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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8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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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430g | 140*210*30mm |
ISBN13 | 9788971846964 |
ISBN10 | 8971846968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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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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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위화 작가의 네 번째 장편 소설을 읽었다. 마음이 비로소 안도된다. 대개의 경우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 사람의 책을 처음부터 다 읽어보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그 가수의 곡을 다 들어보는 것처럼. 그런데 솔직히 말해 나는 어떤 작품이 마음에 들어도 그 작가의 책을 다 읽어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나는 예전에 브라운 아이즈라는 그룹이 <벌써 일년>이라는 노래로 1위를 하고 있을 때 그 노래가 참 좋다고 생각했지만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을 찾아볼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가 생겨서 이 작가의 책을 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기대도 되고 흥분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꽤 조바심이 생기는 편이다. 왜 그러냐면 다음 책을 읽고 실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서를 여행에 비유한다면 이 작가 저 작가 가리지 않고 내키는 대로 읽는 것은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걷는 여행과 같다. 반대로 좋아하는 작가가 생겨서 그 작가의 책을 다 읽어보기로 결정하는 건 목적지가 있는 여행과 비슷하다. 목적지가 생기면 계획이라는 걸 세워야 한다. 어떤 사람은 안 그럴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계획을 세우는 일은 즐겁다. 실제 여행을 갈 때보다 갈 곳을 고르고 갈 곳의 순서를 정하고 경로를 만드는 일이 더 신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여행을 시작했을 때 뭔가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면 들떴던 높이만큼 기분이 추락한다.
<제 7일>을 읽고 안도감이 들었던 것은 이 이야기에서 이승과 저승이 서로 무관한 세상이 아닌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사후 세계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는다는 건 영원히 잠을 자는 것과 비슷해서 의식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잠과 차이가 있다면 한 번 사라진 의식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정도랄까. 아마 죽으면 끝이라는 통념도 이런 생각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치 이 세상에서의 일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은 “만약 이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그건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고 말했는데 그것처럼 저승이나 사후 세계, 평행 우주, 천국 등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무수한 세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겨우 현실이라는 공간이 전부라면 그건 인간이 가진 상상력의 낭비다.
한 손에는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과 다른 한 손에는 이승이 아닌 다른 세계의 존재를 상상한다는 건 서로 모순되어 보이지만 실제로 모순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후 세계를 상상하는 이유는 정말로 그런 세계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어느 지점에서 끝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다. 다르게 말하면 끝이라는 개념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이 말은 비현실적인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이 말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끝이라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삶을 개인이라는 하나의 틀에 한정했을 경우에는 존재할 수 있어도 개인이라는 틀을 벗어나면 사실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제 7일>의 예를 들어볼까. 이 책에서 이승과 저승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이승과 달리 저승에는 국가도 가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파에 앉아 있는 귀빈을 제외하면 저승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국가가 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은 집이 철거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철거민이거나 직장이 없어 구걸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하층민들이다. 국가는 철거민들의 집을 부수고 하층민들을 지하 방공호로 밀어넣는다. 철거민과 하층민은 바로 국가가 생각하는 국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기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다양한 정체성을 중첩하게 된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어느 행정구역에 속한 사람인지 누구의 자식인지 등등. 그런데 만약 국가가 버린 사람이라면 그는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잃을 것이고 시가 버린 사람이라면 그는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잃을 것이다. 나아가 가족마저 그를 버리면 그에게 남은 정체성이라고는 오직 자기 자신이라는 것밖에 없다.
만약 끝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모든 정체성이 사라지고 자기 자신만 남았을 때일 것이다. 국가도 외면하고 시도, 가족도 형제도 친구도 외면해서 자기 자신을 제외한 그 어디에도 내가 속해 있지 않을 때.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끝은 찾아온다. 양페이가 죽은 것도 슈메이가 죽은 것도 우차오가 죽은 것도 그래서다. 만약 우리가 언젠가 우리 모두는 끝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말은 곧 언젠가 우리 모두는 혼자가 될 거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흔히 생각하는 죽음의 공포는 생명이 다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그것은 끝에 대한 공포이며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제 7일>에서 이승과 저승의 가장 큰 차이는 저승에서는 누구도 혼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승에서는 누구나 시간이 흘러 혼자가 되는 반면 저승에서는 빈의관에 가서 영원한 안식을 얻거나 아니면 영원히 다른 사람들과 지낼 수 있다. 여기서는 국가도 시도, 가족도 형제도 없다.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아빠이고 그 아이는 내 아이이다. 반대로 내가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의 엄마이고 나는 그녀의 자식이다. 요컨대 <제 7일>의 저승은 누구도 혼자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곳이다. 류메이의 화장을 위해 모든 망자가 나뭇잎의 물을 떠온 것처럼, 쇼핑몰에서 죽은 일련의 타인이 가족이 된 것처럼, 리웨전 아주머니가 스물 일곱 아기의 어머니가 된 것처럼. 심지어 이곳은 서로를 살해한 원수조차 서로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화 작가는 이 책에서 집이 없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하층민들을 살해하는 이승을 비판하고 무정부주의적이고 원시공동체에 가까운 저승을 상찬하면서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편을 가른 것일 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끝이 없다는 것은 이승 다음에 저승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승과 저승이 서로 무관하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양페이는 어떻게 자랐는가. 그를 키운 것은 국가도 친부모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우연히 철로에서 그를 주운 젊은 철도원이었고 어머니는 철도원 친구의 부인이었다. 요컨대 십중팔구 죽을 운명이었던 양페이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 무관한 타인의 호의 덕분이다. 사람에 대한 호의는 저승과 마찬가지로 이승에도 존재한다.
저승에도 재산과 권력에 따라 계급이 있듯이 이승에도 사람이 혼자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마음이 존재한다. 우차오는 이미 류메이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의 무덤을 만들어주기 위해 신장을 팔았고 그로 인해 죽었다. 남들과 똑같이 해골이 될 류메이를 결혼식장의 신부와 같은 모습으로 영원한 안식 속에 잠들게 해준 것은 바로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우차오의 마음이었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누군가를 홀로 놔두지 않고 그래서 누군가가 끝장나게 하지 않는다. <제 7일>의 서문에 위화 작가는 창세기를 인용했다. 인용한 글에 따르면 하나님은 제 7일이 되는 날 모든 것을 이루고 쉬셨다. 양페이는 첫째날에 죽었고 저승에서 보낸 7일 동안 자기를 홀로 죽도록 내버려 두었던 세상이 사실은 자기에게 삶을 선물했음을 알았다. 우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우리가 혼자라는 생각이 죽은 다음 날부터이다.
2024년 8월 25일부터 2024년 8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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