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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3년 0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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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64쪽 | 674g | 152*224*30mm |
ISBN13 | 9788932472027 |
ISBN10 | 8932472025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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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란 무엇일까?
이력을 적은 서류라는 말일텐데, 그럼 적어내려가는 이력들의 선별 기준은 무엇인건가?
이력서는 무척 위험한 서류다. 그 서류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위험인 셈이다.
역사서와 마찬가지로 이력서는 자신이 그 서류를 보일 사람이 원하는 이야기를 적어낼 수 밖에 없다. '기대하는 그 무엇'을 적어내는 셈이기도 하다.
이 책, <인간 이력서>는 내게 그런 느낌으로 읽혔다. 마음껏 저자가 적고 싶은 것을 적어 내려간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고, 그러면서도 무척 욕심을 내서 되도록 많은 사례들을 담고자 했다는 느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마구 모아들인 듯한 인상을 생각하면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는 셈인 것도 같다.
이력이란 지금까지 살아온 흔적을 말한다. 인간이 지구에 등장하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슬쩍 살펴보기엔 적당한 책이다.
이 책 속에는 여러 책들에 대한 단서들이 들어있다.
신석기 시대 인류가 정착 생활의 시작과 함께 행한 '농업'의 폐해를 지적하며 <채식의 배신>의 단서를 던지고, 안정적인 육류의 공급을 위해 시작한 가축 사육의 폐해와 비효율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육식의 종말>을 떠올리게 한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세계 제패도 가능할 것 같던 나라가 순식간에 붕괴하는 것을 보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가 떠오르고, 마치 종말을 향해 치닫듯 달려가는 세계를 보면 <성장의 한계>에서 지적한 한계에 오래 전에 부딪혔음을 새삼 깨닫는다.
(한마디로 제러미 리프킨이나,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들을 섭렵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란 뜻이다.)
거기에 <제노사이드>를 떠올리게도 했다.
인간이란 참으로 몹쓸짓을 많이 했고, 그걸로도 부족해서 지금도 끊임없이 저지르고 또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을 홍보하고자하는 이력서를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경고와 함께 지금껏 저질러온 과오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촉구나 경고가 올곧게 들리지는 않았다.
저자는 어딘가 뒤틀려있다. 저자가 뒤틀린 것이 아니라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려다 보니 지식의 한 부분이 뒤틀린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실컷 인류가 저질러온 만행을 고발하고, 지금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속하고 있거나, 모른 척 계속하고 있는 오만한 행위들에 대한 이야기를 끝냈을 때, 저자는 지속 가능성에 눈을 돌린다.
과거의 석학들, 위대한 지성들이 내놓았던 예상들이 보기좋게 빗나가는 것을 보여주며, 현대에 쏟아져 나오는 낙관론과 비관론을 싸잡아 훈계한다.
인간이 오만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가 바로 '인류'라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갖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자신들이 누리는 것이 선대에게서 전해져 온 것이 아니라 자신들 만의 것이라는 믿음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은 인간에게 겸손할 것을 요구한다. 이 이상 오만한 지배의 역사를 지속한다면 그 어떤 종족보다 빨리 번성을 이루었다는 영광과 함께 그 어떤 종족보다 빨리 멸망했다는 오명이 달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좀 더 깊은 이야기, 주관적인 가치판단과 재단된 사고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추천한다면, 인간의 이야기,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데 아직 어느 분야를 먼저 읽을지 정하지 못한 이에게, 인간의 오만의 역사를 두루 살피고 싶은 이에게는 추천할 수 있겠다.
주제 넘는 것 같지만 당부하자면, 저자의 견해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이 견해들은 확고부동한 사실에 의거한 결론이라거나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내놓은 대답이라기 보다 개인적 견해이자, 판단이다.
인간은 사고의 유연함을 잃어버릴 때 그 어느 순간보다 오만해진다.
나는 오만한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줏대 없는 회색 분자가 되는 길을 택하겠다.
아,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건, '주석'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참으로 친절한 주석이라 반가웠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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