 소비할 때에는 실용성(아름답고 단순하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정서적 기쁨을 줄 수 있는 물건으로만, 품질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꼭 필요한 물건만을 구입하게 된다(~미니멀리스트와 연결). 적은 욕구만 가지면서 쉽게 행복을 얻을 수 있어 개인 삶도 행복하고, 내 행복을 위해 타자의 생존(동식물 생존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존까지도)을 해치지도 않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 개인에게 '라곰'한 생활 방식을 계속 찾아나가기 때문에 특정한 방식을 세밀하게 강요하는 측면도 적다. 책이 다루고 있는 이런 맥락 때문에 도덕 교과서 한 권을 지금 여기 이야기로 생생하게 번역해서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도덕 교과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이런 책 한 권을 제대로 읽게 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라곰이 모든 것의 답이 될 수는 없다. 여러 상황에서 우리의 기본적 필요가 적절히 충족되어야만 적용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개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라곰이 과소비를 줄이고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라곰을 통해 우리는 욕망과 필요의 조화를 꾀하며 사려 깊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물건을 살 때는 호기심과 양심의 소리를 듣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물질적인 것인가? 관계를 충만하게 하는가? 라곰을 기준으로 우리 삶에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나을지 고민한다.
라곰은 매우 단순한 질문을 통해 우리 삶을 진단하고 개선하며 유지한다. 하루의 균형을 잡고 만족스럽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251쪽.
대안적인 삶을 다룬 책을 읽으려다 보니 요즘 본의 아니게 자기계발서들을 읽고 있다. 웅진지식하우스 특유 깔끔하고 예쁜 만듦새를 보이고 있고, 중간 중간 여백과 사진도 많아 읽기 편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본 대학원 지인이 "표지만 봐도 힐링이 되네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책 내용과 형식 모두 과연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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